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챔피언십 제패한 '야생마' 양용은
1972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고자 친구 소개로 제주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공 줍는 일을 하며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1년 제대 뒤 제주시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오라골프장을 찾은 프로 선수들의 골프 동작을 눈으로 익히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양용은은 당시 조명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연습장에서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라이트를 끌어다 놓고 연습한 뒤 낮에는 아르바이트일을 하는 고단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골프는 돈 있는 부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다. 농사나 같이 짓자"며 골프 하는 것을 말렸지만 양용은은 하우스용 파이프를 골프채 삼아 몰래 연습을 하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6년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 이듬해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신인왕을 차지했으나 상금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고작 1천200만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골프 선수로는 가족 부양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양용은은 골프에 대한 미련으로 연습에만 매진했다.
레슨 코치로 일하면 생활에 부족하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생활하다가 이름 없이 사라져 버린 많은 유망주를 봤기에 양용은은 골프 레슨을 하지 않고 찬밥에 물을 말아 먹으면서 연습과 대회에만 참가하는 고난의 길을 택했다.
거친 제주도의 바람과 함께 살아온 '바람의 아들' 양용은에게 드디어 봄날은 찾아왔다.
양용은은 2002년 SBS 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욕심에 국내 최강자 자리를 눈앞에 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3년 일본 프로골프 퀄리파잉스쿨에 수석 합격한 양용은은 2004년 2승 등 통산 4승을 거두며 일본 무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양용은은 이번에는 세계의 문을 두드렸고 2006년 11월 유럽 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당시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우즈의 7연승을 저지했다는 의미에서 '호랑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려하게 세계 골프계에 등장했지만 그 해 12월에 열린 PGA퀄리파잉 스쿨에서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또 HSBC 대회 우승 등으로 쌓은 랭킹을 바탕으로 2007년 PGA 투어 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마스터스 공동 3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당시 1년간 PGA 투어에서 모은 상금이 5만3천달러에 불과해 웬만한 월급쟁이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잇따른 부진한 성적으로 HSBC 대회 우승도 어쩌다 한 번 찾아온 행운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거친 삶을 살아온 '제주 야생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양용은은 2007년 '2전3기' 끝에 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2008년 예선으로 밀려난 끝에 2009년에야 다시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퀄리파잉스쿨 성적이 좋지 않아 대기 선수로 있다가 출전 기회를 얻은 양용은은 지난 3월 열린 PGA 투어 혼다클래식을 제패하며 2006년 HSBC 챔피언스 제패 이후 28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뷰익 오픈에서 5위, RBC 캐나다 오픈에서 8위를 차지하면서 끊임없이 정상에 도전하다 결국 이번에 다시 한 번 타이거 우즈를 꺾으면서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정상에 올랐음을 세계에 입증했다.
양용은은 골프 황제를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이젠 대기자의 설움도, '너는 안된다'던 눈총도 받지 않고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골프 연습장에서 볼보이로 어려운 시기를 거친 양용은은 이날 우승한 뒤에야 "고향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기뻐하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양용은(37. 테일러메이드)이 메이저대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양용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차스카의 헤이즐틴GC(파72. 767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91회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기록, 1-4라운드 합계 8언더파로 타이거 우즈(합계 5언더파)를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양용은의 이번 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은 아시안 골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타이거 우즈는 경기 후반 7언더파로 2위로 내려앉았고, 막팍 3개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뒷심부족으로 합계 5언더파까지 내려가 "Y.E. Yang"에 무릎을 꿇었다.
양용은은 15번홀까지 2언더파를 기록, 합계 8언더파, 우즈는 1오버파로 합계 7언더파를 기록했다. 긴박한 순간의 마지막 3개홀. 양용은은 긴장한 듯했다. 그러나 우즈는 더욱 긴장했고 샷 정확도가 떨어졌다.
다음은 승부처였던 16번홀부터 경기내용이다.
*16번홀: 양용은의 2번째 샷이 호수로 떨어질 뻔했다. 만약 공이 떨어졌다면 양용은은 1위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은 그러나 기적처럼 온그린이 됐다. 3미터만 오른쪽으로 날아갔어도 공이 굴러 떨어졌을 것이다. 양용은은 파4의 홀을 무사히 이븐파로 마쳤고 우즈도 역시 이븐파로 16번홀을 끝냈다. 여전히 양용은이 8언더파로 7언더파의 우즈에 앞섰다.
*17번홀: 파3의 짧은 홀. 양용은은 첫 샷을 온그린했지만 우즈의 첫 샷은 러프로 공이 날아갔다. 양용은이 우즈와의 간격을 2타차로 벌릴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우즈는 세컨드샷도 홀컵에 제대로 붙이지 못해 보기로 홀을 마칠 위기를 맞았다. 러프의 잔디가 깊었다.
그린에서 퍼팅을 했던 양용은도 세컨드샷에서 너무 짧게 쳐 홀컵에 바짝 붙이지 못하고 말았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다.
우즈의 3번째 샷. 파퍼트가 홀컵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우즈는 보기로 홀을 마쳤다. 우즈는 합계6언더파로 한 단계 내려갔다. 양용은도 3번째 샷에서 파세이브를 노렸고 회심의 퍼트를 했지만 공은 홀컵 주변을 돌아 빗겨나가고 말았다. 역시 보기. 양용은도 7언더파로 마지막 홀로 향했다. (양용은 7언더파 vs. 우즈 6언더파)
*18번홀: 양용은의 티샷은 아주 좋았다. 거리가 좋았고 페이웨이에 안착했다. 우즈의 티샷도 마찬가지였다. 긴장되는 순간이 점점 다가왔다.
양용은의 세컨드샷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홀컵 바로 근처로 붙이는 놀라운 샷이었다. 관중석에 있던 팬들은 환호를 하면서도 충격을 받은 듯했다. 우즈의 세컨드샷이 온그린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마지막홀을 버디로, 우즈는 보기로 마쳤다. 1타차였던 두 선수는 순식간에 3타차로 벌어졌다. 결과는 양용은 8언더파, 우즈는 5언더파. 양용은의 3타차 승리였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시안 골퍼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양용은은 시상식 인터뷰에서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해 "침착하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한국에서 반응이 어떨것 같은가'라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것 같다.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양용은, 한국인 최초로 PGA 메이저대회 우승
(AP=연합뉴스) `바람의 아들' 양용은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 정상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양용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천67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09.8.17 hkmpooh@yna.co.kr |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최종 라운드의 의상 콘셉트는 백의민족이었죠"
17일(한국시간) 아시아 남자로서는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접전을 끝낸 뒤 비로소 여유를 찾았다.
양용은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새벽에 한국의 팬들이 열렬히 응원해 주실 것으로 알고 상,하의는 물론 골프화까지 모두 흰색으로 차려 입었죠"라며 밝게 웃었다.
2006년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했을 때는 우즈와 같은 조가 아니어서 긴장감이 덜했다는 양용은은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치고 나니 진짜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아직도 우승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집중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10월 중에는 한국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양용은과 일문일답.
--2006년 HSBC챔피언스 대회에 이어 다시 우즈를 꺾었다.
▲그 때는 우즈와 같은 조가 아니어서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즈와 같은 조에서 경기했고 진짜 이긴 것 같다. 그 때보다 기쁨이 더욱 크다.
--14번홀(파4) 이글로 승기를 잡았는데.
▲우즈가 첫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번째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나도 기회가 있었기에 바짝 붙인다는 생각으로 52도 웨지로 칩샷을 했는데 들어가 버렸다.
--오늘 가장 큰 고비가 있었다면.
▲편안하게 경기를 했기에 큰 고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고비를 꼽자고 한다면 11번홀 (파5)이었다. 나는 세번만에 그린 위에 볼을 올렸는데 우즈는 두번만에 볼을 올렸고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그 순간 나와 우즈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고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다음 홀(12번홀)에서 우즈가 보기를 하고 나는 파로 막으면서 우승의 가능성을 보았다.
--17번홀(파3)에서 파퍼트만 넣었더라면 우승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었는데.
▲오르막 퍼트였는데 임팩트가 잘 되지 않았다. 다행히 우즈도 보기를 했다.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 들었는가.
▲18번홀(파4) 그린 위에 올라갈 때까지 우승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록 우즈가 두번째 샷을 그린 옆 러프에 빠뜨렸지만 그런 곳에서도 칩샷으로 버디를 낚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우즈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들어갈 때까지 우승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앞으로 일정과 한국팬들에게 한마디.
▲다음 주 대회를 쉬고 27일 개막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대회 바클레이스에 출전한다. 플레이오프 대회는 모두 출전할 것이다.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프레지던츠컵 등 각종 이벤트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새벽부터 응원해 준 한국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한 것 같다. 후원사와 상의해 오는 10월 한국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 그 때 귀국해 팬들에게 인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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