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원래 이 말은 유대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의
"다윗왕의 반지"에서 나왔다.
다윗왕이 어느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하였다.
"날 위해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그 반지에 새길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는데,
이때 솔로몬 왕자가 일러준 글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라고 합니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뭘 망설이나?
이 또한 지나간다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 하나
나를 위해 웃어줄 사람 하나
이 또 한 지나간다
뭘 두려워 하나?
이 또 한 지나 간다
나를 기억해줄 사람
나를 그리움으로 담아줄 사람
이 또 한 지나간다
-랜터 윌슨 스미스-
최근 지인으로부터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선물 받았는데, 그 시집 속에 담겨 있는 시편들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시가 바로 이 시다. 군 생활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고3 수험생활이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직장생활이 제아무리 어려울지라도 다 지나갈 것 아니겠는가.
#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일주일이 돼가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일지라도 사람들 입에 회자(膾炙)된다. 이런 가운데 그녀의 좌우명 또한 화제다. 말인즉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본래 이 말은 유대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의 ‘다윗왕의 반지’에서 나왔다. 다윗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정작 거기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때 왕자가 일러준 글귀인즉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승리에 오만해지지 않기 위해 다윗왕이 자신의 반지에 새겨 넣고 몸에 지녔다는 이 말을 좌우명 삼아 김연아는 그 모진 훈련을 견뎌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세계 정상에 올랐음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받은 그 모든 황홀한 찬사도 순간 덧없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지혜로운 그녀는 알아야만 한다. 결국 권력도 명예도 부도 사랑도, 실패와 치욕과 가난과 증오도 모두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사실 이것은 비단 김연아만의 좌우명이 아니다. 골프여제 박세리도,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이 말을 되뇌며 슬럼프를 극복하고 나아갔다. 하지만 이 말이 운동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삶의 신맛, 짠맛,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으로 깨닫고 가슴과 뇌리에 이렇게 새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부인 문희자 선생이 동인(同人) 작품 전시회를 연다는 말에 오랜만에 인사동의 한 갤러리를 찾았다. 그중 눈길이 간 것은 밤이 지새도록 버선을 꿰매고 다듬이질을 하던 어머니를 회상한 작품이었다. 새하얀 버섯에 양초를 꽂아 마치 음표처럼 줄줄이 벽에 걸고 아래엔 다듬잇돌과 방망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 작품을 보면서 나는 문득 문 선생의 어머니가, 아니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밤을 지새우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며 이렇게 되뇌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대학교수 시절에 가르쳤던 제자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옮겼는데 이번 달 월급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가 앞서 전직한 주된 이유가 전 직장에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였는데 말이다. 이처럼 큰 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죽을 맛인 곳이 수두룩하다. 어떤 이는 외환위기(IMF) 때보다도 힘들다고 말한다. 차라리 그땐 모두 힘드니 오히려 그걸 위안 삼았는데 지금은 남들은 괜찮은 듯 보이는데 나만 추락하나 싶어 그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아직 젊고 팔팔하기에 나는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달궈놓았던 것들이 식으면서 우리는 다시 냉랭한 현실과 마주한다. 세종시 문제에 눈 팔려 있는 대통령과 정부도 날이면 날마다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백수들과 한창 일할 나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에서 밀려난 중장년들은 더욱 넘쳐난다. 평일 대낮인데도 지하철을 타보면 등산복 차림이 적잖다. 등산복이 많이 팔리는 것은 계절적 수요만이 아니다. 할 일 없어진 그들이 산에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이리라. 그들에게 나는 차마 이 말을 해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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