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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심장마비 환자 살리려면… 119 올 때까지 '흉부 압박'만이라도 하라

惟石정순삼 2014. 4. 27. 11:16

요령은 비교적 간단

환자 가슴의 중앙부위를 깊고 빠르게 누르면 돼 …중단없이 하는 것이 핵심
체력·노하우 필요…팔 펴고 체중 실어 90도로 1분당 100회 이상 눌러야10초 이상 멈추면 안돼

生死 가르는 시간, 4분심장 멈춘 후 4분 이내에 소생술땐 생존율 50% 이상첫 발견자 대응 매우 중요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서울수명초등학교 4학년 이수빈(10)양이 길에 쓰러진 김모(51)씨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한 해 3만명 가까운 사람이 심장 정지를 겪는다. 이 중 살아서 병원 문을 나가는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119구급대나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초기에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비율이 30~60%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8.7%(2013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양의 행동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이양이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 이승준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 2009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새벽에 집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적이 있다"며 "이번엔 그때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어린 만 10세 여학생이 주인공이어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초등 4학년이면 심폐소생술 할 수 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서소방서 1층 상설 CPR(심폐소생술) 체험장. 이수빈양이 심폐소생술을 배운 곳이다. 이양은 그날 오후 3시쯤 이곳에서 자원봉사자 서정옥씨에게 약 1시간 정도 심폐소생술을 배웠고 4시간 후 김씨의 생명을 구했다. 서씨는 "수빈이는 배우려는 의욕이 강했고, 흉부를 압박하는 자세가 좋아 초등학생치고는 압박 정도가 꽤 강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쓰러진 김씨를 발견한 직후 1~2분 동안 흉부 압박을 실시했고 김씨는 '푸~'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응급 의료 관계자들은 심폐소생술이 '고품질'일수록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고품질의 핵심은 '깊고, 빠르고, 중단 없이' 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성인은 최소 5㎝ 이상 깊이까지 분당 100~120회 속도로 빠르게 눌러야 하며 인공호흡 등 때문에 중단이 불가피할 때도 10초 이상 멈추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30번을 누른 뒤 인공호흡을 2번 하는 것이 한 사이클(주기)인데 구급 요원이 올 때까지 이 사이클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흉부 압박은 심장을 눌렀다 뗐다 하는 과정을 통해 심장이 뛸 때처럼 몸속 피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인공호흡은 폐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움직임이다.

흉부 압박 방법 그 자체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압박을 오랫동안 계속하려면 상당한 체력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강서소방서 체험장에서 구조대원이 가르쳐준 대로 연습용 인형(애니)을 상대로 흉부 압박을 해봤더니 1분 정도 지나자 이마에서 약간 땀이 배어나왔다. 이선희 소방교는 "팔을 곧게 펴고 체중을 실어 90도로 눌러야 '오랫동안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품질 흉부 압박은 전문 구조대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응급구조사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가슴 압박을 중단하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48%나 되고 평균 속도는 분당 64회에 불과하며 평균 깊이는 3.4㎝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 압박 중단 시간이 길고 속도가 느리고 깊이가 얕을수록 환자 생존율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적의 4분

지난해 12월 서울 방화동에서 50대 남성이 새벽에 집에서 물을 마시러 가다 쓰러졌다. 심장 질환이 있었던 이 남성은 곧 심장이 멎었다. 정확히 13분 후 도착한 119 구급대는 깜짝 놀랐다. 남성의 아내가 계속 심장 압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급처치를 받은 남성은 병원에 도착할 때쯤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심장 정지 환자를 다루는 응급 의료계에선 '기적의 4분'이란 말이 있다.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춘수 강서소방서 홍보교육팀장은 "심장이 멈춘 후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에 이르고, 2분 이내는 90%, 4분 이내는 50% 이상이다. 10분이 지나면 회복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내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5~10분이란 점을 감안하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하면 쓰러진 뒤 30분이 지난 환자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작년 말 경기도 수원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1)씨는 15차례 전기 쇼크 치료와 구급대원 6명의 44분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환자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평소 심폐소생술을 배워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시간적 급박성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를 제일 처음 본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환자가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는데, 가족 등이 최초 발견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에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정지 중 집에서 발생한 건수가 64.7%에 달했다. 도로 10.2%, 공공장소 3.4%, 산업·상업 시설이 3.1%였다. 의료시설은 1.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심장 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우선 119구급대에 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119구급대원은 "가족이 눈앞에서 쓰러지면 119 번호가 생각이 안 나 112로 전화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들딸이나 부모한테 먼저 전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수록 구급대 도착이 늦어지고 환자 생명은 더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때 잘 모르면 흉부 압박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지훈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교수는 "환자가 모르는 사람일 때 인공호흡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절차나 방법을 모른다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그냥 흉부 압박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흐름도 흉부 압박을 더욱 중요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심장이 정지하고 호흡이 없어져도 폐 속에는 산소 함유 공기가 5~6L 정도 있기 때문에 처음 5분 정도는 혈액 속 산소 농도가 꽤 높게 유지된다"며 "숙련되지 못한 사람이 인공호흡하느라 가슴 압박을 중단하는 것보단 계속 압박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