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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크리스티나 김의 아픔을 알아?

惟石정순삼 2013. 11. 17. 10:46

[방민준의 골프세상] "니들이 크리스티나 김의 아픔을 알아?"

 

골프한국 | 입력2014.11.17 09:23 | 수정2014.11.17 09:25

[골프한국] 2003년 초 LPGA투어에 '김초롱'(미국이름 크리스티나 김)이란 재미교포가 등장했을 때 많은 한국 골프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미셸 위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재미교포 여자 골프선수가 드물기도 했지만 '초롱'이란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이 이름을 대하고 '얼마나 초롱초롱 하기에 이렇게 지었을까?'하는 호기심에 그녀가 나오는 중계방송을 놓치지 않고 시청했다.

↑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30)이 17일(한국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클럽 데 골프 멕시코에서 열린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2014년10월17일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외모에서 이름의 모티브를 찾으려 했던 나는 실망하지 않고 골프 본연의 플레이에서 '초롱'의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멕시코의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33·당시 22세)와 함께 19세의 나이로 LPGA투어 신인으로 등단, 신인상 경쟁을 벌일 정도로 활약을 펼쳐 앞으로 LPGA투어에 '특별한 재미'를 보탤 수 선수로 보였다. 풍성한 체격에 호쾌한 샷을 날리는 그녀의 스윙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볼거리였다. 여기에 즉흥적이고 적극적인 감정표현과 매 순간 달라지는 얼굴표정, 다양한 제스추어 그리고 베레모가 그녀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명랑 소녀', '신바람 골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였다. 라운드 도중에 쉼 없이 토해내는 직설적이고 익살 섞인 발언과 제스추어 때문에 매스컴이 그녀에게 마이크를 달지 않을 수 없었다. 2004년 롱스드럭스 챔피언십과 2005년 미첼컴퍼니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면서 내 예상이 적중하는 듯 했다. 이후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 랭킹 20~30위권을 유지했고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2005, 2009, 2011년 등 3번이나 출전했다.

모든 불행이 그러하듯 그녀에게 추락은 갑자기 나타났다. 상금랭킹이 100위 뒤로 밀리면서 2012년엔 투어카드를 잃는 수모를 당했다. 상위권을 차지하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250~260야드)도 급격히 줄었다.그는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간 동안 겪은 좌절로 자살 충동까지 경험하며 우울증 치료에 매달린 경험을 토로했다. 추락의 발단은 2010년 가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가 마사지를 잘못 받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때 생긴 등의 통증이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고 이 때문에 주특기인 장타도 사라졌다. 11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해온 골프가 갑자기 달라져 비거리가 두 클럽 반이나 줄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장타를 되찾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녀는 "나는 언제나 울고 있었고 늘 좌절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불을 끄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차를 몰다가도 '다른 차에 뛰어들어 이 고통을 끝내자'는 생각까지 가졌다. 스페인에서 열린 대회에 나갔을 땐 파티장 2층 테라스에서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결국 그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진단과 처방을 받았다.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복싱까지 배우며 내부의 부정적인 생각을 부수기 위해 샌드백을 두들겼다. 결국 체중도 줄이고 파워도 키워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투어를 거쳐 올해 다시 LPGA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아기 때부터 완벽(perfect)했다"는 부모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크리스티나 김은 분명 보통 아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아기 때 엄마의 립스틱으로 얼굴 전체를 칠하고 동전을 습관적으로 삼킨 그녀답게 골프선수가 되어서도 '내 식대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9년엔 샌드라 갈, 안나 글제비엔과 함께 골프코스에서 올 누드 사진을 찍어 ESPN매거진의 '스포츠스타'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감정 표현과 행동은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발휘했으나 동반자들에겐 '미운 오리' 대접을 받기도 했다. 특히 라운드 도중의 너무 많은 연습스윙은 동반자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지난 에비앙챔피언십 대회에선 아이언샷의 연습스윙을 무려 27번이나 해 성토대상에 올랐고 최근까지만 해도 열 번 이상의 연습 스윙으로 빈축을 사왔다. 이후 그녀의 연습 스윙은 10번에서 15번으로 굳어지는 가 싶었다.그러나 이번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이 잘 풀린 탓인지 연습 스윙 횟수가 다섯 번 이하로 줄어들고 긍정적인 모션과 코멘트로 다시 옛날의 매력을 되찾은 듯하다. 자신감에 찬 말과 표정, 액션은 그녀 특유의 강한 카리스마를 발했다. 미스 샷을 한 뒤의 행동도 전에는 신경질적이고 거칠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담담히 넘길 줄도 알았다.이때까지의 그녀의 부정적인 언행의 표출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임에 대한 불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쉽게 찾아지지 않은데 대한 초조, 이에 따른 자신감의 결여와 자기학대 등에서 기인한 것이었던 셈이다.

긴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던 크리스티나 김이 17일 멕시코시티에서 막을 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9 년 만에, 무려 222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극적이었다. 2위 펑산산에 5타 앞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9년만의 우승 앞에 흥분한 탓인지 플레이오프까지 허용했으나 두 번째 연장전에서 파 퍼트를 성공해 그렇게 고대하던 우승을 맛보았다. 절친한 친구 미셸 위, LPGA 데뷔 동기이자 이 대회 주최자인 로레나 오초아와 눈물의 포옹을 나누는 그녀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수많은 날들이 있었다. 밤이 얼마나 어두운지 실감한 날들이 많았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인생에 새로운 막이 시작됐다고 느낀다."는 그녀의 우승소감이 그렇게 절절할 수 없었다.골프선수로서 새로운 변곡점을 찾은 크리스티나 김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녀의 열정과 꿈은 골프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열성적인 트위터의 한 명으로 알려진 그녀는 평소 요가와 독서, 역사공부, 사진 촬영에 푹 빠져 있고 뉴질랜드에서의 스카이다이빙, 아프리카 사막 사파리, 남아프리카 해안에서의 상어와의 수영을 버켓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으니 이래저래 그녀는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골프한국www.golfhankook.com/뉴스팀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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