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작성하는 [우쓰라사진연구소]의 후보정 이야기. 이번에는 나만의 느낌있는 흑백사진 만드는 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려합니다. 흑백사진이라...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천연색 필름이 없었기에 흑백사진 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컬러로만 사진을 찍다보니 외려 어떻게 흑백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이전에는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컬러필름보다 훨씬 더 깊고 중후한 매력을 주는 흑백필름이 많았고 '코닥 트라이엑스'나 '일포드 hp5'를 비롯하여 현재까지도 널리 유통되는 흑백 필름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러나 디지털로 사진을 찍다보니 요즘은 대부분 컬러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경향이 많고, 흑백 느낌을 원하는 사람은 디지털 카메라의 흑백 촬영모드로 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예전에 흑백필름이 주는 그 느낌에는 비할바가 아닙니다. 예전과 같은 흑백사진만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결론은 여전히 필름카메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흑백필름을 사서 찍어라"인데, 디지털로 사진을 찍는다면 컬러로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 등의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멋지게 보정을 하는 방법이 가장 좋겠지요. 컬러사진을 흑백으로 바꾸는 방법은 무척 많고 또 무척 간단한데요. 그냥 모드를 바꾸거나 채도만 빼준다고 원하는 흑백사진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소위 '계조(階調, gradation)'라 부르는 명부암부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흑백사진 변환을 하면 좋은데요. 사진을 찍으면서 중요한 노출은 물론, 빛의 표현력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 어렵더라도 한번 알아보기로 하지요.
후보정을 알려준다고 해놓고선 계조니, 존 시스템이니 어려운 용어만 계속 늘어놓고 있으니 "이뭥미?"란 푸념이 들리는 듯도 한데요.^^;;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도 아니고, 또 자신만의 정확한 촬영 표현을 위해서는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정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니 좀 어렵더라도 눈을 크게 뜨고 한번만 정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 시스템'은 1939년 미국의 흑백사진가 안셀 애덤스(Ansel Adams)씨께서 동료 사진가인 프레드 아처 교수와 함께 정립한 이론으로 사진의 명암(tone)을 총 11단계로 수치화한 분석표입니다. 당시에는 사진을 촬영한 후 인화하기까지 어떤 톤으로 사진이 나올지 알기 힘들었지요. 그래서 가장 정확한 측광과 풍부한 명암 표현을 위해 일종의 기준치가 필요했는데 이 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노출과 보정이 가능해서 최종적으로 인화물의 풍부한 명암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물론 전문가들에 한해서였지만요.) 존 시스템은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진의 명암을 총 11단계로 표현한 것입니다. 가장 중간값인 '존5'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적정톤이 되고, 그보다 낮은 존은 어두운 톤, 그보다 높은 존은 밝은 톤이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간단한 표인데, 한장의 사진에 존 시스템 기준으로 전영역에 다양한 존이 존재하면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계조가 풍부한 사진'이 되겠지요. 이 존 시스템이 현대 디지털카메라에서도 왜 중요하냐면 촬영을 할 때 노출값을 존5를 기준으로 하면서 내 사진에 존 0과 10이 얼마큼 있을까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존0(순백, Pure White))이 많은 사진은 과다노출일 뿐더러 하이라이트가 많아 나중에 후보정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존10(순흑, Pure Black)이 많은 사진도 후보정으로 디테일을 살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빛이 약한 어두운 폐공장 같은 곳을 찍었을 때나 반대로 겨울에 눈만 있는 환한 풍경을 찍었을 때에는 모니터에서 종종 존0과 1, 존9와 10이 구별이 안 갈 때도 있는데, 그래서 '에이조'나 '애플' 같은 비싸고 좋은 모니터를 쓰면 확연히 존 시스템에 근거한 명암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존 시스템에 기준을 두고 작업을 하면 사진의 최종단계인 인화에서 0부터 10까지 계조 표현력이 풍부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좋은 출력결과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계조가 풍부한 사진을 위해서라도 존 시스템의 이해는 꼭 필요하니 좀 어렵더라도 알고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흑백변환을 할 때도 이 존 시스템에 준거하여 후보정 작업을 하면 더 좋겠지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아래에 흑백사진에서 어떻게 존 시스템의 영역이 해당하는지 알기 쉽게 표시한 사진자료를 올리니 참조하기 바랍니다.
자, 이제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현장에서 촬영을 할 때 사실 흑백사진을 염두에 두고 흑백 모드로 촬영을 해도 되지만 이 보정법은 컬러로 찍고 나중에 흑백으로 변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어떤 보정 프로그램을 써도 흑백변환이 가능하지만 포토샵을 활용하는 게 계조 표현이나 효과적인 대비를 위해 좋으므로 포토샵(CS5)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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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포토샵에서 흑백으로 변환할 사진을 불러온다.
▲흑백으로 변환할 컬러사진 원본을 불러왔습니다. 사진은 인도에서 촬영한 풍로를 돌리는 청년의 포트레이트입니다.
평균측광으로 카메라가 지시하는 적정노출로 촬영했는데 그늘이다 보니 조금 밝은 노출로 촬영되었으며, 존0과 10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청년의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존5부터 존8 정도까지의 밝은 톤만 존재하는 특별히 어두운 영역이 없는 사진입니다.
그렇다보니 시선을 끄는 힘이 약하긴 한데요. 흑백으로 바꿔 볼 필요가 있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흑백변환을 해보도록 하지요.
02.이미지(Image)→조정(Adjust)→그레이디언트 맵(Gradient Map)을 선택한다.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환하는 방법은 포토샵에서 너무나 다양합니다. 모드를 '그레이 모드'로 해도 되고, 채도를 빼도 되고, 채널을 이용해도 되지만
전경색과 배경색에 따라 이미지의 색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흑백에서는 톤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그레디언트 맵' 메뉴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짜잔! 그레이디언트 맵을 실행시키니 위와 같이 사진이 흑백으로 변환되었습니다.
실제로 바꿔보니 청년의 피부가 존4~5, 머리카락이 존2~3 정도가 되는 것 같지요? 이때 전경색과 배경색을 완전히 흑과 백으로 선택해야 정확하게 변환이 됩니다.
만약 전경색을 완전히 검은 색이 아닌 존5 정도의 회색으로 했을 경우(아래 사진 ①번), 배경색을 존5 정도의 회색으로 했을 경우(아래 사진 ②번),
사진을 찍었을 때 노출과다(아래 사진 ①번)나 노출부족((아래 사진 ②번)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때로는 적절히 조절해 활용해도 좋습니다.)
03.강조를 위해 레이어 복제(Ctrl+J)를 한 후 레이어 블렌딩을 '곱하기(Multiply )'로 해준다.
▲여기서 흑백변환을 끝내도 이상할 게 없을 듯 하지만 이 정도 선에서 끝낸다면 굳이 포토샵처럼 어려운 프로그램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 사진은 원래 컬러사진에서 존 시스템에 의거할 때 사진에 전체적으로 존0부터 2 사이 정도(어두운 영역)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청년의 머리카락과 뒷쪽에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카락 정도만이 존2에서 3 정도의 톤이며 대부분은 존5부터 8~9 정도의 밝은 톤 영역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흑백으로 변환을 해줘도 존1부터 4 정도의 어두운 영역이 부족하기에 사진에 힘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강조가 필요할 텐데요.
포토샵의 가장 큰 장점은 '레이어(Layer)'에 있습니다. 일종의 '층'과 같은 레이어의 상관관계를 잘 활용하면 보다 복합적인 보정과 강조가 가능합니다.
레이어 창은 기본적으로 오른쪽 하단에 위치하며 파란색으로 활성화된 배경 부분에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면 위와 같은 새 메뉴가 뜹니다.
거기서 '레이어 복제'를 클릭하면 배경과 똑같은 '사본'이 하나 생성됩니다. 단축키 'Ctrl+J'를 누르면 훨씬 간편하게 복제가 됩니다.
▲단축키 'Ctrl+J'를 누르니 위 사진처럼 '배경 사본'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우리 눈에는 하나로 보여도 실제로는 같은 두 이미지가 겹쳐있는 상태입니다.
레이어 창의 맨 위를 보면 '표준'이라고 설정되어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오른쪽의 화살표를 클릭하면 위와 같이 두 레이어의 관계를 여러가지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두 레이어의 관계를 '표준'에서 위 사진처럼 '곱하기(Multiply)'로 해줬더니 사진이 두배로 진해진 듯한 효과가 납니다.
존 1에서 4까지 제법 어두운 톤의 영역이 많이 생겼습니다.(반대로 '스크린'으로 설정하면 두배로 밝게 해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이미지 손실도가 더 큽니다.)
이렇게 두 레이어의 관계를 섞어주는 것을 '레이어 블렌딩'이라고 하는데요. 총 25가지 종류가 있으며 '곱하기'는 후보정에서 가장 활용빈도가 높습니다.
04.너무 어두운 톤으로 바뀐 부분을 지우개툴로 살살 지워준다.
▲'곱하기'를 하였더니 확연히 존 시스템에 의거, 계조가 풍부한 사진이 되었지만 아이쿠! 청년의 머리카락을 비롯해 너무 어두운 톤이 된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청년의 머리카락은 세부 표현이 없어질 정도로 어두워졌는데요.(존 1의 영역 정도) 디테일을 살려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때 유용한 툴이 지우개입니다.
보다 정석적이고, 세부적인 보정을 위해서는 레이어 마스크, 혹은 퀵마스크를 쓰면 좋지만 지우개를 쓰는 게 보다 편리하고 간단합니다.
▲불투명도 50% 정도의 지우개로 '배경사본'의 청년 머리카락 부분을 살살 지워줬더니 위와 같이 머리카락 디테일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된 건지는 아래 사진을 보면 확연히 이해가 되실 거에요.
▲그렇게 지우개 툴로 청년의 머리카락 및 피부, 바로 뒤 트랙터 등 지나치게 어두운 톤이 된 부분들을 지워준 이미지입니다.
이제 계조가 제법 다양하고 적당한, 존 시스템으로 봐도 존1부터 8 정도까지 밝고 어두운 톤이 고루 있는 흑백사진이 된 듯 합니다.
여기서 흑백변환작업을 마무리해도 그만이지만, 이왕 시작한 거 조금 더 효과가 강조되면 좋겠죠? 그래서 마지막 필살기 들어갑니닷!!!^^;
05.필터의 하이패스(High Pass) 효과를 적용한 뒤 레이어 블렌딩을 '하드 라이트(Hard Light)'로 해준다.
▲이제 제목에서 본 것처럼 보다 대비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 패스'란 필터를 적용하고 레이어 블렌딩을 '하드 라이트'로 설정해 볼 텐데요.
그 전에 꼭 해야할 것이 있으니 바로 '배경사본'과 '배경' 이 두 레이어를 합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 있는 '배경사본'은 현재 많은 부분이 지워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하나의 레이어로 합쳐준 뒤 다음 보정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레이어 병합은 메뉴의 '레이어'에서 '레이어 병합'을 선택하거나 단축키 'Ctrl+E'를 선택해 주면 됩니다.
▲이제까지의 보정결과물을 하나의 레이어로 합쳤다면 다시 한번 더 배경사본을 만들어줍니다.(Ctrl+J) 이제 아까와 다른 새 보정을 하기 때문인데요.
배경사본을 다시 하나 만들어준 뒤 맨 위의 메뉴창에서 오른쪽으로 여섯번째에 있는 '필터'를 클릭하면 위 예시와 같이 다양한 필터 메뉴들이 등장합니다.
이 필터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보물상자로서 정말 수많은 회화적 효현, 특수효과들이 가능한데 나중에 직접 하나씩 적용시켜 보길 바라며
여기서는 '기타' 필터의 '하이 패스'를 클릭해봅니다.
▲와! '하이 패스' 필터를 적용했더니 위 예시와 같이 '배경사본' 쪽 레이어가 회색 바탕에 선으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바뀌었습니다.
하이패스 반경의 픽셀을 낮게 해줄수록 선에 가깝게 이미지가 바뀌고, 반경의 픽셀을 높일수록(최대 250) 선 효과 느낌은 덜한데요.
이 하이패스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거나, 회화적 느낌을 낼 때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필터이니 꼭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이렇게 흑백사진으로 변환할 때는 이미지 경계 부분만 강조를 할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반경을 위와 같이 6~10픽셀 정도의 낮은 값으로 설정합니다.
▲이 상태로 보정을 끝내면 절대 아니아니 되겠지요? 이렇게 배경사본을 선만 보이게 바꾼 것은 또다시 원래 배경과 이 하이패스 필터를 적용한 배경사본의 관계를
레이어 블렌딩을 통해 바꿔주어 더 강조되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는 레이어 관계를 '표준'에서 위 예시처럼 '하드 라이트'로 바꿔봅니다.
▲짜잔! 두 레이어를 '하드 라이트'로 설정해주었더니 이렇게 사진의 대비가 보다 강해지면서 또 전체적인 계조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게 강조가 되었습니다.
아까 '하이 패스' 필터를 이용해 이미지를 바꾸면서 회색으로 변한 면 부분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대비가 필요한 부분만 더 강조가 되었습니다.
이 '하드 라이트'는 '소프트 라이트' '오버레이'와 더불어 밝은 톤은 조금 더 밝게, 어두운 톤은 조금 더 어둡게 강조를 해주는 설정인데 그 강도가 가장 셉니다.
강도도 세거니와 경우에 따라 이미지 손실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드 라이트의 불투명도를 100%로 하기보다는 투명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좋으며
보다 부드러운 강조를 원한다면 '소프트 라이트'로 설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 아무튼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흑백사진 변환이 끝났습니다.+ㅁ+;;
포토샵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따라해보시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자! 선명도를 조금 더 조절한 다음의 최종 흑백변환사진과 애초의 컬러사진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위 컬러사진이 부드러운 느낌도 나쁘진 않지만 아래 흑백사진의 강렬한 느낌도 또 나름 흑백만의 묘미가 있지요.
이렇듯 흑백사진으로 변환할 때는 존 시스템에 근거, 존1에서부터 9까지 고루 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자꾸 흑백사진으로 변환해보면 아마 자신만의 노하우와 요령이 생기실 거랍니다.
끝으로 제 사진 중 위와 같은 방법으로 흑백변환한 사진들 몇 장을 소개하며 지난했던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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