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죠. 세계 최고 선수를 가르쳐 볼 기회가 있다는 게요. 꿈 같아요."
프로골퍼 박인비(27)의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34)씨는 수더분한 인상에 겸손한 사람이다. 박인비가 메이저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이루면서 그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몰리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한두 번 이야기해준 것 가지고도 생색을 내는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 박인비는 "남편을 만난 뒤 공을 치는 능력이 300% 이상 향상됐다"고 했다.
세계 최고 골프 교습가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다녔던 박인비가 이렇다 할 레슨 경력이 없던 남씨에게 배우게 된 것은 인연이 아니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었다. 2010년 스윙도 마음도 무너져 있던 박인비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인 남씨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남씨는 "'정말 나한테 배워도 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남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출신인데 국내 대회서 8등을 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국내 골프장의 경기 운영과장도 하고, 골프 아카데미에서 일을 거들기도 했다. 현역 시절 드라이버는 300야드 가까이 나갔는데 퍼팅이 영 안됐다고 했다.
지금은 고성능 미사일처럼 정확한 박인비의 샷은 4~5년 전만 해도 엉망이었다.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가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최연소 기록으로 2008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여기저기 족집게 선생으로 유명한 이들에게 고액 과외를 받기도 했는데 결과는 더 비참했다. 자기 스윙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랬으니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울먹였을 것이다. 오른쪽으로 밀리는 샷이 근본적인 문제였는데 그걸 손동작으로 억지로 막으려다 왼쪽으로 급격히 당겨지는 샷도 자주 나왔다. 골프에서 가장 고치기 어렵다는, 일정한 방향 없이 공이 날아가게 치는 스윙이다.
- '골프 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파73·667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우승상금 63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남편 남기협씨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메이저 대회 6승이자 개인 통산 15번 째 LPGA 투어 우승이다./뉴시스
최근 만년 꼴찌였던 프로야구 한화가 김성근 감독의 지도로 갑자기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지독한 훈련 덕이라고 하지만 다시 야구의 기본에 눈뜬 선수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고 축구 클럽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소속인 이승우는 "훈련 시간은 짧아도 패스와 드리블 등 기본을 몸과 마음이 이해할 때까지 밀도 있게 배운다"고 했다.
정말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는 우리 사회가 정상을 되찾기 위해서도 기본을 다시 다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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