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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유창우의 쉬운 사진] ③ 표정 있는 봄 사진 찍는 비결

惟石정순삼 2011. 12. 1. 19:41

리듬감 주려면 빠르게 찍으세요

우수(雨水)가 지나고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봄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대답하기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봄처럼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단어가 있을까. 방금 움튼 새순, 소리 없이 터진 꽃망울을 찍었다면 분명 봄 사진이다. 더불어 아이가 웃는 얼굴, 할머니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 강아지가 햇살을 만끽하려고 유리창으로 발돋움하는 장면도 보기에 따라선 모두 봄 사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숱한 봄 사진이 뻔한 사진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표정 있게 빛나려면 빠져서는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리듬'이다.

가령 꽃 사진. 무생물처럼 화병에 꽂혀 있는 꽃보다는 바람이 일렁이는 가지에서 흔들릴락 말락 하는 꽃이 좀 더 봄에 가까워 보인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단 어디론가 달려가려고 일어설 때, 팔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고 할 때 더 봄을 느끼게 해준다.

그건 아마도 봄이란 시간 자체가 모든 생물이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봄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프링(Spring)'이 무엇인가가 막 튀어 오르려는 성질인 '탄성(彈性)'이란 뜻을 함께 지닌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리듬감, 또는 율동감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찍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셔터 스피드, 즉 카메라의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 카메라가 순식간에 정지된 장면을 찍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초 찍은 경북 청도의 미나리 사진도 빠른 셔터 스피드로 리듬감을 담아낸 경우다. 사진 주제는 파릇파릇한 봄 미나리. 그저 햇살이 드리워진 바구니에 담긴 미나리만 찍어선 봄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궁리를 하다가 미나리 농장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에게 미나리 한 포기를 뜯어 물에 헹구는 장면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흔쾌히 한재 미나리를 한 움큼 뜯더니 그걸 흐르는 계곡물에 씻어 탈탈 털었다. 초록빛이 흔들렸고,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셔터 스피드를 재빨리 1/1600초로 조정했다. 셔터를 찰칵찰칵 눌렀다. 미나리가 아주머니의 손안에서 춤을 췄고, 그 아래로 계곡물이 빠르게 흘러갔다. 젖은 미나리에서 튕겨나간 물방울들이 햇살 아래 반짝였다. 그 미세한 입자가 모두 화면에 잡혔다. 율동하는 봄을 잡아낸 기분이었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인 경우가 아니라면 고속 촬영할 땐 감도(ISO)를 높게 조정해주는 게 좋다. 단, 보통 감도가 800을 넘으면 사진에 노이즈가 생기기 쉽다는 점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