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중년부부이야기

가끔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아라.

惟石정순삼 2010. 9. 11. 08:49

 

 

 

 

 

가끔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아라.


그대!
가끔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아라!
거칠고 힘줄 불거진 힘없는 그손
그 손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키워 오늘의 그대를 만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 손을 잊지는 않았는가?
가슴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그 옛날,
그대에게 회초리를 들고 꾸짖으시던
그 엄하고 꼿꼿한 손
슬프고 힘들 때 잡아주시던 그 따뜻한 손을 이제 없다.

힘들고 고된 삶의 여정에 지치고
세월의 무게에 마음마저 연약해지신
늙고 병드신 어머니의
거칠고 힘없는 손이 있을 뿐

이제 그대!
잠시 일상을 접고
삶에 분주한 그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지 않으려는가?
그의 머리를
그대 가슴에 기대게 하지 않으려는가?

어머니를 위해서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그대를 위해서…….


- 좋은 글 중에서 -



추석이 다가오니 어머니 생각이...

 
가을걷이가 끝나고 허전한 들녘 그자리에 하얀 눈발이 쌓이는 겨울이면

두손을 호호 불다 불다
 

바지속으로 두손 집어 넣어 온기를 느껴보기도 하고

깡통차기 자치기 구슬치기로 하루 해가 넘어갈 즈음

누구네 집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가 솟아 오르면

깡총깡총 토끼마냥 뛰어서 집으로 돌아갔지





진수성찬이 기다린 것도 아니요

골목에 나와서 밥먹어라 불러준 엄마도 언니들도 없었건만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방법을 잘도 터득했지

 

야생화의 질김을 먹고 자라 왠만해선 쓰러지지 아니했고

헉 헉 거리며 뛰어들어  간 어릴적 그 외딴집

매캐한 연기 그을림으로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는 부엌안에서

찌든 생활에 인상 펼날 없으신 엄마는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고 그 모습만으로도 뛰어 놀다 들어온 배가

묵직하니 배부른 것을 느끼고 있었지,

 

엄마의 자리는 그렇게 그렇게 가난도 메꾸어주고 



밥 물이 끓어 넘치고

가마솥 밥 앉힌 물이 잦아들 때 쯤이면

엄마의 부지깽이의 손놀림도 잦아 들어

이때를 놓치지 아니하고

 

김치광에 가서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도 담아 오고

서걱거리는 김치도 담아 왔지






그리웠던 그날들을 고향에 남겨놓고

엄마의 품을 떠나

너도 나도 자기 둥지 찾아 떠났어도

명절이면 보따리 보따리 양손에 받쳐들고

낳아 놓은 자식 보따리까지 업고 안고 챙겨서

날 품었던 엄마 찾아 고향 찾는 연어가 되는 날이 있었으니

일년에 몇번 있는 명절날이었지

 

하얀 눈이 지붕으로 장독대로 소복히 쌓인 아침

어릴적 내 초가집 울타리로 서 있던 노간주 나무 속에는

간밤 내린 하얀 눈을 피해 잠잤다가 일어난 참새 가족들이

짹짹짹....아침인사 해올때면 왜 그리도 행복했던지

 

은빛세상

하늘도 땅도 같은 색으로 옷을 맞추어 입었던 날

털 장갑 찾아 끼고 털 모자 눌러 쓰고

비료푸대에 볏집 넣어 남의 밭 언덕으로 눈썰매 타기에 좋은 날

명절도 오기전에

이미 우리에겐 명절전에 받은 선물이었지,

자연이 주었던... 눈 내린 날은....

 



석양은 하얀 설원을 잠시나마 뜨겁게 어루만져주고

반사된 그빛으로 처마밑 고드름은 매서운 칼이 되어

너도 하나 따고 더 큰놈으로 나도 하나 따서

칼싸움이라며 형제들은 전쟁놀이로 하루를 마감했었어

 

가끔 얼음이 먹고플땐

그 고드름 끝을 아작 아작 깨물어 먹었어.아주 맛나게

 




명절에만 먹을수밖에 없었던 쌀로 만든 긴 가래떡

방앗간은 떡하느라고 일주일전부터 손님들로 북적 거리고

넉넉치 못했던 울 집에 떡이 있었는지

 

왜 내 기억에는 없을까?

떡 썰던 잠깐 잠깐 화면이 넘어가는 것 보면

분명 떡을 해오긴 한 것 같은데.....


이렇게 가래떡이 나온다는 사실도

한참을 자라고 그것도 모자라

주부라는 이름을 달고서 알았지

 

엄마따라 가본적이 없었으니....알수가 없었고

명절은 그렇듯이 어른들만 힘든 날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



여름에 지어 놓았던 옥수수 한되 가져가고

쌀 한되 가져 가고

먹다 남은 떡까지 말려서 가져가면

뻥~~소리와 함께 배로 불어나는 먹거리 뻥튀기

 

놀랄까봐 이미 아저씨는 귀를 막으라 하고

뻥하고 터져 버리면서 밖으로 날아간 뻥튀기는

옆에 구경하던 사람들 몫이었지.

 

그소리와 연기를 타고 고소한 향은 마을을 감싸고

명절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했었지

 

 

그런 날들이 그리운 나이

돌아간다 한들  그  풍경이 있을까마는

설령 돌아간다 해도 느낌이 다름을 .

 

늘~

지나고 난뒤에 한폭의 서정이 담긴 풍경화임을 알게되니

이 어리석음을 어이 할까나

기억 저편에 늘 잊혀지지 않는 또 다른 그옛날 그시절

 

딱 하루만

더도 말고 덜도말고 딱 하루만 그시절도 돌아가서

돌아가신 분들도 제자리에

먼저 떠나버린 친구들도  제자리에

딱 하루만 놀다 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속 여행을 할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을 다 준다 해도 괜찮으리

 

명절이라고 엄마가

가마솥에 엿 고던 날,

그날을 되새김질해 받은 이 노래 엿고던 날을 부르려니

 

어느새 흘러 내린 눈물 방울 동그라미속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도 툇마루에 앉아 담배연기를 뿜고 계시고

 

아버지가 벗어놓은 신발을 베개삼아  머리 내려뜨리고 잠자고 있던

옛 울집 강아지 덕구도 나타나고

짝을 찾아 떠난 형제자매들이 어제일인양 보여지네

 

그날이 그리워서

허름한 흙벽돌집 돌담길 돌아 가면 있을 듯한

그집이 그리워서

타임머신을 찾는 시간

조용함에 그길을 찾았다가도

창문 밖 자동차 소음에 현실임을 깨닫고 나면

 

뭐하냐고?

온통 해야 할 일들....

그렇게 저렇게 오늘도 지나가려하네

 

내 곁을.....지나다가... 내 이마에 훈장 한줄 그어주고서

오지 않은 먼 미래의날에 그리워할수 있는 오늘이란 날도

그렇게 지나가네, 엿고던 날이 지나갔듯이.....

 

가족들과 웃음꽃 피우며

행복 가득한 주말 되세요.

 

 

 


 

 

흐르는 곡/향수(엿고던 날)/이남옥,이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