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사이야기

[藥 많이 먹는 대한민국]국내 제약업체 265개 난립… 新藥개발은 광복 후 16개뿐

惟石정순삼 2011. 5. 23. 08:30

 

"글로벌 제약사 탄생 요원" 美는 80여개社… 연구 활발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세 알씩 약을 먹을 정도로 약 소비량이 많지만(세계 15위 규모), 국내 제약산업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5개 제약사가 난립하면서 신약 개발보다는 국내 시장 쪼개 먹기에 급급해 '글로벌 경쟁력'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는 것이다.

265개 제약사(완제품 생산 기준) 중에서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곳은 35개사(5000억원 이상은 5개)에 불과하다. 이들 35개사가 전체 약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절반에 이르는 131개사는 100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다. 여기에다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제약사는 800개에 육박한다.

이들이 생산한 약을 병원·약국으로 공급하는 도매상은 1500개에 이른다. 전 세계 톱 제약사 20개 중 7개를 보유한
미국이 80여개 제약사와 8개 전문 유통업체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의 매출액은 570억달러로 국내 1위 동아제약 매출액(8000여억원)의 약 77배다.

이런 전근대적 구조에서 국내 업체들은 연구·개발(R&D)보다 '리베이트(약 구매 대가로 금품·향응 제공)'에 더 관심을 쏟았다. 자기 회사 약을 써줄 의사·약사만 리베이트로 잘 관리하면 연구·개발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체 전체가 광복 이후 지금까지 개발한 신약은 16개에 불과하다. 특허 만료된 신약을 베껴 '복제약'만 만들면 신약의 최대 90%(2007년부터는 최대 68%)까지 약값을 쳐주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였다. 제약업계에는 망하지 않고 2~3대에 걸쳐 내려오는 업체가 유난히 많다.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권용진 교수는 "복제약을 비싸게 사주면 수익금으로 R&D에 매진할 것이란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며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매년 GDP의 2%에 이르는 약값이 제약업계로 흘러들어 가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제약사는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의 구조조정 없이는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의 제약사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부가 약 품질과 직결되는 생산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리베이트를 단속하면 수준 이하의 업체는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며 "대신 R&D에 투자하는 경쟁력 있는 업체는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