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주인공 네로가 숨을 거두기 직전, 그토록 갈구하던 그림을 마침내 보게되는 장면 말이다. 그 그림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1577∼1640)의 ‘그리스도의 강림’이었다. 루벤스를 위시한 17세기 유럽 바로크 화가들의 미술 작품이 서울에 온다.
루벤스, 오레이티아를 납치하는 보레아스, 146×140㎝, 1615. [빈아카데미미술관 제공] | |
14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퍼진 르네상스는 17∼18세기 바로크 미술로 이어졌다. 조화·균형·완결성을 최고 이상으로 추구했던 르네상스 미술과 달리 바로크 미술에서는 풍만한 인체, 화려한 색채, 동적인 구도를 중시했다.
독일 지겐에서 태어나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루벤스는 23세부터 8년간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을 연구했다. 그 뒤 플랑드르(프랑스 북동부와 네덜란드 남부) 지역으로 돌아와 이곳에 바로크 화풍을 정착시켰다. 플랑드르 총독 알브레흐트 대공의 궁정화가로도 명성을 쌓았다.
그는 흔히 네덜란드의 거장 렘브란트(1606∼1669)와 비교된다. 루벤스가 평생 굴곡 없는 삶을 살며 화려하고도 장대한 역사·종교화를 그렸다면, 렘브란트는 화면 속 빛과 그늘을 통해 인간의 육신과 영혼에 드리운 깊은 상처와 고뇌를 성찰했다.
바로크 미술은 생활에 기반한 이야기를 중시했다. 가령 식탁 정물화에서 고기는 기름진 식탐을, 과일의 마른 껍질은 육신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일깨운다. 때문에 신화와 성서 속 이야기를 그린 루벤스의 작품은 인물화이자 정물화, 풍경화다.
‘오레이티아를 납치하는 보레아스’(1615)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이야기’에 나온 신화의 한 장면이다. 북풍의 신 보레아스가 아테네 왕 에레크테우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의 딸 오레이티아를 날개에 숨겨 납치한다는 내용이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역동적 구도와 빠른 필치는 속도감이 넘친다. 화면 한가운데를 채운 풍만한 여인에서는 바로크 거장다운 과장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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