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마이어스 前 SK 상무
훌륭한 육아시설 갖추고도 여성 계발 기회 없어 당황
기업에 여성 임원 늘어나면 생각·감정·기술 다양해져
린다 마이어스(Linda Myers·56) 전 SK그룹 상무(당시 글로벌인재관리실장)는 국내 대기업에 영입된 최초의 외국인 여성 임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전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회사), 아스트라제네카(제약회사) 등에서 인력 관리를 담당했었다. SK그룹은 2008년 1월 그녀를 영입했고, 그녀는 지난 4월 말까지 SK에서 일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해본 느낌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처음 SK에서 'SK 맨십(manship)'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 글로벌 기업들은 남성만 지칭하는 '맨십' 대신 남녀를 포괄하는 '시티즌십(citizenship)'이라는 말을 쓴다. 우리 직원 가운데는 여성이 많다. 그래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SK 시티즌십'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했다. 남성 임원 가운데는 '그게 뭐 대수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차츰 변화하더라. 그렇다. 사소한 변화다. 하지만 생각의 변화는 단어 하나에서 시작된다."
―또 다른 것은?
"SK에서는 금요일 오전에 임원들을 상대로 외부 초청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강사진이 모두 남자였다. 미국인 교수나 경영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SK에 여성 임원과 팀장이 많으니 이들의 역할 모델이 될 여성 강사를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작년 12월 우주비행사인 이소연씨가 여성 강사로는 처음 강의를 했다. 그 뒤로도 1년에 2번이나 분기에 한 번꼴로 여성 강사 초청 강의를 제안했지만, 이소연씨를 끝으로 여성은 없었다. SK는 좋은 기회를 잃어버렸다. "
그녀는 "SK는 미국 기업과 비교해도 아주 훌륭한 육아시설을 갖춘 점은 장점"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성 직원을 위한 자기 계발 프로그램이 없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비서들이 자기 계발을 하는 기회가 없었다.
그녀는 지난 3월 SK의 여성 임원 5명과 모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런 공식적인 여성 임원 모임이 SK 역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그녀는 기자의 다음 질문을 막아서더니 말을 쏟아냈다.
"삼성·LG·현대에 물어봐야 한다. '당신네 여성 임원들은 어디 있느냐'고. 모든 건 숫자가 말해준다. 직원이 50명인 회사에서 여성 부사장이 1명이라면 괜찮다. 여성 임원이 10명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SK처럼 직원이 3만5000명인 회사에 여성 임원이 5명이라니. 도대체 여성 직원들은 어디 갔나."
―여성 임원이 늘어나면 기업에 어떤 점이 좋은가.
"불확실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다. 관리직에 여성이 배치되면 3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생각의 다양성, 둘째 감정의 다양성, 셋째 기술의 다양성이다. 물론 이 말이 '남자는 절대 여자처럼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회의실에 모두 남자만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 방에서는 다른 생각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 기업들이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제안은.
"언제나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이 기업의 분위기를 만든다. 최고경영자나 C레벨의 사람이 '우리는 능력 있는 여성을 배치할 것이다. 그건 그들에게도 좋고 우리에게도 좋다'고 이야기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물론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배치하는 게 아니라 재능이 있는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우선 여성 직원들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어떤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를 말이다. 그것이 MBA(경영학석사)인지 박사 학위인지 혹은 높은 성과인지. 다시 말해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의견을 말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다른 자리로 발령이 난 여성 직원들에게 '그 자리에 만족해요?'라고 물으면 답을 안 하더라. 이런 문화는 여성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임원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사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의 노동법, 연금시스템, 건강보험시스템을 몰랐다. 그러다 깨달은 것은 내가 한국에 있으면 있을수록 돈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연금제도는 일정액이 적립되고 회사에 오래 다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본인이 원하면 월급의 60%를 연금에 넣을 수 있고, 회사도 같은 금액을 적립해 준다. 결국 외국인 직원 입장에서는 장기근속을 하지 않으면 SK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는 것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2년 전 이 문제에 대해 회사에 건의를 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알았다'고만 하고 답이 없다. 결국 수만달러를 손해 본 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고 말한 뒤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한국 대기업이 세계 다른 나라의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브라질·미국·프랑스에서 사람을 데려올 때 최소한 그들이 온 국가들의 조건에 맞춰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의 구직 제안을 받더라도 오지 않을 것이다."
※린다 마이어스씨는 SK가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선언했다며, 해고 무효 소(訴)를 제기했다. 반면 SK는 근무평가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인터뷰는 그녀가 소장을 내기 전에 한 차례, 이후 이메일로 한 차례 이뤄졌다.
여성 직원과 공존하려면… (전문)
# 상황
“지시하신 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기획 안입니다”.
A사(社)의 장고민 부사장은 3개월 전,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신상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성 팀장을 상무급으로 스카우트했다. 그녀는 다국적기업 국내 지사에서 여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바 있다고 알려진 마케팅 전문가 나소신 상무.
하지만 나 상무가 내민 기획 안을 보자마자 밀려 드는 불쾌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내가 지시한 사항이 반영되어 있단 말인지, 새로 부임했고 여성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수 차례 독대를 통해 중요한 사항을 꼭 집어줬는데, 그런 내용은 하나도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팀장들에게 회식자리에서 조언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지원하라고 했는데, 아이디어가 많던 길 팀장과 정 팀장의 의견은 어디로 가고 쏙 빠져 있는지, 장 부사장의 눈에 나 상무의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불만투성이였다.
입사하자 마자 3개월 안에 무언가 새로운 기획 안을 내겠다고 했을 때는 대견하기까지 했고, 자연스레 기대도 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다른 팀장들, 하다 못해 나 상무를 팀장으로 맞이한 팀원들, 특히 같은 여성 팀원들 조차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 답답한 것은 장 부사장이 이런 주변의 평과 자신의 의견을 나 상무에게 전달하는 게 편치 않다는 것이다. 남자 팀장들에게 하듯이 야단을 치기도 그렇고 술자리를 빌어 예기할 기회도 마땅치 않고. 장 부사장은 어떻게 해야할까?
여성이 아닌 동료로 인식하자
최근 모 케이블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 ‘남녀탐구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남녀의 행동을 희화하여 남자와 여자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다른 종족인 듯 묘사한다.
하지만 여성이라도 같은 조직의 구성원이 된 이상, 이들을 생물학적, 사회문화적으로 다른 이성으로 보기 보다는 조직의 핵심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며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
장 부사장은 여 팀장을 외부 영입 전문가로만 바라보고 있다. 당장 조직에 모자란 무언가를 채워주겠지만 장기간 같이 성취하고 성장해 나갈 동료이자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듯 하다. 그렇기에 공식적으로 권한을 주고도 길 팀장이나 정 팀장으로 하여금 수시로 나 상무가 하는 일에 관여하게 하고, 나 상무에 비해 훨씬 비전문가인 다른 팀원들이 쑥덕이는 예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장 부사장 자신이 공식회의 석상이나 비공식 대화채널을 통해 여나상무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더라면 아마도 나 상무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주변의 견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장 부사장이 나 상무에게 일을 맡기고도 공식·비공식적으로 믿음과 신뢰를 보여 주지 못했다면, 외부에서 온 나 상무를 보스나 동료로 맞이한 구성원들은 장 부사장에게 기회만 되면 나 상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기에 남성에 비해 제약이 많다’라는 편견을 버려야
여성과 일 할 때 나타나는 남성의 반응 유형 중 대표적으로 잘못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상대가 여성이니 어려운 일은 내가 도맡아 하거나 대신해 주며 편의를 봐주는 것이고, 둘째는 여성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냐며 비핵심적인 업무만을 맡기는 경우다.
여성이기에 밤을 새우며 일하기도 어렵고, 영업전선에서 접대를 하기도 어렵고, 육아 문제로 주말에 근무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편견 또는 배려가 오히려 여성의 성장기회와 발전기회를 막을 수 있고, 또한 여성인재를 사장시킴으로 인해 조직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이런 태도는 나아가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타이어 제조업체 굿이어(Goodyear)에서 20년을 근속한 레드베터(Ledbetter)라는 여성 관리자가 상사들로부터 남자 동료에 비해 불합리하게 낮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며 소송을 했다. 이 문제가 전체 기업으로 번지자 미국 기업들이 소송을 피하기 위한 합의금 쓴 돈이 6800만 달러에 이른다.
사람마다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과 행동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훌륭한 기획으로, 어떤 사람은 열심히 현장을 누비면서, 어떤 사람은 폭넓은 인간관계로, 어떤 사람은 밤낮없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성과를 낸다. 개별 구성원이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업무를 남녀 차별 없이 배분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나 상무의 팀원, 특히 여성 팀원들조차도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 상무와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불평이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나 상무의 업무 스타일이나 대인관계에 기인하기 보다는 그간 장 부사장이 여성인력을 육성하고 개발하는 데 소홀한 데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간 장 부사장 휘하의 여성 팀원들이 지원이나 비핵심업무를 주로 해오며 중추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여성 상사, 여성 프로젝트 리더와의 업무진행이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또한, 나 상무와 같은 수준의 상위직급으로의 상승에 대한 열망이나 비전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나 접근방법을 익히고 수행해야 하는 과정이 껄끄러운 일일 수 있다. 장 부사장은 나 상무 영입을 계기로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여성인력 개발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역할’에 따른 권한위임을 평소보다 더욱 명확하게 해야
개인적 성취를 통해 조직에서 인정받고 더 큰 경력목표를 향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사내 경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이 점에서 여성은 이 점에서 남성에 비해 상당히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여성직원들 사이에도 강력한 비공식 커뮤니티가 있다. 실제 일본의 모 소비재 유통업체의 경우 신임사장 취임 후 채용방침을 전환하고 높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여성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으나 이들 대부분이 2년을 버티지 하고 이직했다. 원인을 조사해 보니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의 언니네트워크였다. 과거 입사한 여성인력 중 상당수가 경력발전이나 승진 등을 포기한 상황에서 그저 생활의 일환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애환과 감정을 서로 터놓고 공유하는 비공식적 모임,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비공식네트워크 형성시켜왔던 것. 이들이 새로 부임한 사장의 여성 중시 채용 패러다임을 환영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책으로 유리한 기회를 보장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여성인력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시키며 업무 과정에서 배격하고 고립시켰다.
나 상무를 쉴새 없이 비난하는 같은 팀의 여성동료들도 어쩌면 이미 형성된 ‘언니네트워크’의 일원일 수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비공식적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하는 나 상무의 업무 외적인 단점 또는 자신들의 기존 정서와 맞지 않는 행동들은 전광석화와 같이 조직에 퍼질 것이고, 남성 동료와 상사의 귀에도 금방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들은 나 상무와 같은 전문가도 아니며 그러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말해 사실이 아닌 다분히 감정적 정보들이다. 하지만 이미 퍼진 부정적인 소문과 평가는 나 상무가 채 그 싹도 틔우기 전에 그녀의 조직 적응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할 남성 상사와 동료들이 편견을 가지게 유도할 수 있다.
여성도 당연히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창구를 원한다. 회사는 이와 관련하여 여성이 현실적으로 처할 수 밖에 없는 불리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상무가 비공식적 자리에서 길 팀장과 정 팀장에게 나 상무를 도와주라고 한 커뮤니케이션 방식 보다는 관련된 사람이 모두 참여한 공식적인 회의 석상 또는 문서로 나 상무가 목표 완수를 위해 부여 받은 책임, 권한, 역할은 물론 도움을 얻을 수 있거나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보고와 참조해야 할 상사들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해 주는 편이 바람직하다.
아무래도 관리자로서의 경험과 발전 경험이 있는 여성이 후배여성의 육성을 촉진시켜 준다면 불평과 감정해소에 초점을 맞춘 비공식 언니네트워크 보다 더욱 발전적인 공식적 여성 네트워크로 성장시켜야 한다. 조직 내 여성 롤모델을 설정하고 이들을 여성을 위한 경력조언가(Career Coach)로 활약하게 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다만, ‘누가 누구의 멘토이고 경력조언자다’라는 식으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기계적, 일방향적으로 짝을 지워주는 식의 방법은 효과가 없다. 여성에 대한 경력조언자 및 육성을 여성 중간관리자와 임원의 중요 역할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사내에 알려 여성 구성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조언자와 피조언자는 서로가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소통 방식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자
여성임원들이 남성 부하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불만을 들어보면 가장 빈번한 반응이 ‘내가 제시하는 아이디어, 방향, 지침을 그대로 따르려 하지 않는다’였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남성들이 여성을 상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실제 원인은 남성과 여성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있어서의 미묘한 차이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여성상사는 남성 부하직원에게 지시할 때 “~와 같은 방식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때요?”, “A보다 B가 더 조금 더 나아 보이는데요” 와 같은 완곡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남성은 이를 여러 대안 중의 하나로 고려해 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재 여성 상사의 의도는 “~방식으로 진행하라”, “A는 아니니 다른 대안을 찾아봐라”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사에게서 피드백을 받을 때는 완전히 다르다. 여성은 상사의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상사가 “~~와 같은 방식으로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A도 같이 검토해 보세요”라고 피드백을 준다면 여성 부하직원은 말 그대로 기존 방식과 함께 또 다른 대안을 검토해 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남성 상사가 여성에게 직설적이고 확신적으로 지시하면 기분이 상할까 걱정하여 완곡히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의사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장 부사장은 수 차례 미팅으로 나 상무에게 필요한 사항을 꼭 집어 알려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생각이 나 상무의 보고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아마도 “~와 같은 컨셉이 반드시 브랜드 홍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에 반영되야 합니다”와 같은 명확한 자기 의사표현을 하지 않아서 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 임원들은 이른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기 좋아하는데, 알맹이와 체계가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전략과 비전은 뒤집어 보면 ‘그럴듯한 큰 그림’에 불과하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여성 전문인력들은 뜬구름 잡는 예기 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해와 객관적 정보에 기반해 업무를 추진해 나가기를 원하다. 장 부사장의 아이디어가 큰 그림만을 제시해 준 것이었다면 이제 조직에 새로 합류한 나 상무가 이를 체계화해 보고서에 알차게 담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또는 그 큰 그림을 그대로 보고서에 그려내기 보다는 보고서 어딘가에 장 부사장의 큰 그림이 스케일은 작지만 구체적인 전술이나 프로그램으로 제시되어 있을 수 있다. 몇 장 넘기면서 받은 인상으로 보고서를 판단하지 말고 나 상무에게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주요 메시지와 핵심 내용을 설명 듣고 의문과 불만 사항은 이 과정에서 질문해 가면서 파악해 나가는 편이 효과적이다.
여성 구성원의 개발을 지원하고 조언하는 것을 두려워 말자
장 부사장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나 상무에 대한 주변의 나쁜 평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 할 것인가이다. 평소 여성 구성원과 심도 있는 업무협의나 경력코칭의 기회가 적었던 대다수 남성 임원의 경우, 장 부사장과 유사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지속적으로 여성 구성원과의 심도 있는 업무협의, 상사로서 동료로서의 경력코칭과 피드백 기회를 늘리며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향후 여성 구성원은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더 이상 팀 내 조직 내 홍일점이 아닌 상당한 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여성과의 효과적 협업 리더십 없이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여성 구성원 개인과 대화 자체를 피하는 남성 임원이 많다. 하지만 본인이 사심 없이 진심으로 해당 여성 구성원의 발전을 위해 업무와 경력에 대한 지시 및 조언을 해 준다면, 결코 쉽게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는다. 업무지시의 경우 공식적으로 모든 팀원이 모인 자리에서 함으로서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도 효과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을 지 모르나, 개개인의 잘못된 부분과 잘 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피드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력개발과 리더십 코칭의 경우 대부분 일 대 일 면담을 통한 쌍방향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방식은 때로 조직에서 잘 나가는 여성들에게 누가 봐준다는 낙인의 희생양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그냥 루머일 뿐 실재 그녀들의 성공은 그녀들의 피나는 노력과 처세의 결과이다. 남성 임원과 리더들은 무엇보다 그러한 루머와 소문에 귀를 닫아야 하고, 실재 업무를 통한 관찰과 경력코칭 과정 상의 대화를 통해서 여성을 평가하고 육성해야 한다.
장 부사장이 들은 나 상무에 대한 불평불만도 사내 공식 다면평가결과가 아니고, 또한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도 아니기 때문에 나 상무를 판단하는 결정적 근거로 채택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나 상무에 대한 피드백의 주요 내용이 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다만, 보고과정을 통해 장 부사장의 느낌이 사내 구전되는 여 상무에 대한 평가와 유사하여 문제점을 느낀다면, 좀더 자주 나 상무와 업무협의 기회를 가지면서 나 상무의 리더십과 업무 스타일에 대한 장·단점 파악 기회를 늘리며 나 상무에 대한 개인의 평가를 구체화 시켜 나가고, 동시에 나 상무와 실제 일을 같이 하여온 팀원과 동료들 가능한 모두에게 구체적인 상황과 사례를 근거로 나 상무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평판을 들어보아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나 상무에게 장 부사장 본인과 부하직원, 그리고 협력하는 동료들이 느끼는 나 상무 업무 스타일의 수용 상의 이슈를 피드백하고, 동시에 나 상무로 하여금 왜 그런 인식이 형성되었는지를 추측하게 하여 오해를 풀거나 개선시키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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