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운동이야기

1년에 4㎝ 이상 안 크면 성장판 검사부터 시키세요

惟石정순삼 2010. 11. 25. 07:04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0·경기 고양시)씨는 아들의 작은 키 때문에 쓴 돈이 유치원 때부터 1000만원이 넘는다. 이씨 자신(173㎝)과 아내(162㎝)의 키는 평균 수준인데, 아들은 124㎝로 또래 평균보다 10㎝가 작다. 이씨는 "수백만원어치 한약을 지어 먹이고 운동 클리닉에도 보냈지만 효과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혀야 되나 싶어 최근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에 아들을 데려갔지만, 의사는 간단한 엑스레이 검사 후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살 이상 어려 천천히 자랄 뿐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키가 작은 아동의 부모들은 방학 동안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워주려고 온갖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비용을 쓰고 치료해줘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키가 비정상적으로 작은지, 치료하면 더 자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의학적인 검사부터 받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검사받아야 하나=100명을 키가 작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1번부터 20번 정도까지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은 1~2번째 아동인데, 이들은 반드시 병원에 가서 원인 질환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문제는 3~20번째 아동이다. 김호성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20번째 아동의 부모들은 자녀가 질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에 데려오기보다 한방, 영양제, 운동센터, 운동기구 등 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곳에 시간과 돈을 쓴다"며 "질병이 없어도 소아청소년과에 데려오면 손목 관절을 엑스레이로 한 번 촬영하는 간단한 성장판 검사와 혈액검사로 키가 작은 원인과 예상 최종 키, 몇 살때 부쩍 자랄지 등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은 주로 대학병원급에 있다. 엑스레이는 1만원 이내이며, 혈액검사는 3~4만원 정도 내야 한다. 결국 5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피 한 번 뽑고 엑스레이 한 장 찍으면 자녀의 키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도, 많은 부모가 이런 검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아동이 치료 받나=3~20번째 아동 중 1년 동안 키가 4㎝ 이상 자라지 않거나, 키가 평균보다 10㎝ 이상 작은 어린이는 치료받아야 한다.

유은경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년 동안 4㎝가 자라지 않거나 평균 키보다 10㎝ 이상 작은 어린이는 성장판 검사와 호르몬 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받아야 한다"며 "키가 좀 작아도 1년에 4㎝ 이상 자라는 아동은 일단 부모가 집에서 편식을 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1~2번째 아동도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100명 중 1~2번째 아동도 90% 정도는 의학적인 문제가 없다"며 "80% 정도는 집안 내력으로 키가 작은 작은 아동이고, 10% 정도는 실제 나이보다 뼈 연령이 2~3세쯤 어려서 늦게 자랄 뿐 성인이 되면 정상 키를 가질 아동"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10% 정도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심장질환, 성장호르몬 분비장애 등의 질병을 갖고 있다.

생활요법 치료 받는 경우=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인 아동은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다. 의료진은 이런 아동의 경우 영양불균형, 운동부족, 늦게까지 깨어 있는 수면 패턴, 스트레스 등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해소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살코기 고등어 콩 두부 등)과 칼슘(우유 멸치)을 매 끼니마다 먹이고,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왕성해지기 시작하는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9~10시간 자게 한다. 전체적인 건강 유지를 위해 줄넘기 조깅 농구 등의 운동을 성장판이 있는 연골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강도로 매일 30분~1시간 시킨다. 유은경 교수는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며, 석달마다 키를 재서 1㎝ 이상씩 크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동=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있거나, 2.5㎏ 미만으로 태어난 아동 중 자라면서 키가 계속 작은 경우 등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는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계속 맞을 수 있으며, 키는 매년 5~10㎝씩 자란다. 부모가 매일 밤 주사를 놓아줘야 하며, 키가 크는 효과는 반드시 나타난다. 치료 비용은 1년에 1000만원선을 예상해야 한다.

한편,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정상적인 아동도 키가 작아 놀림받는 등 스트레스를 느끼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1~2년 정도 받을 수는 있다. 역시 부모가 매일 주사를 놓아 주어야 한다. 치료받는 아동의 60~70%는 1년에 2㎝ 정도 더 자란다. 김호성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동과 달리 전체의 30~40%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종 키 구하는 법_손목 엑스레이 찍어서 "10년 뒤엔 180㎝" 예측

사람의 키는 집안 내력(유전적 요인)이 70~80%를 차지한다. 흔히 남자 아이는 부모의 키를 더해서 2로 나눈 수치보다 6.5㎝가 더 크고, 여자 아이는 6.5㎝ 작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세계인의 키를 추적 조사해서 만든 대략적인 공식일 뿐 민족적 차이나 개인의 영양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아 오차가 많다.

유전적 요인에 따른 아동의 정확한 최종 키는 성장판 검사로 예상할 수 있다. 성장판은 손목 손가락 발목 무릎 등의 뼈 중 관절과 연결된 부분을 말한다. 이중 나이에 따라 변화가 가장 뚜렷한 손목 성장판을 엑스레이로 찍어 본다. 손목 성장판이 검은 색이면 연골세포가 세포분열을 하고 있는 상태로 "성장판이 열려 있다"고 하고, 흰색으로 나타나면 세포분열이 끝나 단단해진 상태로 "성장판이 닫혔다"고 한다. 성장판이 열려 있다가 닫히는 정도를 일정한 의학 공식에 넣으면 최종 예상키를 알 수 있다. 오차는 ±5㎝정도다.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성장판의 모양과 상태, 성장속도, 사춘기 진행 여부를 점검하고 여기에 아동의 나이와 유전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면 최종 키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성장판의 상태를 나이별 기준 표와 비교하면 뼈 나이가 실제 나이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크는 아이인지 늦게 자랄 아이인지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영양 수면 질병 운동 등 환경 요인이 키 성장에 20~30%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최종 키는 성장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진다. 박미정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금 장노년층은 영양 부족과 질병 등으로 자랄 키가 덜 자란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현재의 청소년들은 이런 문제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키가 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10㎝ 키워 준다"는 곳은 피해야

자녀의 키를 더 자라게 해준다는 '성장클리닉'은 양방보다 한방, 그중에서도 개업한의원에 많다. 양방 성장클리닉은 성조숙증 등 원인 질환이 분명하거나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정상에 못미치는 아동 등으로 치료 대상이 비교적 제한된다. 따라서 단순히 작은 축에 속하는 자녀의 키를 키워주려는 부모는 한방 치료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년간 350만원을 서울의 유명 한의원에 쓰고도 아들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36세 주부·서울 강남구)는 말처럼 한방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많다.

>>한방 성장치료 원리= 한방 키 성장요법은 한약 처방, 성장판 주위에 침을 놓는 침구요법, 뼈의 올바른 배열을 유도하는 추나요법 등으로 이뤄진다. 한약은 보통 근육과 뼈를 강화시키는 한약재를 섞어서 짓는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원장은 "일부 한약재가 성장호르몬 분비량을 늘려준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판과 연결된 경혈에 침을 놓으면 혈류가 활성화돼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 양방에서 볼 때는 혈액 순환을 자극하는 보조적 치료법인 셈이다. 추나요법은 비정상적으로 휘어진 척추를 정상적으로 만들고 골반을 균형있게 해 키를 크게 해준다고 한방에선 설명한다. 이 역시 양방에서는 보조적인 요법 정도로 해석한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나 골반의 문제로 몸이 구부정해져서 키가 작아진 사람은 다양한 시술로 골격을 바로잡아 키를 회복시킬 수는 있다"며 "하지만 골격을 바로잡는다고 해서 크지 않을 키가 더 자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식사습관, 수면습관, 운동 등에 대한 교육은 양방과 유사하게 진행한다.

자녀를 위해 한방 성장클리닉을 선택할 때는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키가 클 가능성과 한계 등을 정확히 설명해 주는 곳을 골라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예상 치료 효과= 한방 키 성장 치료는 3개월 이후 효과를 측정한다. 장규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아과 교수는 "어린이의 키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적어도 3개월간 치료해 보고 1.2~1.5㎝ 이상 자랐으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통 9개월~1년 정도 치료하며, 비용은 6개월에 대략 250~300만원 정도 든다.

한방치료로 전혀 키 성장 효과를 못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성장 치료 경험이 많은 한의사도 30% 정도는 치료에 실패하는 것으로 한의계는 추산한다. 양방 성장호르몬 치료 실패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방에서는 "처방한 한약이 아동의 체질이나 신체 상태에 맞지 않는 경우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편, 양방에서는 "한방 치료로 효과를 본 아동의 상당수는 어차피 키가 클 때가 되서 큰 것일 뿐 한약을 먹어서 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장 교수는 "한방 치료로 키가 자라는 진료 사례는 적지 않으나, 대규모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정립돼 있지는 않다"며 "현재 한방 치료가 아동의 성장 시기마다 키 성장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방 성장클리닉 선택 기준=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무조건 키를 키워주겠다고 장담하는 한의원은 피해야 한다. 한방 성장클리닉도 요즘에는 양방 의료기관에서 받은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로 성장호르몬과 성장판 상태를 검토한다. 양방 검사 결과와 한방 진맥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목표 키를 정한다. 장 교수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성장판이 이미 닫힌 아동은 한방에서 키를 키워줄 수 없으며, 성장호르몬결핍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원인인 저신장증은 양방 치료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고가의 한약 복용부터 권하는 곳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효은 자생한방병원 웰빙센터 원장은 "한방치료도 성장판이 많이 열려 있고 골밀도가 높으며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될수록 효과가 크다"며 "한의학적으로 진맥해 소화장애 비염 알레르기질환 비만 등 키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질환을 찾아 없애주기만 해도 키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달걀이 초경 앞당기고 사골이 성장판 닫는다고?

잘못된 식이요법

자녀의 키가 크는데 방해가 되거나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며 오히려 성장에 꼭 필요한 식품을 먹지 못하게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속설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달걀, 콩, 두부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주부 김모(35·경기 분당구) 씨는 7살 딸이 또래보다 키가 크자 1년 째 달걀을 먹이지 않고 있다. 김씨는 "고단백질 식사를 하면 초경이 빨리 오고 성조숙증에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며 "주변에 아이가 또래보다 성숙하면 달걀이나 콩을 먹이지 않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승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달걀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초경을 빨리 시작하거나 성조숙증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성장기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오히려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은 단백질 칼슘 철분 등 모든 영양소가 체내 균형에 맞을 때 잘 분비된다. 아이 키가 너무 크다고 특정 영양소 섭취를 억제하면 영양실조와 성장장애로 이어진다. 양 교수는 "소아 비만 등 때문에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 아동이 아니면 단백질 섭취를 막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사골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2가지 속설이 떠돈다. 많이 먹이면 자녀의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안 자란다는 주장과, 칼슘이 많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옳지 않다. 양 교수는 "사골을 먹는다고 해서 성장판이 일찍 닫히지 않으며, 사골에 칼슘이 많기는 하지만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인산도 많아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홍지나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아동은 하루 세 끼 균형있는 식사를 하는 것 이외에 키가 더 크는 '식이 비법'이 없으므로 사실과 다른 속설이나 상술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