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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공항'된 지방공항… 책임질 사람은 없다

惟石정순삼 2009. 2. 9. 08:56

 

'한화갑 공항<무안공항:이용률 2.5%>' '유학성 공항<예천공항: 2004년 폐쇄>'

… 책임질 사람은 없다

수요예측 없이 '實勢' 지시에 무턱대고 건설 국민에게 큰 손해… 정책實名制 대책 세워야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지방공항들이 천덕꾸러기를 넘어 국가적인 재앙으로까지 전락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양양·무안·울진·김제·예천 공항 등 문제투성이 공항을 짓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유력 정치인들과 해당 도지사와 시장·군수, 당시 정책을 추진한 장·차관과 실무 국장 등 공무원들까지 아무도 책임지거나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정책 추진자의 의도에 맞추어 엉터리 수요 예측을 해준 용역업체 전문가들도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울진공항은 일명 '김중권 공항'이라고 불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였던 김중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항 건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에서 유래한 것이다. 2000년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이용객이 50명에 불과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지만 공사를 강행한 것은 당시 정권 실세였던 김 전 실장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결국 정권이 바뀐 2004년 감사원은 "여객 수요가 과장됐으니 재검토하라"고 지적했고 공사가 중단됐다. 중단된 울진공항 건설에 들어간 혈세는 이미 11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감사원도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담당 공무원을 문책하라는 주문은 내놓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청와대 비서실장 할 때 지원한 것은 맞지만, 울진이 우리나라 제일의 교통 오지라 초선 때부터 추진한 일"이라며 "공사를 중단한 것은 정부가 잘못한 일로, 한번 운항을 시작하면 수요 유발 효과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객이 적어 2004년 폐쇄한 예천공항은 5공 당시 이 지역 출신 실세의 이름을 따 '유학성 공항'이라고도 불렸다. 1989년 개항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인 유학성(작고)씨가 공군비행장을 민간공항으로 변신시켜 민간 비행기를 띄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항 수요가 줄고 있는데도 수용 능력을 대폭 늘린 신청사를 신축한 것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둔 1999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경북 영주와 안동을 방문해 공항 확장을 약속했다. 당시 여권은 영남 교두보 확보가 최대 정치적 목표 중 하나였다. 결국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공항 수요가 급감하면서 예천공항은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정책 판단을 잘못해 386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는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무안공항은 '한화갑 공항'이라 불린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무안공항은 한화갑이가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무안과 김제 공항 건설을 확정한 이정무 전 건교부장관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이 있었다. 특히 호남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결정한 과정들이 있었다"고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항공대 이영혁 교수는 "정치적 압력을 받았겠지만, 결국 고속도로와 고속철 등 다른 교통수단들과의 경쟁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책임을 질 문제"라고 말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용역기관이든 공무원이든 책임을 물어 예산 손실의 일부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정책 실명제'를 명확히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엉터리 연구용역을 수행한 기관에는 다시는 공공 프로젝트 수주를 맡기지 않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500억 양양공항 99일째 승객 '제로' '유령공항'된 지방공항
                            14개 지방공항 중 11곳이 작년 적자
지난 6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양양국제공항. 연면적 2만6130㎡(7904평) 크기의 여객터미널은 승객 하나 없고 난방도 나오지 않아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이 공항은 지난해 11월 1일 일본발 대한항공 전세기가 착륙한 것을 마지막으로 99일째 '승객 제로(0)'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공항 관리를 위해 아직도 7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영동권 관광 거점 공항'을 모토로 3567억원을 들여 완공됐다. 그러나 승객 감소로 2006년 129억원 적자, 2007년 105억원 적자에 이어 지난해 101억원 적자로 3년째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개항 이후 누적적자는 598억원. 주변 고속도로 확장 등 환경 변화를 전혀 예측 못하고 일단 짓고 보자는 마구잡이 행정의 결과였다.

지난해 이 공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6명이었다. 국제선은 하루 평균 4.6명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이 공항에서 일한 인원은 공항공사 직원 26명과 정부기관 8명, 청소 용역 등 협력업체 112명을 포함해 146명에 달했다. 직원 수가 승객보다 5배나 많은 셈이다.
손님도, 비행기도 없이 건물만 있는 '유령공항'은 이곳만이 아니다. 경북 울진공항은 AFP가 선정한 '2007년 황당뉴스'에 선정됐다. '한국에는 1억4000만달러를 들여 지었는데 항공사들이 취항을 원치 않는 지방공항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울진공항은 감사원이 '여객 수요가 과장됐으니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지적에 따라 2005년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전북 김제공항은 2004년 5월부터 공사 중단 상태에 있다. 감사원이 수요 예측을 과대포장했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 480억원을 주고 산 공항 부지 157만㎡(47만5000평)는 배추와 고구마를 심는 농민들에게 연 1억~2억원을 받고 임대해 주고 있다.

2007년 개항한 전남 무안공항은 연간 수용능력이 519만명으로, 지방공항 중 김해와 제주공항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들어간 공사비는 301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이용객 수는 13만명 수준으로 공항 수용능력 대비 이용객 수는 2.5%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무안공항 개항 당시 공항으로 접근하는 도로 등 주변 인프라도 제대로 없는 텅 빈 공항에 비행기를 띄우는 것에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에 한 편 김포~무안 국내선을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부터 이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15개월째 매달 평균 2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경북 예천공항은 2002년 12월 386억원의 예산을 들여 신청사를 준공했다. 당시 중앙고속도로 개통(2001년)으로 승객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추진을 계속했다. 덕분에 여객 수송 처리 능력은 연간 3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어났지만, 승객은 1998년 21만7000명에서 2002년엔 3만1800명으로 급전직하했다. 결국 정부는 2004년 공항을 폐쇄했고, 신청사 건물은 비워진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3곳에 불과했다. 2007년에는 그나마 흑자를 낸 공항이 김포·김해·제주공항과 대구·광주공항 등 5곳이었는데 지난해 대구·광주공항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문제가 많은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이른바 '5대 문제 공항'을 만드는 데만 국민 세금 8597억원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지방공항 문제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이자 국가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증설과 고속철 개통으로 항공 수요가 줄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요 예측 등 경제성에 근거하지 않고 선심성 정치 논리에 따라 지방공항을 마구 지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 논리로 지은 공항이 많다"며 "정치인들이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밋빛 희망으로 지방공항을 짓는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항공대 허희영 항공경영대학장은 "정치인이나 각 지자체에서 지방공항을 하나의 '지역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적자가 나더라도 공항공사가 보전을 해주니 지자체에서는 별 부담이 없었다는 맹점이 있었으며, 공항공사도 주인 없는 공기업이라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설] '개점휴업' 공항에 8800억 세금 털어 넣은 도둑 명단 공개하라

 

정부는 1999년 말 착공하고도 항공사들이 취항을 원하지 않아 10년 가까이 문을 못 열고 있는 울진공항을 조종사 양성용 비행훈련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울진공항은 "1320억원을 들여 지어놓고 승객이 없어 휴업하고 있다"며 AFP통신이 선정한 '2007년 세계 10대 황당 뉴스'로 뽑혔었다. 2005년 공사가 중단된 뒤에도 2층 6664㎡짜리 여객터미널과 1800m 활주로를 유지·보수하느라 매년 20억원을 써왔다. 이젠 비행훈련원으로 바꾸는데 또 국민 세금을 써야 할 판이다. 도둑이 따로 없다. 승객도 화물도 없는 곳에 공항을 지으라고 압력을 넣었던 유력 정치인, 제 목을 보전하기 위해 그런 황당한 압력에 굴복한 장관, 유력 정치인과 장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예상 승객과 화물을 부풀렸던 전문가, 그 장관 말씀에 '알았습니다'를 반복한 공무원 모두가 국민 세금 도둑과 도둑의 하수인들이다.

도둑은
대한민국 도처에 널려 있다. 정부는 전북 김제에도 공항을 짓기 위해 9년 전부터 480억원을 들여 부지를 사놓고는 2003년 사업을 중단했다. 자동차로 2~3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을 비행기 타고 갈 사람이 있을 리 없다. 항공사들은 취항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은 땅을 놀릴 수 없다며 인근 농민들에게 배추·고구마밭으로 빌려주고 한 해 2억원쯤 받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돈 주면서 땅에서 나가라고 하더니 이제는 돈 내고 농사 지으라 한다"며 혀를 찬다.

2002년 문을 연 뒤 올 상반기까지 548억 누적적자를 본 양양공항은 지난달 정기노선이 모두 없어져 비행기도 승객도 없는 유령 공항이 됐다. 작년 개항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공항직원 350명보다 적은 300명쯤이다. 시골 버스대합실만도 못한 처지다. 공사비 386억원이 투입된 예천공항은 승객이 없어 2004년 폐쇄됐다. 가장 문제가 많은 울진·양양·무안·김제·예천 공항 건설에만 국민 세금 8800억원이 들어갔다.

교통연구원은 울진공항 착공 직후인 2000년 하루 이용객이 50명밖에 안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었다. 그래도 공사가 강행된 것은 당시 실세 정치인의 입김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다른 지방 공항에도 어느 유력자가 추진했느니 어느 정치인이 유치했느니 하는 말이 돌았다. 일부 공항 건설은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내걸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엄정한 조사를 통해 도둑과 도둑의 하수인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