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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사이야기

女교사도 78%가 원하는 '男교사 증원'

惟石정순삼 2012. 2. 9. 10:21

 

왕따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붕괴의 현실을 어느 한 원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온갖 사회문제가 얽히고설킨 복합 현상이다. 다만 자식을 초·중·고 12년간 학교에 맡겨야 하는 교육 소비자로선 절박한 심정으로 이렇게 묻고 싶다.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무기력한가. 제자의 생명이 희생되고, 인격이 말살되는 현실에 어쩌면 그토록 속수무책이냐고 말이다.

현장 교사들이 말하는 진단 중에 우리 사회가 눈감는 '민감한 진실'이 있다. 학생 지도에 애먹기는 남녀 교사 모두 마찬가지이나, 그중에서도 "여교사가 더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는 것이다.

교총이 교사 549명에게 "교사 성비(性比) 불균형이 학생 지도에 지장을 주는가?" 하고 물었더니(2009년 7월), '그렇다'는 대답이 90%였다. 놀랍게도 여교사도 73%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여교사들은 "남교사 비율이 30% 이상 되도록 교육감에게 조정 권한을 주자"는 방안에도 78%가 찬성했다. 교사들은 교단의 '여초(女超)' 현상을 학교 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이런 지적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교사의 자질과 의지 문제지, 여교사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여성계는 '마초(남성 우월) 논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선 교사 여초가 선진국 공통의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우리만큼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

어느 쪽이 옳은지 과학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모든 문제아가 남교사 앞에서 겁먹는 것은 아닐 테고, 여교사 중에서도 생활 지도에 능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로선 현장 교사들 말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같이 학생과 접하는 교사들이 문제의 본질에 가장 근접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 교사는 갈수록 희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초·중·고교 교사의 76%가 여자이고, 중학교도 여교사 비율이 67%에 달한다. 교장들이 생활 지도를 맡길 남교사를 못 구해 교육청에 로비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남교사만 늘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은 분명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특히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가 대책을 원한다. 서울시교육청 조사(2008년)에 따르면, 여성 학부모의 83%가 "남교사 증원을 바란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남교사 증원 대책이 여성의 교사 취업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성에게 교직(敎職)은 몇 안 되는 괜찮은 일자리 중 하나다. 교사의 성비 불균형은 개선돼야 하지만, 여성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주어선 곤란하다.

이런 정책 조합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교사 채용 때 남성 쿼터제를 도입하되, 교장·교감 승진 땐 여교사를 우대하는 것이다. 평교사는 여성이 많지만, 여성 교장·교감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평교사는 남성을 더 뽑고, 교장·교감은 여성을 더 승진시키면 어느 정도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나아가 하급 공무원 선발 때 여성을 우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6급 이하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현재 33%다. 이것을 예컨대 40% 정도로 끌어올린다면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문제와 대면한 우리는 누구나 남교사 증원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눈치 보는 것은 '마초 꼴통'으로 찍히는 걸 겁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척하고 있기엔 너무도 시급한 상황까지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