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가는 중년 삶의 이야기

골프기사이야기

[조폭들의 골프 1] 내도 서민이다!

惟石정순삼 2010. 11. 23. 06:25

벚꽃에 개나리에 진달래가 활짝 피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골프장
맛깔 나는 제복을 입은 앳된 캐디의 웃음이 싱그럽다.

"행님, 오늘 투표허고 왔소?"
"자슥아, 오널 행사 맞출라만 그런 시간이 워디 있가니?"
"내넌 서민정당 놈덜 찍어주고 왔구마...."

선거날이라 모두들 작정을 하였는지 골프장이 만원이다.
거식이와 머식이는 오늘 조직의 행사(?)가 있어 아주 비싼 골프장에 와 있다.

조직에서는 원래 옛날부터 특별한 관계(?)가 있는 푸르다 골프장이나 신난다 골프장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만
이번에는 제일 큰 형님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일이 잘 풀려서 조직의 단합을 위하여 특별히(?) 여기 조쿠마 골프장에 5팀을 부킹하여 회의 겸 새 식구 소개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옛날에 무슨 무슨 대통령이 골프 할 때처럼

맨 앞에는 젤로 공을 잘 치는 조가 후딱 치고 난 뒤 다음 조에 있는 큰 형님 조에 박수를 치면서 경호를 맡고
다음은 큰 형님이 이번에 새로 영입한 나좀바 사장,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온 손님(?)과 같이 라운딩을 하는데 "땡큐!" "리얼리?"와 함께 계속 "머시?", "그랑개..."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무신 새로운 사업이 논의되고 인는갑고

3조와 4조는 중간 형님들이 큰 형님 모르게 타당 큰 돈을 걸고 조용조용 내기를 시작한 모양인데 이번에 큰 형님의 도움으로 코스닥인가 꼬꼬닥인가 상장이 된 사채업체를 꿀꺽한 손아구 형님이 돈을 좀 일건는가 표정이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거식이와 머식이는 이번에 중간 보스로 함께 승진한 두 사람과 한 조가 되었는데 이것들 충성심이 대단하여 진행에 차질이 있다면서 돈내기를 하지 않아 여엉 재미가 없다.

4번홀 파3에서 3, 4조가 그린에서 너무 쪼으는 바람에 거식이와 머식이는 티박스에서 구라를 풀고 있다.

"행님, 이번에 배나와쓰 골프장 회원권 샀다매?
"아이다. 상기 아이고 돈통 골프장꺼 팔아서 바꿍기다. 니도 임마, 거그 돈통 꺼 팔고 쫌 존 골프장으로 바까 바라, 돈통 골프장 거어가 골프장이가, 완전히 돈독이 오른 놈덜이 환장한 유격장이더만..."
"행님, 여그 골프장이 참말로 조키는 조쿠마요, 이이... 여그 회원권이 월매라고?"
"느그 스크린 골프장 몇 개 팔고, 돈통 골프장 회원권 몇 개 합쳐야 여그 하나 살끼다"
"되-N-장, 내 같은 서민이 어디 꿈이나 꾸겄소?"
"머시? 니깐놈이 서민이라? 요새는 아무놈이나 서민이라네"
"아니, 서민이 어디 호적에 뻘건줄로 써있소? 마빠구에 서민이라고 부치고 다니요?"
"일마야, 서민이라능기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주식도 없고, 펀드도 몰라야 서민이지 니놈이 무신 서민이여, 벨 우끼는 놈이 다 이꾸마, 이이... 서민 잘 살게 해주겠다는 사람덜 바, 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 아녀?"
"아니, 행님, 내가 핵교 짤리고 왕십리역에서 뚜드리 맞아 가미 구두닦이로 시작해서 지금 50이 다 되도록 평생 그늘에서 살아완는디 10년이 넘은 30평 아파트 하나, 덜덜 거리는 옛날 그랜저, 계속 까뭉는 주식, 눈꼽맹큼 불어난 펀드, 8천만원 짜리 돈통 회원권 가징기 서민이 아이고 머시요?"

세 사람은 전부 그린에 올렸는데
열받은 서민 거식이는 쪼루가 나서 벙커에 빠졌다.

"저 자슥은 다 존디 뒷심이 없어... 야! 대충 굴리고 빨리 그늘집으로 와라 이? 큰 형님 기다리신다"
앞 팀의 뚜벅이가 드르륵 긁는다.
"되-N-장..."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