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가장 확연히 드러내는 모습은 무엇일까? 바로 티를 꽂는 자세다. 고수는 절대 쪼그려 앉아 티를 꽂지 않는다. 엉거주춤 잡초를 뽑는 자세로 티를 꽂는 골퍼는 열이면 아홉 하수 골퍼다. 이번에는 가장 ‘유머러스한’ 골프 고수와 하수의 차이다. 고수의 샷은 ‘본 대로’ 가고, 하수의 샷은 ‘걱정한 대로’ 간다. 고수와 하수 사이 ‘중수’도 있다. 중수의 샷은 ‘친 대로’ 간다. 하수는 샷을 하기에 앞서 자신감 없이 걱정만 한다고 해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들어 보자. 일단 고수는 파5홀이 나오면 좋아하고, 하수는 파3홀이 나오면 흥분한다. 둘 다 버디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고수는 왜 파5홀을 좋아할까. 미스샷이 나오더라도 충분히 만회해서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수에게는 운 좋게 한 방 맞으면 핀에 붙여 버디도 만들 수 있는 홀이 바로 파3홀이다. 연습장에서 줄기차게 드라이버샷만 열중하는 골퍼도 분명 하수다. 드라이버가 한번 잘 맞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고수들은 쇼트게임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절대 드라이버에 몰입해서 연습하지 않는다. 또 하수는 드라이버샷이 잘 맞지 않으면 화를 내고, 고수는 퍼팅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평한다. 드라이버샷 잘 맞은 날은 스코어가 엉망이라도 하수들의 입은 쫙 벌어진다.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헐레벌떡 뛰어와서 다급하게 티샷을 하는 골퍼도 하수일 공산이 크다. 고수는 1시간쯤 일찍 와서 퍼팅 연습이나 스트레칭으로 라운드를 준비한다.
또 고수는 미스샷을 한 번만 하고, 하수는 미스샷을 연달아 한다. 미스샷이 나왔을 때 대처하는 방식만 봐도 쉽게 고수와 하수를 구분할 수 있다. 실수가 나오면 고수는 한 템포 쉴 줄 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샷으로 그 샷 실수를 최대한 만회해 보려고 한다. 반대로 하수는 쫓기는 사람처럼 실수에 실수를 연발한다. 골프백 속 골프채 중에 새 것 같은 롱아이언이 있다면 이 골퍼 또한 하수일 가능성이 높다. 고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채를 골프백에 넣고 다니지 않는다. 무겁기만 하다.
이번에는 약간 고차원적인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보자. 고수는 미스샷이 나왔을 때 자신을 탓한다. 반대로 하수는 남을 탓한다. 특히 캐디 탓하는 고수는 별로 없다. 만일 고수이면서 캐디 탓을 한다면 그 골퍼는 분명 진상 골퍼일 것이다. 또 고수는 원인을 두려워하고 하수는 결과를 무서워한다. 이 차이에 따라서 그날 라운드가 엉망이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또 다르다. 고수는 곧바로 골프채를 들쳐 메고 연습장으로 향한다. 미스샷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수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다음번 결과는 잘 나올 것으로 낙관해 버린다. 영원히 하수이길 바라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그럼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내 샷과 내 마음가짐, 그리고 내 매너까지.
[오태식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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