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에 허리 휘는 健保
작년 약값 총 12조8000억원, 가뜩이나 건강보험 적자인데 약 사용량 연평균 14.3% 급증
복제약값 너무 비싼 것도 원인… 정부 약값 인하정책 실패 거듭직장인 이모(37)씨는 올 들어 건강보험료로 매달 14만5600원(소득의 5.64%)을 내고 있다. 이씨가 낸 건보료 중 30%인 4만4000원은 순수하게 약값을 치르는 데 쓰이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전체 의료비 중 평균 17.4%만 약값에 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약을 너무 많이 먹는 데다 약값도 비싸 약제비(藥劑費)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보험료 43조7000억원 중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3%인 12조8000억원이었다. 약제비는 2004년 6조4000억원에서 해마다 평균 12.8%씩 증가해 6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OECD 국가의 연평균 약제비 증가율은 4.2% 수준이다. 전체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23.5%에서 지난해 29.3%로 급증했다.
이처럼 약제비가 증가하면서 건보 재정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건보 재정은 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료 수입에 비해 지출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 잔고는 9600억원으로 올해도 5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고령화에다 약 과잉 소비 때문
약제비 급증은 기본적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약 처방량도 많고 약값도 비싸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품비를 분석한 결과 최근 약 사용량은 연평균 14.3% 증가했다.
약제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약을 많이 먹는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약품비는 1인당 77만8000원으로 64세 이하의 1인당 약품비 17만7000원보다 4.4배 많았다(2009년).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 등 매일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들이 증가해 약제비 부담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인인구 증가 이상으로 약제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해마다 4~5% 증가하는데 약제비는 최근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약을 많이 먹는 데다 복제약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약 처방을 많이 할수록 제약사·약국은 물론 병원 수입도 늘어나는 현재 건보 구조로는 약제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복제약 가격을 신약 대비 최대 68%까지 쳐주고 있지만 선진국은 40% 미만이다.
◆정부, 약값과 5년 전쟁에서 패배
정부는 2006년부터 약값 거품을 빼기 위해 '기등재 목록 정비(약효 대비 약값이 비싼 약을 건보 적용에서 제외)' 등 다양한 약값 인하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약값과의 5년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정부는 또 2007년 복제약 값을 신약 가격의 80%에서 68%로 인하했고, 지난해에는 중복·과잉 처방을 막기 위한 시스템(DUR)도 도입했다. 또 제약사 리베이트(약을 처방하는 대가로 제공하는 금품·향응)로 인한 약제비 증가액이 2조원이 넘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쌍벌제 등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책에 제약사·병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놓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다양한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는 "약제비 절감을 위해서는 약값도 낮추어야겠지만 사용량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결국 제약사·의사·소비자가 모두 조금씩 고통 분담을 할 수밖에 없다"며 "복제약 가격을 좀 더 낮추고, 의사에게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약을 처방할 때 인센티브를 주고, 소비자의 경우 감기 등 경증 질환까지 고가 약을 처방받을 경우 본인 부담을 늘리는 방안(참조가격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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