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최한 황영희작가의 작품전시회를 스케치하였다.
다음에 올린 글은 4월 9일자 경남일보에 게재된 기사내용을 전재하였다.
산과 물, 갈대의 풍경이 색채로 피어났다.
엄마와 아내로 지낸 세월을 잠시 뒤로하고 화폭 앞에 선 황영희 씨의 솜씨다.
황영희 씨의 개인전 ‘길에서 길을 찾다’가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4일 시작해, 오는 12일부터는 진주에서 이어진다.
그녀는 그림에 꾸준히 관심을 뒀지만 ‘늦게’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바빴던 시절, 가슴 속 응어리가 커져 폭발할 것 같았던 때 캔버스는 그녀에게 탈출구가 됐다.
그때부터 20여 년, 그녀의 손 끝에서 죽은 것 같았던 감성이 되살아 났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품을 포함한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몇 해전 작업한 그림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모았다.
주 소재는 자연이다. 사계절 변화하는 풍경을 한 폭씩 담아냈다.
황 작가는 “소재 중에서도 갈대, 억새가 자주 등장한다.
나이가 점차 들 수록 젊었을 적 몰랐던 것이 느껴진다”며 “가을이면 화려하게 반짝이기도 하고,
다른 계절에는 소박하게 빛나는 것이기도 한 갈대에 매료되곤 했다.
쉽게 다가가지도, 끊어지지도 않고 흔들리면서 언제나 한 자리에 피는 억새처럼 꿈을 꾼다”고 설명했다.
여행에서 만난 새로운 길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작품은 어느 마을이나 도시도 한 번쯤 밟아봤던 낯익은 풍경인듯 느껴진다.
그녀가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꼽은 ‘고향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물이 차면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일부가 드러나는 수몰지구의 풍경이다.
황 작가는 “걷고 걷다가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사람들은 삶의 연륜에 걸맞게 나이를 구분하지만, 여전히 삶은 어렴풋하기만 하다.
걸어왔던 그 길을 3초 동안만 멈춰 서서, 캔버스 속에서 함께 걸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이어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경남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경남일보 김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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