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릉과 건릉
조선시대 왕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왕은 사도세자(1735~1762·추존 장조)예요. 그리고 가장 효심이 지극했던 왕을 꼽으라고 한다면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를 꼽을 수 있죠.
오늘 찾아갈 곳은 사도세자와 혜경궁으로 알려진 헌경황후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과 정조대왕(1752~1800)과 효의왕후 김씨의 합장릉인 건릉이에요.
이 두 왕릉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어요. 입구로 들어가면 융릉은 오른쪽, 건릉은 왼쪽에 있죠. 아버지와 아들의 능이 같이 있는 것은 이곳이 유일한데 효심이 극진했던 정조가 아버지 근처에 묻히길 원했기 때문이랍니다.
먼저 융릉으로 가볼게요. 원래 사도세자의 능은 지금의 서울시립대 뒷산에 있었어요. 사도세자는 당파싸움의 희생물이 되어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굶어 죽고 만 비운의 인물이죠.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비참하게 죽을 당시 왕세손이었던 정조의 나이는 열한 살이었대요. 그러나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성군으로서 자질을 키워나갔어요.
- ▲ 추존왕 장조와 헌경황후 홍씨를 합장한 무덤인 융릉(사진 위). 조선 제22대 왕 정조와 부인 효의왕후 김씨를 합장한 무덤인 건릉(사진 아래). /임후남 제공
할아버지 생전에는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공공연하게 말하지 못했던 정조는 왕이 되자마자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하고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해요. 그중 하나가 사도세자의 무덤을 최고의 명당이라 말하는 지금의 자리로 옮기는 것이었죠. 그런데 왕릉 사방 4㎞에는 큰 건물이 없어야 하는데 당시 이곳에는 수원부 관아와 마을이 있었어요. 정조는 관아와 마을을 지금의 수원화성으로 옮기면서 능에 행차하기 위한 행궁을 짓고 성을 쌓았어요. 바로 그 유명한 수원화성이에요.
정조는 아버지 무덤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현륭원으로 고쳤어요. 사도세자의 무덤은 처음에는 수은묘라고 했는데 정조가 왕이 되고 나서 영우원으로, 그리고 다시 현륭원으로, 고종 때 이르러 융릉으로 승격됐죠. 정조는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은 아버지를 왕의 칭호를 붙이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죠. 그러나 고종 때 이르러서 국왕으로 추존되었어요. 정조는 아버지의 능을 모란과 연꽃무늬 병풍석과 기와모양의 와첨석 등을 사용해 정성으로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물론 정조 당대가 문화가 빛나는 시절이기도 했지만,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무덤을 그 어떤 왕의 무덤보다 잘 만들고 싶었던 것이 정조의 효심이었죠.
융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요. 정조는 아버지 능을 꾸미면서 소나무 45만그루를 이곳에 심었어요. 그러나 옛날 그 시절에 심었던 소나무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많이 베어 갔대요. 지금 자라는 나무들은 그 후에 심긴 것이라고 하네요. 정조는 아버지 능을 이곳으로 옮기고 가까운 곳에 용주사를 지어 하루 6번씩 제사를 지내게 해요.
장조대왕과 헌경황후 홍씨가 잠든 융릉을 둘러보고 숲길을 따라 정조대왕과 효의왕후 김씨의 합장릉인 건릉까지 보고 용주사, 수원화성을 살피는 여행길은 정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 기행이기도 하며 효심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빛나는 세계문화유산 두 곳을 둘러보는 길이기도 하죠.
[1분 상식] 조선왕릉이란?
1408년부터 1966년까지 500여년간 걸쳐 만들어진 우리나라 왕실 무덤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요. 조선왕릉은 18개 지역에 흩어져 있고 총 40기에 달해요. ‘능’은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무덤을 말해요. 왕세자와 왕세자빈이 묻혀 있는 곳은 ‘원’이라 하고, 대군·공주·옹주·후궁·귀인이 묻힌 장소는 ‘묘’라고 한답니다. 사도세자의 무덤이 묘에서 원, 능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사후에 왕으로 추존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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