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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사이야기

드라이버로 골프공 날려보냈더니… 모터사이클보다 300m 경주 빨랐다

惟石정순삼 2010. 5. 19. 09:42

0.22 빠른 평균 8.76초… 스포츠형 세단은 10.50초

골프는 엄청난 스피드가 숨어 있는 스포츠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윙 스피드이다. 폭발적인 장타가 특기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200㎞를 넘나든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바람 소리를 뒤로 남기며 총알처럼 뻗어나가는 것도 골프에서 느낄 수 있는 스피드의 매력이다.

300여m를 날아가는 프로골퍼 장타자들의 드라이버 샷은 얼마나 빠를까. 국내 남자 골프에서 손꼽히는 장타자 배상문(24)은 최근 이색적인 속도 대결을 펼쳤다. 자신이 드라이버(캘러웨이 FT 투어)로 친 공으로 스포츠형 세단(벤츠 C63 AMG·배기량 6208㏄), 모터사이클(혼다 VFR1200F·배기량 1237㏄)과 '300m 속도 경주'를 벌인 것이다.

배상문의 드라이버 샷은 압도적인 초속(시속 236㎞)을 앞세워 모터사이클, 자동차보다 빨리 300m 지점을 통과했다. 실제 대결은 두 그룹(드라이버 샷—모터사이클, 드라이버 샷—자동차)으로 나뉘어 진행됐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합성했다. /한국캘러웨이골프 제공

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파워텍 아스팔트 주행로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배상문은 출발 신호와 함께 300m 전방의 결승선을 향해 힘차게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시동을 건 상태로 대기하던 벤츠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운전자도 전속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정확히 임팩트 된 골프공은 처음엔 월등히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갔지만 점점 속도가 떨어졌다. 반면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는 가속을 붙이며 시간이 갈수록 빨라졌고 결승선 부근에서는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졌다.

5차례 테스트 결과는 드라이버의 완승으로 끝났다. 배상문의 샷은 280여m를 날아가 아스팔트 위를 통통 튀면서 300m 지점을 통과하는 데 평균 8.76초가 걸렸다. 자동차보다 민첩하게 가속되는 모터사이클이 평균 8.98초로 2위, 자동차가 평균 10.50초로 3위였다. 속도로 환산하면 배상문의 샷은 300m를 평균 시속 123.3㎞로 날아가 모터사이클(시속 120.3㎞)과 스포츠형 세단(시속 102.9㎞)을 따돌렸다.

이날 배상문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157㎞, 임팩트 직후 골프공의 초속은 시속 236㎞로 측정됐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여서 볼 스피드가 평소보다 시속 20㎞ 정도 덜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도 이종(異種) 스포츠 간의 흥미로운 스피드 경쟁이 있었다. 스피드의 대명사인 F1(포뮬러 원) 경주차는 초음속 전투기와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독일)는 2003년 이탈리아의 한 공군기지에서 페라리 경주차를 몰고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와 레이스를 벌였다. 슈마허는 600m 구간을 9.4초에 달려 전투기를 0.2초 차이로 앞섰지만 900m와 1200m 구간에서는 비행기의 속도를 당해내지 못했다. 전투기도 정해진 구간에서 날지 않고 달린다는 조건의 경주였다. 2008년엔 F1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
영국)과 베이징올림픽 사이클 3관왕 크리스 호이(영국)가 1㎞ 트랙에서 스피드 대결을 벌이는 이벤트가 추진됐다. 그러나 행사 당일 미끄러운 도로 사정으로 대결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