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옳다 ***
나 젊었을 시절엔 세상의 정의가
공자나 맹자, 예수나 부처의 말씀에 있는 줄 알았다.
조금 더 젊었던 한때엔 이 세상의 모든 정의가
마르크스나 프로이트에게 있는 줄 알았었고,
내 나이 한창 때인 어느 한 시절에는
레닌이나 모택동, 체 게바라, 벤야민 라깡이나 지젝이
이 세상을 구원할수 있을 것으로 믿기도 했었다.
그러다 또 어느 한 때는 자유주의이니 자본주의,
사회주의니 공산주의, 구조주의나 후기구조주의 리얼리즘,
하다못해 신 자유주의가 옳은 줄 알았다.
아내가 외롭게 지새우는 기나긴 밤,
그래도 세상의 정의는 바깥에 있는 줄 알았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책상 앞에서 헤매던 시절
세상의 옳고 그름이, 세상의 진리가
그 어디쯤에 서성이고 있을 줄 알았다.
허나, 환갑을 훌쩍 넘길때 까지
여기서 찍히고 저기서 짤리고 미끄러지고 터지고 뭉개져
지친 몸 이끌고 돌아와 식탁 앞에 앉은 어느날 저녁,
비로소 아내가 옳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공자나 맹자, 예수님, 부처님,
레닌이나 모택동, 마르크스, 프로이드.
그 어느 누구도 아내의 현명한 삶에, 희생적인 삶에
감히 견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아내는 옳았다. 언제나 옳았다,
과거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는 노년의 나,
아내는 무조건 옳다,
앞으로는 더 더욱 그럴것이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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