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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이야기

"치약 아무 데나 눌러쓰는 아내, 이불까지 반듯해야 하는 남편… 우리도 징글징글하게 싸웠죠"

惟石정순삼 2012. 12. 4. 10:25

 

'가정 갈등' 조언 20년 송길원 목사·김향숙 부부

"저희 부부도 똑같았죠. 1차 전쟁이 모르는 남녀가 결혼해 처음 부닥친 '문화 전쟁'이었다면, 2차 전쟁은 갱년기 부부가 겪는 '호르몬 전쟁'이었어요. 갱년기 아내는 남성호르몬, 남편은 여성호르몬을 '공짜 선물'로 받거든요. 그걸 공격 무기로 쓰니 우울증에 걸리고 싸움이 나지요."

부부세미나 총 70차 3500여쌍, 결혼예비학교 127차 3만여명, 아내행복교실 1500여회 1만여명, 아버지학교 100여회 5만여명…. 한국 사회와 교회에 낯선 영역이었던 '가정 사역'을 개척해온 전문기관 '하이 패밀리'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공동대표인 송길원(55) 목사와 김향숙(52)씨 부부는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부터는 갱년기 부부를 위한 세미나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결혼예비학교, 부부 세미나, 아내 행복교실, 아버지학교 등을 운영해온 가정 사역 전문기관‘하이 패밀리’가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공동대표 송길원 목사 부부는 4일“가정 안에 은혜와 용서가 있다면 그게 곧 천국일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갱년기가 되면 아내는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결정권을 쥐려 하죠. 반면 남편은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작은 일에도 잘 토라져요."(송) "갱년기란 정서적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남자에겐 '이제 아내를 좀 더 깊이 이해하라'고, 누군가의 엄마·아내로만 살아왔던 여성에겐 '이제 네 이름 석 자로 일어서라'고 받는 선물이에요. 지금껏 해왔듯 우리 부부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또 많은 부부가 새 힘을 얻지 않을까요?"(김)

사실 '하이 패밀리'도 이혼 직전까지 갔던 부부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부부는 1984년 결혼했다. 남편은 치약을 아무 데나 눌러쓰는 아내가 불편했고, 아내는 자고 난 이불까지 반듯하게 정리하는 남편이 '쫀쫀'해 보였다. '송 성질' '김 고집' 부부는 그런 사소한 다툼이 쌓이다 3년 만에 이혼 직전까지 치달았다. 송 목사는 "한 부부 세미나를 계기로 엄격한 교육자 집안에서 자라며 생겨난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보게 되면서 갈등의 핵심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다"며 "'아버지는 왜 내게 이걸 안 가르쳐줬을까. 나라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했죠"라고 말했다.

강연·교육 때 부부가 만담 주고받듯 재미있게 풀어 놓는 싸움과 화해의 경험은 비슷한 '위기의 부부'들에게 설득력이 크다. 그동안 부부 회복을 위한 '앙코르 웨딩' 운동, 장례문화 개선을 위한 수목장 운동, '위대한 아버지 부(父)라보 스쿨'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것도 하이 패밀리 20년의 성과다.

송 목사는 "제겐 가정 사역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이 또 다른 선교였고, 목회자로서 '블루오션'이었다"며 "가정 안에 은혜와 용서가 있다면 그게 곧 천국일 테지요"라고 말했다.<조선일보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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