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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빠삐따>를 지키자

惟石정순삼 2015. 3. 27. 16:04

 

나이가 들수록 <빠삐따>를 지키자

 

 

모임에 가면 여러가지 건배사가 있다. 나이가 들으니까 한 동안 <99 88 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死'4'자)가 유행하더니 장수가 축복인가 저주인가에 대한 인식이 번지자 이 건배사도 시들해 졌다.

 

다음에 나온 것이 인생에 대한 성찰이 대두하자 좀 더 사랑할 , 좀 더 즐길 , 좀 더 베풀 이라는 <껄껄껄>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치 말고 랑하고 사랑하자는 <변사또>, 척이나 려했던 거를 위하여라는 <무화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나이아 라는 <나이아가라>, 당하고 나게 지게 주며 살자는 <당신 멎져> 등등 수 많은 건배사가 명멸했다.

 

나는 이 수 많은 건배사 중에 <빠삐따>가 제일 마음에 든다. 지지 말고, 지지 말고 , 지지 말자는 뜻이다.

먼저 '빠지지 말자'다. 노년을 잘 보내려면 건강, 돈, 취미생활, 화목한 가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친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친구없는 노년은 삭막하기 그지 없다. 인생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노년에 있어 친구는 인생의 윤활유로 반려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괴테와 셰익스피어를 비롯하여 수 많은 선현들이 노년에 있어서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나이가 들으면 친구가 하나 둘씩 사라진다. 반면에 친구를 새로 만드는 것은 무척 힘들다. 친구가 사라지는 까닭은 사별이라든지 지리적 격리라든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모임에 빠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주 만나야 하는데 딴 약속이 있다던지 몸이 아프다던지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귀찮아서 모임에 안 나가면 문제가 크다.

그런 사람은 그 때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등산모임이나 바둑모임 그리고 점심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우정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 세상을 하직했을 때 친구 한 명 문상 오지 않는다면 인생을 헛 산 것이다.

 

다음은 '삐지지 말자'는 것이다. 옛 말에 '노인이 되면 어린 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천진무구해진다는 좋은 뜻도 있겠으나 노인이 되면 어린 아이와 같이 잘 삐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성격이 대범하다고 생각했는데 금년 들어 갑자기 잘 삐지는 것을 느낀다. 신체적 노화는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정신세계는 수련의 힘인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감지된다. 친구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입고 집에 와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집 사람하고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또닥 거린다. 그리고 섭섭한 마음이 좀 오래간다. 내 자신이 점점 옹졸해 지는 것 같고 집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 밴댕이 속이라고 약을 올린다.

 

세번째로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노년이 되면 잘 삐지니까 따지면 급기야 언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재앙이다. 언성을 높이면 친구 하나를 잃고 만다. '안 만나면 되지. 내가 지한테 무슨 신세질 일이 있나?'하며 속 상해 한다.

 

나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말에 異見을 피력하면 나는 가급적 입을 다문다. 논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허허하고 웃어 넘긴다. 소위 설왕설래를 피한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나를 무골호인으로 보지는 않는다.

나는 모임에도 가급적 빠지지 않고 남과 따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삐지는 병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