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심장마비 살리는 '저체온요법'… 凍死 환자 다시 살아난 원리 응용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 체온 33도까지 떨어뜨린 뒤 천천히 온도 올리며 치료
후유증 없이 의식 되찾아
서울 서초구에 사는 대기업 임원 김모(48)씨는 지난여름 아침 집에서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심장마비가 온 것이다. 부인은 즉시 119에 구조요청을 하면서, "뭘 해야 하냐?"고 물었다. 119 상담요원은 남편의 가슴을 빠르게 압박하라는 '약식 심폐소생술'을 가르쳤고 부인은 그대로 따랐다.
그 사이 집에 도착한 구급대는 김씨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소생술을 이어갔고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는 치료도 했다. 김씨를 이어받은 병원 응급센터 의료진이 달려들자, 마침내 김씨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혼수상태가 지속됐다.
의료진은 즉시 섭씨 4도의 차가운 식염수 2L를 환자의 정맥에 주입했다. 양쪽 겨드랑이에는 얼음 주머니를 갖다 대고 전신에 물을 뿌리며 선풍기를 틀어댔다. 혈액을 냉각시키는 특수 관도 혈관 안에 심었다. 김씨의 체온이 순식간에 33도까지 떨어지면서 깊은 '동면(冬眠)'에 빠졌다.
의료진은 하루가 지난 후 김씨의 체온을 천천히 재(再)가온 시켰다. 그러자 의식이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현재 김씨는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며, 해외출장도 다니고 있다.
'병원 밖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은 2.5%에 불과하다(질병관리본부 2008년 조사). 더욱이 환자가 아무런 후유증 없이 퇴원할 확률은 1%에 그친다. 김씨의 경우는 부인의 침착한 대처와 심폐소생술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씨의 의식이 멀쩡히 회복된 데는 환자의 체온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저체온 요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김씨 부인의 행동이 심장마비 환자가 생겼을 때 주변에서 취해야 하는 모범적인 대처법이라고 말한다.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경우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은 먼저 최초 목격자가 즉각 119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다.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환자의 가슴 부위를 1분에 100회 정도 빠르게 압박하는 식의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한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이어가고, 멈춰진 심장을 깨우는 전기충격 치료를 해야 한다.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는 의료진이 전문 소생술을 시행하고 가능한 저체온요법을 해야 후유증 없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저체온 요법은 눈에 파묻혀 동사한 사람이나 찬물에 빠져 익사한 사람이 죽은 지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몸을 따뜻하게 했더니 다시 살아난 사례들을 보면서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톨릭의대 응급의학 의료진이 처음 들여왔으며,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아주대병원 등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저체온요법 살아난 환자에 現대통령 누구냐 물어보니
"전두환" 답했다가 "노태우"… 과거 기억부터 역순 회복
집이나 길거리 등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이 살아날 확률은 2.5%에 불과하다. 심장 박동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고, 설사 심장이 재박동하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멈췄던 피의 흐름이 갑자기 재개될 경우 장기(臟器)손상이 생길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 체온을 낮춰 인위적인 '동면(冬眠)' 상태로 만든 뒤 서서히 의식을 회복하게 하는 '저체온 치료법'이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박규남 교수팀이 16일 밝힌 저체온 요법의 치료 실적은 놀랍다. 박 교수팀이 최근 19개월 동안 심근경색증·뇌졸중 등으로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왔다가 심폐소생술로 심장 박동이 회복됐지만 혼수상태가 된 164명에게 저체온요법 등의 집중 치료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38명(23.2%)이 생존해 퇴원했다. 일반적인 심정지 환자 생존율(2.5%)에 비해 9배나 높은 수치다.
저체온 치료법의 원리는 이렇다.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면 우리 몸의 뇌 세포와 신체 조직은 그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싹 움츠러든다. 그러다 심폐소생술로 심장 박동이 돌아오면서 피가 돌면 세포에는 갑자기 엄청난 압력의 혈류가 들이닥치게 되는 셈이 된다. 이로 인해 심각한 장기 손상이 생긴다. 이른바 '심정지 후(後) 증후군'이다.
이 때문에 심폐소생술로 심장 박동이 다시 돌아와도 사망하는 사례가 절반이 넘는다. 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2차적으로 난 불에 희생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저체온은 심장 재박동으로 인한 '화재'에 물을 뿌리는 효과를 낸다. 세포와 조직의 신진대사를 완전히 다운(down)시켜 불길을 피하게 한 후 천천히 회복시키는 원리다. 차가운 식염수 주입과 '냉각관' 삽입 등을 통해 체온을 32~34도까지 떨어뜨린다. 이 상태에서 24시간 장기 손상 회복 치료를 한다.
그러고는 한 시간에 0.25도씩 체온을 천천히 올리면 환자는 혼수상태에서 벗어난다. 흥미로운 현상은 환자들의 의식이 과거 기억부터 최신으로 역순(逆順)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으면 처음에는 '전두환'이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식으로 대답한다.
이같은 현상은 뇌 손상을 입으면 최근 기억을 만들고 활용하는 뇌의 '해마' 부위가 먼저 손상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억이 저장되는 뇌 부위는 늦게 파괴되는 경향이 있어 과거 기억부터 재생된다는 것이다.
☞저체온(低體溫) 요법
심장마비 발생 후 의식을 잃은 환자의 체온을 급속히 떨어뜨려서 '동면(冬眠)' 상태로 만들었다가 천천히 체온을 끌어올려 의식을 되찾게 하는 치료법. 정맥에 차가운 식염수를 주입하거나 혈액을 냉각시키는 특수 관을 혈관 안에 심는 방법을 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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