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 메릴랜드주의 컹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시작되는 AT&T PGA 대회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은 한국계 선수들의 3연속 우승 여부일 것이다. 2007년부터타이거 우즈(Woods)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최경주, 앤서니 김(Kim) 선수가 잇달아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주목받았다.
그런데 이 대회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골프팬뿐만 아니라 유명 운동선수와 우리 정부, 기업체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시사점이 있다. 이 대회는 상금 600만달러가 걸린 PGA 투어 경기 중의 하나지만 미군 및 그 가족들에 대한 예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회의 주최자인 우즈가 이 대회의 인터넷 사이트 홈페이지에 띄운 인사말은 현역·예비역 미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여러분의 군 복무를 찬양하면서, 여러분의 희생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와 지지의사를 표명합니다. 우리 미국인들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용기와 용맹 때문입니다."
PGA와 타이거 우즈 재단은 미국의 통신회사인 AT&T의 지원을 받아 미군의 사기를 고양하고 애국심을 북돋우기 위해서 이 대회를 기획했다. 매년 대회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전후해서 개최된다.
이번에도 1·2회 대회처럼 미국의 현역 및 예비역 군인과 가족들이 다수 초청됐다. 미 국방부를 통해 1인당 최대 30달러짜리 입장권 3만여장이 무료로 배포됐다. 경기가 진행되는 골프장의 4번 홀 옆에는 군인 가족을 위한 특별 텐트를 설치, 햇볕을 피하고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해 선물꾸러미를 포장해서 전달할 수 있는 미군위문협회(USO)의 텐트도 만들어진다.
지난해 7월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이 대회에 관람객으로 참석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골프장 곳곳에 도열해 있던 미군들이었다. 정복 차림의 군인들은 골프장 곳곳에서 경기의 진행을 도왔다. 1번 홀에서 미군의 절도 있는 구령에 맞춰 프로 선수들이 티샷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참전용사 모자를 쓴 노병(老兵)들이 손자들과 함께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군 부모를 둔 어린이들이 개회식에서 프로 골퍼 프레드 커플스(Couples)와 함께 1번 홀에서 티샷을 했다. 올해는 미국 101 공수사단 병사들이 티샷할 골프공을 전달하고, 최근에 부상당한 미군들이 우즈와 함께 티샷을 하도록 돼 있다.
34세밖에 되지 않은 우즈가 군인을 존중하고 추모하는 이 행사를 개최하는 데는 예비역 육군 중령인 아버지 얼 우즈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 밖에도 프로 골프대회와 자칫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군 예우행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미국 사회 전체에 흐르는 전통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예우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 사회에서 이념과 남녀노소(男女老少)를 초월해서 합의돼 있다. 한국과는 달리 제복(制服)을 입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은 유별나다. 야구장이나 농구장, 심지어 음악회에서도 군인·경찰·소방대원들을 일으켜 세워 박수를 받게 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우즈와 PGA, 미 국방부와 AT&T는 힘을 합쳐서 미국의 멋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한 이들을 위해 규모 있는 행사를 엄숙하게 치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이제는 이와 함께, 운동경기나 문화행사에서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예우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한 때가 됐다. 그런 면에서 AT&T 골프 대회가 한국에 중계될 때, 한국계 선수들의 선전(善戰) 소식이 들려올 때, 이 대회의 유래를 한 번쯤 되새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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