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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이야기

[유창우의 쉬운 사진] ⑩ 야경사진, 멋들어지게 찍는법

惟石정순삼 2011. 12. 1. 19:50

요즘 서울 청계천 일대를 나가 보면 낮보다 밤이 더 북적인다. 도심의 불빛, 강물 위로 반사되는 눈부신 빛의 입자. 여름밤에 도취한 사람들의 얼굴엔 설렘이 묻어난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한층 많아졌다.

최근 연애를 시작한 후배도 이들 중 한 명인가 보다. 이런 질문을 해왔다. "한강에서 친구랑 사진을 찍는데 배경이 흔들리고 온통 새까맣게만 나왔어요. 뭐가 문제예요?" "몇 시에 찍었는데?" "밤 10시요." "일찍 만나서 일찍 놀면 돼." "네?" 내 말이 알쏭달쏭한지 후배 얼굴 위엔 물음표만 총총했다.

렌즈 (50mm)·감도(ISO 50)·셔터스피드(5 sec)·조리개(f/8). 삼각대 사용.
야경 사진에도 소위 '황금 시간'이라는 게 있다. 흔히들 야경 사진은 밤이 깊었을 때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황금 시간은 대개 해가 지고 나서 30분 이내다. 6월 초순이라면 보통 해가 오후 7시 30분쯤에 지니까 8시까지가 황금 시간대라 할 수 있겠다.

해가 진 뒤 30분가량이 왜 중요할까. 그때 하늘빛이 어떤지 떠올려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기운 뒤에도 한동안은 어슴푸레한 빛이 남아 있다. 우리말로는 '여광(餘光)', 영어로 치면 '애프터글로우(afterglow)'에 해당하는 순간이다. 이때 사진을 찍으면 어둑어둑한 저녁의 분위기는 물론 미세한 도심의 잔상을 모두 찍을 수 있다. 한강을 찍는다면 어둑한 하늘과 도심의 불빛, 강물 표면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때다. 이때를 놓치면 애석하게도 밤 풍경은 어둠에 아예 잠겨버려 찍기 어려워진다.

황금 시간과 함께 야경사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황금 요소. 바로 삼각대다. 삼각대 없이 야경을 제대로 찍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이 너무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준비한 귀띔 하나. 초보자들은 대개 셔터를 누르자마자 얼른 손가락을 떼는데, 야경을 찍을 때만큼은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지그시 누르고 있길 권한다.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손가락으로 셔터를 계속 눌러주면 사진이 흔들리는 걸 한결 방지할 수 있다.

경북 예천에서 찍은 '삼강 주막'의 밤 풍경도 실은 오후 6시 30분쯤 찍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마지막 주막의 풍경을 최대한 은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때는 2월이라 오후 6시쯤 해가 졌다. 해가 기울자마자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고 여광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관찰했다. 어느 순간 주막에 불이 커졌고, 막걸릿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찰칵, 셔터를 눌렀다. 어둑한 하늘과 멀리 가지를 뻗은 검은 나무, 초가집의 풍경이 찍혔다. 마지막 주막의 모습이 여광 덕분에 그렇게 으슥한 푸른 빛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