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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상교통로는 공짜가 아니다

惟石정순삼 2011. 1. 24. 00:56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바닷길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 해상교통로는 생명선
그래도 아덴만에 더 보낼 배가 없다

청해부대가 이역만리 인도양에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해적으로부터 무사히 구출해냈다. 해군에는 평시 두 가지 중요한 임무가 있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대북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임무다. 완벽한 해상교통로 보호는 평시는 물론이고 전시에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전시에 해상교통로가 막히면 패배를 의미한다.

해상교통로(Sea Line Of Communication·일명 뱃길)와 세계 역사와의 관계를 개념화한 사람은 미 해군전략가 머핸(Alfred T Mahan)이다. 머핸은 그의 명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서 무역은 국력의 원천이며, 자유로운 무역을 할 수 있도록 선박을 보호해주는 강한 해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 해군은 머핸의 해군 전략을 충실히 따라 1차·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국제 해양질서를 주도하게 되었다.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인 것은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절박한 나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2010년 4674억달러로 세계 7위다. 우리는 수출액만한 수입을 해야 한다. 원유와 각종 원자재가 거의 전부 해외에서 들어온다. 그 무역이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수출입 물량의 99.7%가 바다로 오가고 있다. 육지와 항공으로는 0.3%만 운송될 뿐이다.

사람들은 바닷길은 항상 열려 있고, 이를 위협하는 것은 태풍뿐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의 사례에서 보듯 해상교통로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국제 정세의 변동에 따라 바다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미국 해군이 세계의 바다를 장악하고 있지만, 만약 이 패권이 도전받는 상황이 온다면 해양질서는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만약 해상교통로에 이상이 온다면 즉각 국가 생존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지금 청해부대는 최영함 한 척이 외롭게 작전 중이다. 해적 출몰지역을 지나는 전 세계 선박의 20%가
한국 선박인데도 그렇다. 군함 한 척이 대양에서 혼자 작전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군함도 사람과 같아서 휴식과 정비가 필요하다. 최영함이 파견 6개월 동안 바다에 계속 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당한 그 순간에 최영함이 항구에서 간단한 수리라도 받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중국일본은 각각 2척의 구축함과 지원함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해군에서 대양 작전이 가능한 함정은 최영함급(4500t) 6척과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7800t) 한 척뿐이다. 이것으로 NLL도 지키고 소말리아까지 나가 대양 작전도 해야 한다. 그런데 최영함에 앞서 임무를 수행했던 함정은 정비를 받고 있고, 또 다른 한 척은 최영함과 교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금 우리 영해를 지키고 있는 대형 함정도 사실상 4척뿐인 상황이다.
소말리아로 함정을 파견하려고 해도 보낼 배가 없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최영함급 이상의 함정 건조와 튼튼하고 강한 해상 헬기의 확보가 절실하다. 군수지원함도 마찬가지다.

국제공조는 더욱 긴밀하게 해야 한다. 우리 해군은 세계의 넓은 대양에서 항해하는 한국 선박을 모두 보호할 수 없다. 아덴만을 통과하는 한국 국적 선박도 열 척 중 한 척 정도만 호송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해적 퇴치도 미국 해군 P-3C기로부터 해적선의 위치 추적 정보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선의 자체방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운 당국은 차제에 개별 선박에 대하여 각종 상황발생 시 해적선에 대한 식별, 접근 차단 및 대피 방법까지 필요한 교육·훈련을 출항 전에 반복 실시해야 한다. 컨테이너선·유조선 등 각종 선박에 선원 대피시설 등 테러대비 시설을 갖추는 설계도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납치범과 인질이 뒤섞인 상태의 작전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이번 작전 성공은
천안함 피격 이후 해군이 정말 이를 갈며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선 부대를 다녀보니 겁이 날 정도로 후배들이 독기를 품고 있었다. 청해부대의 작전 성공은 북한에도 메시지가 됐을 것이다.

 

 

총알도 두렵지 않았던 UDT 전사 3인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의 밑거름이 된 해군 특수전요원(UDT/SEAL) 3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1차 진입작전 때 해적들과의 교전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임무를 받아들이고,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검문검색팀의 안병주 소령과 김원인 상사, 강준 하사가 그 주인공이다.

23일 해군에 따르면 그날 오후 2시44분(이하 현지시간) 해적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청해부대가 삼호주얼리호에서 하선하는 소형선박(해적 자선)을 발견한다.

삼호주얼리호를 탈취했던 해적들이 이번엔 삼호주얼리호로부터 동북방에서 항해중인 몽골상선을 노린 것이다.

이에 청해부대는 몽골상선의 피랍을 방지하고 삼호주얼리호에서 이탈한 해적들을 제압하기 위해 링스헬기(LYNX)를 출동시키고 검문검색팀이 탑승한 고속단정(RIB) 2척을 해상에 진입시켰다.

2시51분 현장에 급파된 링스헬기는 소형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해적들이 다시 삼호주얼리호로 합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협사격을 가해 해적들을 이탈시켰으며, 이와 동시에 고속단정(RIB)에 탑승한 검문검색팀은 삼호주얼리호 인근에서 구출작전을 준비했다.

3시24분 삼호주얼리호 해적들이 백기를 들어 투항의사를 표시했고, 검문검색팀은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접근과 동시에 해적들은 링스헬기와 고속단정 2척에 사격을 가했고, 이 사격으로 검문검색대장 안병주 소령과 저격소대장 김원인 상사, 2작전대 요원 강준 하사가 파편상을 당했다.

이들은 현재 오만의 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소령은 첫 교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속단정에 올라 검문검색팀을 지휘했다.

1994년 학군 39기로 임관한 그는 특수전 초급반과 폭발물 처리 과정, 특수전 해상 대테러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안 소령은 특수전여단 폭발물처리대장, 작전사 특수전 담당, 대테러 담당 등을 역임한 특수전 분야의 작전통으로 알려졌다.

김원인 상사는 저격팀장으로 링스헬스에서 해적의 사살과 아군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1994년 부사관 147기로 임관한 그는 특수전 초급반과 중급반, 해상 대테러과정, 고속단정 운용과정을 수료했다.

해상 대테러 과정을 차석으로 수료하고 특수임무대대 저격수로 발탁돼 팀장 역할을 수행한 저격분야의 베테랑이다.

강준 하사는 검문검색팀의 유능한 일원으로 묵묵히 최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2007년 부사관 215기로 임관한 강 하사는 특수전 초급반, 해병 공수기본과정, 특수전 통신 교육, 특수전 해상대테러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해군 관계자는 "망설임 없는 이들의 용기와 투혼은 해적들에게는 청해부대가 공격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심어주고 청해부대 대원에게는 단결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