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이대병원 안정자(64·산부인과) 교수는 현재 연세대 평생교육원에서 '노인체육 지도자' 과정과 '스트레스 관리' 과정을 2학기째 듣고 있다. 이춘석(53)씨는 한양대 사회교육원에서 '사회복지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자격증을 딴 뒤 간호사인 아내와 함께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할 생각이다.
심리학 석사인 조한나(25)씨는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이화 리더십코칭' 과정을 다시 들었다. 더 나은 상담교사가 되기 위해서다. 이화경(32)씨는 고려대 평생교육원에서 '영어교육 연극 지도자' 과정을 들있다. 영어와 교육, 연극까지 아우르는 공부를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
- ▲ (왼쪽부터)리더십코칭 과정 조한나씨 / 노인체육지도자 과정 안정자씨 / 영어교육연극지도자 과정 이화경씨 / 사회복지사 과정 이춘석씨
60대 ㅣ 안정자씨 노인체육 지도자 과정
안정자 교수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 풀코스를 50차례나 완주한 그야말로 '달리기 마니아'다. 해외 마라톤만 10여 차례 완주했다. 지난해 12월 완주한 호놀룰루 대회가 가장 최근에 뛴 경기다. "7년 전 건강을 위해 남편과 함께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정년을 마친 뒤 노인체육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뛰기' 위해 지난해 3월 교육원에 등록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3시간씩 '노인체육 지도자'와 '스트레스 관리' 과정을 수강 중이다. 진료에 차질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동료 의사들이 기꺼이 공백을 메워줬다.
"퇴임 후 뭔가 사회에 보람되고 유익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니 마음이 젊어지고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까지 얻게 됐습니다."
수업은 이론과 실기가 반반씩 진행됐다. 노인 건강운동에서부터 노인 비만과 당뇨병, 노인 체육 활성화 정책, 스트레스와 스포츠 마사지, 심지어 웃음치료학까지 배웠고 포크댄스, 라틴댄스와 레크리에이션까지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나중에 '웃음치료'와 '노인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따 전문성까지 갖출 생각이다. 평생교육은 일종의 '나이야 가라!' 프로젝트.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그녀는 "굳은 의지와 결심만 선다면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나이는 결코 장애가 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요즘 60대는 노인도 아닙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단지 기억력이 좀 떨어진다는 것 분 좀 더 노력하면 나이를 극복하고도 남습니다."
50대 ㅣ 이춘석씨 사회복지사 과정
이춘석씨는 지난해 9월부터 '사회복지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매주 월·수·금요일 마다 5시간 이상 수업을 듣고 있다. 대부분의 과목이 5~6명씩 조별 발표수업으로 진행되는데, 밤늦도록 논문집을 뒤지고 복지 관련 자료를 검색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양대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대학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며 "땀이 묻은 보고서를 학우들 앞에서 발표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퇴직한 후 개인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사업을 정리한 뒤 절치부심하던 중 노인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게 되면 실버산업의 비전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교육원에 등록했다.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따면 종합병원 수간호사 출신인 아내와 함께 서울 근교에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할 생각에서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 노인성 질환인 치매와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르신 세대의 말년을 편안하게 모시는 일에 적은 힘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좋겠어요."
50대의 나이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씨는 "인생 전반기는 가족부양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경쟁만 하고 살아왔다면 인생 후반기는 일과 건강, 보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시기"라고 했다.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을 활용해 지난 20여년을 살았지요. 앞으로 남은 인생, 그러니까 평균 수명을 80세로 본다면 25년이나 남아 있어요. 사회·평생교육원이야 말로 50대 동년배에게 가장 적합한 제2의 배움터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교육과 훈련을 통해 남은 생애를 준비할 각오입니다."
30대ㅣ 이화경씨 영어교육연극 지도자 과정
이화경씨는 평생교육원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2002년 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수년간 일했다. 편집자의 꿈을 키운 것은 학교교육 이외의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씨는 "유럽권 도서기획에 대한 꿈으로 독일 어학 연수를 다녀왔고, 귀국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며 "그러다 영어교육연극 지도자 과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영어교육연극 지도자 과정은 영어대본을 달달 외우게 하는 공연용 영어연극과 다르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 속 장면들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동작과 대사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교육방식이다.
그녀는 "영어교육연극 지도자 과정은 제가 가진 교육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인 한국식 영어교육의 한계점에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마다 3시간씩 들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짬을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럴수록 오기가 났다. 과제에 욕심을 내다가 새벽까지 고민하기 일쑤였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서 수업시간에 발표했다.
이씨는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부분이 인정돼 지난 1월에는 직접 교단에 올라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회도 가졌다"며 "앞으로 재미있게 영어연극을 가르치고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대 ㅣ 조한나씨 이화리더십코칭 과정
"제게 평생교육원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관심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밑거름입니다."
이화여대 심리학을 전공하고, 석사(상담전공) 과정을 마친 조한나씨의 목표는 상담교사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 신분으로 여러 중고등학교에서 파트타임으로 개인(집단)상담이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자기주도 학습코칭'을 가르쳤다. 그러나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좀 더 실전적인 기술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신설된 '이화 리더십코칭' 과정에 등록, 매주 월요일 밤늦게까지 수업을 들었다.
"청소년 상담을 하다보면 단순히 언어만을 도구로 사용해서 상담을 진행하기 힘들 때가 종종 있었어요. 평생교육원 커리큘럼을 보고 제게 필요한 공부라고 확신하게 됐어요."
2007년 미술심리 지도사 과정도 수강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교육원에서 배운 것들을 학생들과의 실제 상담에 적용하면서 더욱 깊이 있는 상담을 할 수 있었다"며 "스스로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면서 자신감이 저절로 생겼다"고 말했다.
"보통 평생교육원은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들이 자기개발이나 취미생활을 위해 찾는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 경우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개설되지 않은 분야들을 스스로 찾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평생교육원을 찾았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만족감은 정말 크고 값진 경험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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