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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유창우의 쉬운 사진] ① 눈 덮인 겨울 산, 잘 찍는 세 가지 비결

惟石정순삼 2011. 12. 1. 19:38

멋진 설경 얻으려면 '밝게<과다노출>' 찍으세요

겨울 산 좋아하는 사람에겐 요즘처럼 신나는 때가 없다. 눈꽃이 앞다투어 피고, 앙상한 나뭇가지도 눈 속에서 화사해진다. 눈꽃이 빼곡한 산 정상, 눈밭이 펼쳐진 들판 앞에 서면 사진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이렇게 들뜬 마음으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이 뜻밖에도 무척 허무하더라고 하소연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사진이 당최 평면적으로만 나온다는 거다. "세상이 온통 하얘서 그런 건지, 이건 그저 하얀 도화지에 대고 셔터를 누른 것과 다를 게 없더라"고 아쉬워하는 말도 들었다. 이어지는 질문도 비슷하다. "눈(雪)을 잘 찍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누구나 눈 덮인 풍경을 잘 찍을 수 있다.

ISO 400 f7.1 s1/1000초, 촬영시각 오전 10시 10분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원칙은 '일찍 일어나라'는 것이다. 눈 덮인 풍경은 잘못 찍으면 그저 새하얗고 밋밋하게만 보인다. 이 풍경에 개성을 더하는 마법의 시간이 바로 아침이다. 아침엔 태양빛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그림자가 생겨서 입체감이 나온다. 눈 덮인 나무는 바로 이때 찍어야 한다. 똑같은 흰 눈도 빛깔이 조금씩 달라 보이는 시간이다. 어떤 곳은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흰색으로, 어떤 곳은 그윽한 흰색으로 빛난다. 아침은 이렇게 다채로운 흰색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 하나. 평소 카메라 노출 그대로 새하얀 눈을 찍으면 어둡게 나올 수가 있다. 카메라가 '흰색'을 '밝은 빛'으로 판단하고 어둡게 찍어버리는 것이다. 일반 광선이라면 조리개를 '한 스톱 반', 역광이라면 '두 스톱' 정도를 열어줄 것을 권한다.

둘째 원칙. '이야깃거리를 더하라.' 새·강아지를 넣어도 좋고, 하다못해 발자국 하나만 넣어도 사진이 재미있어진다. 이 사진은 2008년 1월 덕유산에서 찍었다. 케이블카가 설치돼 겨울 산 등반이 무척 쉬워졌다는 것을 알리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성은 그래서 하이힐만 신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눈밭에 섰다. 여자 모델이 신은 새빨간 하이힐이 눈밭에 더욱 강조된다.

마지막 셋째 원칙.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뭐냐고? 다름이 아니라 배터리를 충분히 챙기라는 것. 추운 겨울 산에선 카메라 배터리는 금세 닳는다. 배터리가 없다면 좋은 카메라와 풍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니면 아예 따뜻한 품 속에 배터리를 품고 다니던가. 이젠 추위를 뚫고 밖으로 나가 셔터를 누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