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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800여 종을 포함해 생물 5000여 종이 서식하는 국내 최고 산림 보고인 광릉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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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는 산림박물관. |
“아빠는 뻐꾸기 소리 들으면 무슨 생각이 나요?”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초여름 어느 날, 인왕산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에 귀 기울이던 범이가 물었다.
“어릴 적 생각나지. 시골에서 들었던 소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거든.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돌아가. 그래서인지 뻐꾸기 소리가 조금은 슬프게 들려. 너는 무슨 생각이 들어?”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잘 들어둬야겠어요. 그래야 다음에 내가 아빠 나이쯤 됐을 때 아들이 물어보면 할 말이 있을 거 아녜요?”
“좋은 생각이야. 6월이 되면서 새소리가 훨씬 다양해졌지.”
“여름 철새들이 와서겠죠.”
“번식기가 돼 그럴 수도 있을 거야. 이참에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 숲에 가서 새소리 좀 들어볼까? 크낙새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산림박물관에서 산림자원에 대해서도 배우고.”
국내 최고 산림의 寶庫 광릉 숲
광릉 숲은 조선 세조의 무덤인 광릉을 지키는 숲이었다. 1468년 능림으로 지정된 이래 500년 이상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식물 800여 종을 포함해 생물 5000여 종이 서식하는 국내 최고 산림 보고.
단위 면적당 생물 다양성이 높으며 희귀종으로 꼽히는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하늘다람쥐·장수하늘소·까막딱따구리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광릉 숲은 남한에서 설악산·제주도·신안 다도해에 이어 4번째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해설사의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겠어. 매시간 정각에 시작한다니까 바로 들을 수 있겠네.”
안내센터에서는 “몇 사람이 들을 거냐?”고 물은 뒤 신청자가 없으니 한 10분쯤 기다려 달란다. 아빠는 자동해설기를 빌려 듣기로 했다. 본의 아닌 새로운 시도였다.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코스를 이렇게 잡자. 산림박물관에 들렀다가 산림동물원을 거쳐 숲 생태 관찰로로 돌아 나오자.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전문 수목원은 가면서 보면 되니까.”
작은 개천을 건너자 수목원이다. 최근 문을 연 ‘어린이 정원’이 보인다. 덩굴식물원 앞과 녹화기념탑을 지나니 ‘숲의 명예전당’. 대한민국 산림조성에 기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벽에 새긴 곳이다.
산림박물관은 ‘살아 있는 숲’ ‘산림문화관’ ‘다면 영상관’ ‘산림생명관’ ‘만남의 숲’ 등 5개 주제로 공간을 배치했다. 1층 ‘살아 있는 숲’에는 소나무·전나무·오동나무 등 각종 나무의 겉을 파내어 겉과 속을 함께 살필 수 있는 표본이 장승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속이 검은 나무도 더러 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구성이 많이 달라졌네. 여기 나무 표본을 잘 봐. 이건 껍질이고 안쪽이 체관부, 더 안쪽이 물관부야. 체관부·물관부는 알지?”
체관부는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양분을 운반하는 통로, 물관부는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양분이 지나는 통로다. 그 사이에 있는 부름켜는 세포를 분열시켜 줄기를 굵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층 ‘산림문화관’ 입구 벽에는 투명 통에 담긴 씨앗들이 눈길을 끌었다. 납작한 씨앗에서 둥근 씨앗까지, 하얀 씨앗에서 검은 씨앗까지 각 생물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모습.
“씨앗을 바로 앞에서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씨앗은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생명의 근원인 씨앗을 통해 생물자원은 앞으로도 대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아닐까요?”
“꽤 철학적인데. 씨앗이 생기기까지는 다른 생물의 도움을 많이 받지. 가루받이 때만 하더라도 곤충·바람·새들의 도움을 받잖아. 나사말이나 물수세미 같은 수생식물은 물의 도움을 받고. 누구나 다른 생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니까 서로 도우며 살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산림문화관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산림역사를 시대별로 보여주는 산림역사 코너와 조상들의 목재 가공과 이용에 관한 목재 이용 코너로 구성돼 있었다. 팔만대장경(고려 시대), 온돌 모형과 전통정원, 나무 벌채와 관련된 소송문서(조선 시대), 백두산과 압록강 지역 산림자원 수탈(일제 강점기) 등의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목재의 이용과 관련해서는 전통 한옥·운동용구·악기류·가구·연장·물레·나전칠기 또는 화각함 제작과정 등이 전시됐다.
“목재의 종류와 용도를 보니 어떤 나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겠네.”
건축에는 잣나무·가문비나무·느티나무·참나무 등이, 가구에는 오동나무·소나무·감나무·회화나무 등이, 문구류에는 향나무·벚나무·박달나무 등이, 산업용으로는 서어나무·잣나무·소나무 등이 사용된다고 보기와 함께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이런 나무들을 많이 심어야겠네요.”
“맞아. 우리나라는 다행히 1970~80년대 시행한 녹화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전국적으로 숲이 크게 우거졌어.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아직 가치 있는 숲으로 연결하지 못했어. 숲 가꾸기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야.”
“퀴즈 하나 낼까?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데는 어떤 나무를 사용했을까? 또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는?”
“팔만대장경에는 산벚나무를 많이 사용했다고 들었어요. 대동여지도는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제가 냅니다. 야구방망이와 악기는 어떤 나무로 주로 만들까요?”
“금방 반격 들어오네. 야구방망이는 물푸레나무로 만든대. 포졸들이 들고 다니던 육모방망이는 뭐로 만들었게?”
수목원에 동물원이 있는 까닭은
‘산림생명관’에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사막화로 위협받는 지구의 환경위기를 알리는 전시물이 있었다. 곤충·버섯에 대한 설명과 표본도 전시돼 있었다. 산림동물원으로 이동했다. 백두산 호랑이를 비롯, 늑대·반달가슴곰·독수리·수리부엉이 등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런데 왜 여기 동물원이 있어요?”
“동물도 산림의 구성요소니까. 대신 이곳에는 멸종 위기의 귀한 동물들이 있어. 관람용이라기보다 연구용이야.”
“숲을 녹색 댐이라고 하는 이유는 뭐예요?”
숲 생태 관찰로를 따라오면서 범이가 물었다.
“숲이 댐같이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한다는 거지. 숲이 울창해지면 많은 비가 많이 와도 땅이나 뿌리가 물을 붙잡는 효과가 있으니까.”
산림은 자연 생태계로서 숲에다 산림박물관에서 봤던 것처럼 목재 자원으로서 나무, 토지자원으로서 산도 의미한다. 산림은 공기정화, 수원 함양 및 수질정화, 휴양처 제공 등의 공익 기능을 담당한다. 한 사람당 숲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연간 150만 원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근대 이후 산업화·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구 산림 면적의 3분의 1이 감소하고, 원시림의 4분의 3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사막화 등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양영채 (사)우리글진흥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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