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나라 ***
경제위기로 세상이 캄캄해지자
아버지의 풀죽은 얼굴이, 헤진 구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아버지로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가령 베란다의 화분이 그렇고
벽에 걸린 그림이 그렇고
매일 끌고 다니는 신발이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막상 사라지고 없을때
비로소 그 부재(不在)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운 얼굴은 늘 보아도 보이지 않듯이
등 굽은 아버지도, 바람 같은 아버지도,
술 앞에 무너지는 아버지도
현관에 들어서면 우리 아버지다.
이 땅의 아저씨들이 모두 아버지로 돌아오는 저녁
별은 늘 그 자리지만 한 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버지는 밤이 되어야 비로소 눈에 보인다.
아버지의 나라에는 마누라가 왕이고
자식들은 상전이며 자신은 노복이다.
어둠이 짙어야 별이 더 빛나는 나라
웃음보다 시름이 더 많은 나라
여기도 저기도 모두 떠 받들어야 할 상전들 . . .
그 나라가 바로 아버지의 나라이다.
미안합니다, 아버지 !
그래도 당신이 있어 이 세상을 버텨갑니다.
* * * * *
父 不 憂 心 因 子 孝
"아버지가 근심하지 않음은 자식이 효도하기 때문이요"
父 無 煩 惱 是 妻 賢
"남편이 번뇌가 없음은 아내가 어질기 때문이니라"
言 多 語 失 皆 因 酒
"말이 많고 말을 실수함은 모두 술 때문이요"
義 斷 親 疎 只 爲 錢
"義가 끊어지고 친한사이가 소원해짐은 돈 때문이니라"
- 明 心 寶 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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