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에디슨은 연구에 골몰할 때면 먹는 것조차 잊고 며칠씩 밤샘을 했다고 한다. 삶아준 계란을 깨먹는다고 옆에 있는 탁구공을 수십 번을 두드렸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좋은 일에 푹 빠지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청소년들이 공부에는 빠지지 않고 컴퓨터와 오락에 쉽게 빠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빠지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는 것 같다. 본인도 한때는 닌텐도 게임에 빠져 일주일간을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게임에 집중한 적이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최종 종착역까지 도달하는 희열을 맛본 기억이 난다.
바둑에 빠지면 창틀은 바둑판으로 보이고, 움직이는 사람은 바둑알로 보이며, 당구에 빠지면 네모난 모든 것 특히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인다고 한다. 낚시에 빠지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고기로 보인다 하니 정도를 넘으면 본인도 모른 채 이렇게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골프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정주부가 골프에 빠지면 이런 일도 일어난다고 한다.
'까불지마라!'
간 큰 부인이 새벽에 골프를 가기 위해 잠든 남편 놔두고 혼자 집을 빠져 나오며, 식탁 위 메모지에 써 놓고 나오는 말이란다. 까스 불 나갈 때 꼭 잠그고 불조심하고, 지퍼 조심하고(?) 마누라 언제 오냐고 핸펀 자주 걸어 귀찮게 묻지 말고, 라면은 식탁위에 꺼내 놓았으니 배고프면 끓여 먹으라는 이야기란다.
대통령이 골프에 빠지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골프광이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휴가 중에 콜로라도 덴버에서 골프를 즐기다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7주간의 병원 신세를 진일도 있다.
국가 간에는 거리나 산 이름, 마을 이름을 상대방 국가 원수나 그 나라의 지역 이름으로 지어주면 외교 관계가 좋아진다. 한번은 캐나다 주정부에서 BANFF 국립공원 안에 있는 인디언 언어로 불리던 높은 산봉우리 이름을 인디언 추장들을 설득하여 '아이젠하워 마운틴' 으로 바꾸기로 약속을 하고 명명식에 초대 하였는데 그는 산 정상에 퍼팅그린을 만들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무리한 청탁이었지만 거절하기 곤란하여 부득이 만들어 놓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 날은 조종사가 속력을 내었는지 대통령이 퍼팅그린을 보고 싶어 서둘렀는지 아무튼 너무 빨리 왔는가 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골프장이 너무 아름다워 그를 유혹하기에 충분했고, 내리자마자 아래 동네 즉, LOUISE 지역에 있는 그 골프장을 둘러보러 갔다가 그만 골프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몇 홀만 치려다가, 9홀을 돌았는지 18홀을 다 돌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결과는 기다리다 지치고 화가 치민 인디언 추장이 '아이젠하워 마운틴' 이라고 명명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산 모양이 성처럼 되어 있다고 하여 '캐슬 마운틴' 이라고 명명하여 버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성이라 하여 00캐슬 이라고 부르는데...)
2007년 5월 나는 캐나다를 여행하며 이곳을 지났다. 이 골프장은 27홀로 조성된 BANFF SPRINGS G.C로 그린피는 170~200 캐나다 달러였으며, 여름철에 아주 시원하게 라운딩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해발 약 2,300미터가 되니 기온은 한여름에도 23도 정도로 시원하고, 비거리는 족히 20 야드쯤 더 나갈 것이다. 그때 만들어진 퍼팅 그린은 산 정상에 아직도 기념으로 남이 있다고 한다.
공식 업무와 스포츠를 혼돈하여 자기 이름이 영원히 후세에 불리게 될 기회를 놓쳐버린 역사의 숨겨진 비화 중 한편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다음달 (8월) 캘거리로 날아가 다시 이곳을 찾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국정감사 하러 갔다가, 수해지역 둘러보러 갔다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찾은 골프장은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골프 핸디가 싱글인 사람과는 사업상 거래를 하지 말고, 직원의 골프 핸디가 싱글인 사람은 골프가 우선시되기 쉬우므로 주의를 하라는 말이 있다. 도달하기도 힘들고 지키기도 힘든 것이 싱글 핸디캡인 것 같다.
사춘기에 겪는 사랑의 열병이 없다면, 문학이 존재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음악이나 예술의 세계가 삭막해 졌을 것이다.
골프 그놈은 아주 흉측한 놈이라 멀쩡하게 좋은 날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유혹해 불러내어 푸른 초원을 배회하게 만든다.
멀쩡한 사람 거짓말 하도록 만드는 것이 골프 중독의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사무실 비우며 하는 똑같은 거짓말은 거래처 방문이나 사람 만나러 외부에 나갔다거나, 지방에 있는 상가 방문일 것이다. 외유시 변명은 지방의회 시찰? 국제회의, 학술대회, 세미나 참석?
즐길 줄 아는 것과 중독은 엄연히 다르다. 잘 치면 잘 친다고 욕먹고 못 치면 그렇게 오랜 구력을 가지고도 못 친다고 욕먹고 돈 잃으면 바보라고 돈 따면 인간성 나쁘다고 욕을 먹는 것이 골프이다.
예쁜 여자하고 놀래? 골프 18홀을 할래? 하고 물어, 하나를 택하라고 할 때, 골프장에 간다는 사람도 골프 중독자라고 한다.
아무리 유혹을 하여도 일이 많아서 못 간다고 하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다음으로 미룰 용기가 있다면 중독은 아니라고 한다.
아주 이른 새벽이나, 오후 해지기 전까지의 혼자만의 라운딩이나, 예약 없이도 혼자 나가 대기하다가 모르는 사람과도 조인하여 라운딩을 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을 중독자라 불러야 하는지 매니아라고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나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 경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휴가철이든 주중이든, 혼자든 가족이랑 떠나든 팀을 만들어 떠나든 한가한 골프장 찾아 한 곳에서만 즐기든, 소문난 골프장 찾아다니든, 매일 다른 골프장 찾아
가며 즐기든, 이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을 우리는 흔히 '골프 매니아'라고 부른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푹 빠져 있으면 묘미를 느끼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지만, 골프는 중독이 되어도 골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을 곱씹어가며 즐길 수가 있고, 때로는 하나의 샷에 매료되어 본인과 동료 모두를 온 몸으로 전율하게 만들기도 하며,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독한 시가(Cigar)를 물거나, 정종이나 맥주에 취해서 골프채를 휘두르지 않는 한, 맨 정신으로 즐길 수가 있는 가장 멋쟁이 스포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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