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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스윙으로 자석에 달라붙듯 온 그린

惟石정순삼 2009. 2. 25. 20:44

'EPGA 최연소 우승' 대니 리 샷의 비밀
          왼발에 무게 60% 주고 친 공, 높이 날고 잘 멈춰
             핀 직접공략 가능… 우즈 비디오 보며 스윙 공부

 

그가 친 볼은 새까맣게 하늘로 치솟아 천천히 지면에 떨어진다. 이어 "턱"하고 페어웨이나 그린에 떨어진 볼은 마치 쇠붙이가 자석에 달라붙는 것처럼 거의 구르지 않는다.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날려 보내도 런(run)은 5~10야드 남짓. 타이거 우즈의 드라이버 샷이 12~15야드 가량 런이 발생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아이언 샷은 더 극단적이다. 250야드나 보내는 2번 아이언 샷으로 그린에 떨어뜨린 볼도 약간 움찔할 뿐 거의 구르지 않는 편이다. 보통 아마추어가 이 정도 거리를 때렸다면 그린을 훌쩍 넘기기 일쑤일 것이다.

 

지난 22일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유럽프로골프투어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18세213일)을 세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Danny Lee·한국명 이진명). 그의 샷은 PGA투어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장르'로 분류된다. 이번 주말 무나 클래식 출전을 위해 호주에 있는 대니 리와 그가 어렸을 때 골프를 직접 가르쳤던 티칭 프로 출신 어머니 서수진씨로부터 '대니 리 샷의 비밀'을 들어봤다.

 

◆체중 배분 왼발 60%, 오른발 40%

대니 리는 "왼쪽 발에 60%, 오른쪽 발에 40%의 힘을 준다는 생각으로 어드레스를 한다"고 말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보통 체중 배분을 50대 50으로 하거나, 오른쪽에 약간 더 체중을 싣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백스윙도 되도록 클럽을 길게 뺀다는 느낌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니 리의 경우 왼쪽에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에 가파르게 올라가는 업라이트 스타일에 가깝다. 이렇게 올라간 헤드는 볼을 치는 다운스윙 때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볼을 찍어 친다. 그래서 탄도도 높아지고 스핀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니 리의 설명이다.


고탄도 장거리 샷을 만드는 또 하나의 비결은 엄청난 체력이다. 대니 리는 배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윗몸 일으키기 300개를 한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돼 10분이면 뚝딱 해치운다고 한다. 하체 힘을 기르기 위해 1시간씩 한 발로 뛰어다니기도 한다. 대니 리는 "원하는 탄도와 스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결국 체력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곳에 볼 세울 수 있어야"

대니 리가 왼쪽에 체중을 더 싣는 스윙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 영향이 컸다. 어머니 서수진씨는 "백스윙 동작에서 다리가 오른쪽으로 밀리는(스웨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왼쪽에 체중을 더 싣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대니 리는 자기 구질과 관련해 "볼을 원하는 곳에 세워야지, 많이 굴러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은 정말 싫다"고 했다. 이런 구질 덕분에 '핀을 향해 곧장 쏘는' 과감한 코스 공략도 가능하다. 그는 지난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까다로운 파3 홀에서 하늘 높이 치솟았다 핀 주변에 박히는 듯한 샷으로 상대를 KO시켰다.


 


▲ 대니 리의 드라이버 샷 연속 스윙 사진. 어드레스 때 왼발 쪽에 체중을 더 싣고, 스탠스의 넓이도 어깨너비보다 더 넓게 서는 편이다. 이에 따라 백스윙 궤도가 약간 가파르게 올라가게 돼 업라이트 스윙 (upright swing)에 가깝다. 다운스윙도 가파르게 내리찍는 스타일이어서 볼의 스핀이 많아진다. 이런 스윙 스타일 때문에 볼이 떨어진 뒤에 런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 비디오 보고 공부

대니 리는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인천 골프 연습장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뒤 티칭 프로인 외삼촌과 어머니에게 주로 배웠다. 방과 후 오후 4시간, 저녁식사 후 밤 12시까지 강훈련을 했다. 뉴질랜드로 이민간 뒤에도 로토루아 보이스 하이스쿨에 있는 골프 아카데미에서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배웠을 뿐 유명 코치로부터 특별 레슨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대니 리는 "타이거 우즈의 책들과 스윙 비디오를 많이 봤다"며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만한 스윙을 갖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민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