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오발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태범에 이어 이상화가 금메달 레이스에 합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을 석권하자 주요 외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반응이다.
AP 통신은 17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또 하나의 깜짝 놀랄만한 금메달을 가져갔다"며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이상화가 우승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와 왕 베이싱(중국)을 눌렀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동안 쇼트트랙 외 종목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던 한국이 이번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첫 4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가져갔다며 "한국 선수들이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오발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상화는 이날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 한국 여자 빙속 사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전날 경기에선 모태범이 주종목(1,000m)이 아닌 남자 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지난 14일에는 이승훈이 남자 5,000m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통신사 UPI는 "여자 500m 종목이 올림픽에 채택된 1960년 이후 한 나라에서 남녀 종목을 동시 석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태극전사들의 업적을 높게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난리가 났다.
마이니치신문은 16일 사설에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계스포츠 '아시아 맹주'로 경기 기술을 전수하는 입장이었던 일본이 이젠 한국에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동계올림픽에서 힘을 못 쓰면서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보강을 위해 한국 코치를 초청해 겸허하게 배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금메달 이상화 "규혁-강석 오빠, 고마워요"
"쇼트트랙. 피겨에 밀려 서러웠다."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상화는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에 밀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열심히 운동했고. 이번엔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며 '서러움'을 쏟아냈다. 이규혁. 이강석 등 평소 함께 운동해온 동료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금메달 소감은.
믿기지 않는다. 금메달을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4년 전 올림픽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면 이번엔 기쁨의 눈물이었다. 예니 볼프는 초반 100m에서 너무 빠르니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자고 생각했다.
-한국만의 특별한 훈련 방식이 있나.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에 밀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열심히 운동했고. 이번엔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상승세의 비결을 꼽으라면 팀 분위기와 훈련 자체에 있다.
-평소 다른 빙상 종목에 밀려 스피드 스케이팅이 주목받지 못했는데.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에 밀리니 서럽긴 서럽더라. 우리가 월드컵에서 1위를 해도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우승에 곧바로 묻히더라. 하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 않게 열심히 한다.
-경기 전 긴장감은.
전날 내 친구 모태범이 금메달을 땄다. 기뻤지만 심적 부담감이 커져 떨면서 잠을 못 잤다. 이번 경기 1차 레이스에서는 타고 싶었던 아웃코스에 걸려 부담이 없었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내 기록은 보지 못했고. 1등을 한 것만 알았다.
-전날 금메달을 딴 모태범이 조언한 것은.
어제는 보지 못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너무 떨려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모태범이 '너 왜 그러냐. 평소 하던 대로 해라'고 조언했다. 요즘 듣던 클래식은 피아노 연주곡인데 제목은 모르겠고. 평소에는 가요를 들었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 게 도움 됐나.
많은 도움이 됐다. 오늘 경쟁한 예니 볼프도 초반 100m를 남자 같이 타는 선수다. 그를 따라가기 위해 피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경기 후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부모님이 떠올랐고 함께 훈련하며 내게 큰 도움을 준 (이)규혁 오빠. (이)강석 오빠. 문준 생각이 많이 났다. 나를 위해 함께 운동해줬던 이들이다. 오빠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며 실제 경기에서 열심히 했다. 강석 오빠는 어제 이변이 많은 대회이니 차분히 준비하라고 조언해 줬고. 규혁 오빠는 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제 실력을 발휘하라고 격려해 줬다.
-올림픽 이후 가장 하고픈 일은.
무엇을 특별히 하고 싶다기 보다는 쉬고 싶다.
밴쿠버 | 이지석기자
빙속 500m 금메달 이상화는 누구?
![]() 17일 오전(한국시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한 이상화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성적에 눈물짓던 여린 여고생,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슈퍼우먼이 되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단거리 간판' 이상화(21.한국체대)가 17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이상화는 초등학생 때부터 국내 1인자 자리를 지키며 간판 스프린터로 성장해왔다.
국내 전국대회와 선수권대회에 나설 때마다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어린 나이부터 기대주로 꼽혔다.
휘경여고에 재학 중이던 2004년 겨울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기 시작한 이상화는 500m와 1,000m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단거리 전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상화는 국가대표로 뽑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전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일'을 낼 뻔했다.
여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77초04의 기록으로 5위에 오른 것.
마지막 한 조의 경기만 남은 가운데 3위에 올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마지막 조 선수들이 이상화보다 앞선 기록을 내면서 이상화는 0.17초 차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올림픽 데뷔전이란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이상화는 결국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쉬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첫 동계올림픽을 마친 이상화는 기량을 더욱 끌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해 1~5차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1, 2위만 4차례씩 기록하며 국제무대의 강자로 떠올랐고, 이듬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 투혼을 보이며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2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주춤했던 이상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맸다.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어진 월드컵 시리즈에서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규혁, 이강석 등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체력과 힘을 길렀고, 대회 직전에는 집중적으로 스타트를 보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슈퍼맨처럼 날듯이 잘 타고 싶다"며 슈퍼맨 마크 귀걸이를 달고 4년 전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벼른 이상화는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밴쿠버=연합뉴스)
'넘버3'에서 '넘버1'으로…모태범은 누구?
모태범(21·한국체대)을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는 한국의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일찌감치 분류됐지만 이강석(25·의정부시청)과 이규혁(32·서울시청)의 이름뿐이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앞선 이력과 성적만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이강석과 이규혁은 올시즌 월드컵 랭킹에서 나란히 1·2위 하면서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지만, 모태범은 500m 월드컵 랭킹도 14위로 밀려있어 이래저래 주목받기 어려웠다. '차세대' 또는 '차기'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적당했다.
오히려 모태범은 1000m에서 가능성을 엿보였다.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모태범이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라있는 1000m 부문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려볼 만하다고 했다. 그야말로 500m에서 깜짝 메달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500m와 아예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태범은 7살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뒤, 주니어 시절부터 단거리에 두루 강했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500m 1위, 1500m 2위, 3000m 3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더니 이듬해 주니어선수권에서도 5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단거리 종목의 새 별로 떠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성인 국가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모태범은 그해 12월 월드컵 5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에서 5위를 질주하면서 가능성을 뿜어낸 뒤 2009년 1월 아시아 종목별선수권에서 500m 1위에 오르고, 1000m와 1500m에서 2위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2009~2010시즌에 진행된 4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2차 대회 1000m 3위, 5차 대회 1000m 4위를 하며 세계 정상에 접근했다.
또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5차 대회에서는 1500m에서는 1분42초85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여러 종목에서 적응력을 보였다.
모태범은 주종목인 1000m를 앞두고 있다. 500m 금메달로 자신감까지 안은 모태범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모태범, 주종목인 1000m 랭킹 2위… 미래의 기대주
500·1000·1500m 상위권 차지하며 상승세
솔트레이크시티선 1500m 한국 신기록 세워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모태범(21·한국체대)은 대회 전까지 이 종목 메달 후보군도 아니었다. 이강석(22·의정부시청)과 이규혁(32·서울시청) 등 쟁쟁한 선배들이 올 시즌 월드컵 랭킹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라 있었기 때문. 올림픽 전까지 모태범의 500m 월드컵 랭킹은 불과 14위였을 뿐이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대회를 앞두고 1000m 동메달 후보로 이름을 올릴 뿐이었다. 모태범이 1000m 월드컵 랭킹 2위였기 때문.
그러나 모태범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합계 69초86의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간 이규혁, 이강석 등에 가려져있던 모태범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돼 왔다. 7살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모태범은 주니어 시절부터 착실히 성장해왔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 1500m 2위, 3000m 3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모태범은 이듬해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5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단거리 종목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2008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모태범은 그해 12월 월드컵 5차 대회 1000m 2차시기에서 5위에 오르며 시니어 무대에서도 상위권 입상이 가능함을 알렸다. 이어 2009년 1월 아시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도 500m 1위, 1000m와 1500m에서 2위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갔다. 그해 11월 시작된 2009∼2010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모태범은 2차 대회 1000m 3위, 5차 대회 1000m 4위를 차지하며 세계 정상을 넘보기 시작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5차 대회 1500m에서는 1분42초85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여전히 이규혁과 이강석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사이 묵묵히 훈련에 열중한 모태범은 선배들을 대신해 생애 첫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오랜 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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