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스마트폰… 애플에 맞선 '삼성 연합군'
애플 '아이폰4' 삼성전자 '갤럭시S' 한날 동시 공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마트폰"
"최고의 사양… 차원 다른 스마트폰"
아이폰4… 세계서 가장 얇은 9.3㎜ 100여개 기능 새로 추가
갤럭시S… 빨라진 터치 반응속도 "응용프로그램 안 밀려"
7일(현지시각) 오전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검은색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가 청중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나타났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라며 아이폰4를 공개했다. 잡스 CEO는 "전 세계 57개국에서 5200명의 개발자가 이곳에 모였다"고 아이폰의 위세를 과시했다. 그는 "지난주까지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거래장터)에 22만5000개의 응용프로그램이 올라왔으며, 아이폰 사용자들이 50억번을 내려받아 개발자들에게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수익을 안겼다"고 자랑했다.
- ▲ 아이폰4 對갤럭시S… 막 오른 '스마트폰 전쟁'… 애플 대(對) 삼성전자·구글·이동통신사 연합군의 스마트폰 전쟁이 시작됐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왼쪽 사진) CEO가 8일(현지시각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대회에서 아이폰4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로부터 약 6시간 뒤, 서울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새 안드로이드폰‘갤럭시S’공개 행사에서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오른쪽 사진 가운데)과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왼쪽),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김건수 객원기자
그로부터 6시간쯤 지난 뒤인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종균 사장이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를 공개하기 위해 40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갤럭시S는 기존 스마트폰과 차원이 다르다"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 사장과 함께 발표장에 나온 SK텔레콤 하성민 사장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든 구글의 앤디 루빈 부사장이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애플 대(對) 삼성전자·구글·이동통신사 연합군의 전선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약 100여개국 110개 통신사가 갤럭시S를 출시한다.
◆서로 닮아가는 아이폰과 갤럭시S
아이폰4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하드웨어. 우선 아이폰4의 두께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9.3㎜로 이전 아이폰(12.3㎜)은 물론 삼성전자의 갤럭시S(9.9㎜)보다도 얇다. 제품 테두리는 곡선에서 직각 형태로 바꿨고 유선형이던 뒷면은 평평해졌다.
또 기존 아이폰(3GS)보다 4배나 선명한 3.5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으며, 500만화소의 메인 카메라를 채택해 HD(고화질) 동영상 촬영과 편집이 가능하다. 아이폰 전면부에도 영상통화용 보조카메라를 하나 더 설치했으며,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1기가헤르츠(GHz)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배터리 지속시간도 지금보다 40%가량 늘어났다. 지금까지 지적돼온 약점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물론 애플의 장점인 소프트웨어 보강도 이뤄졌다. 잡스 CEO는 "100여개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기능과 새로운 모바일 광고인 아이애드(iAd). 잡스 CEO는 "아이애드는 광고 수익을 개발자와 나누는 구조"라면서 "이미 닛산·GE·디즈니 등 17개 기업으로부터 6000만달러의 광고를 확보했는데, 이는 올해 미국 전체 모바일 광고의 48%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면 갤럭시S는 삼성의 장점인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사용자 환경(UI) 등 소프트웨어적인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뒀다. 우선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답게 아이폰4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9.9㎜ 두께에 4인치 수퍼 AMO 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 1기가헤르츠 프로세서 등 최고의 사양을 갖췄다.
삼성은 여기에 아이폰과 똑같은 정전식(손가락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이용한 입력방식)을 채택, 터치 입력에 대한 반응 속도를 크게 개선했다. 삼성은 콘텐츠 보강을 위해 삼성전자 자체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뿐 아니라, 구글과 SK텔레콤 등 국내외 이동통신사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응용프로그램 거래사이트)에서도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는 '멀티 앱스토어' 전략을 채택했다. 즉 삼성앱스 자체에는 응용프로그램이 적지만 구글(5만7000개), SK텔레콤(4만개)을 합치면 아이폰과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현재 애플리케이션 숫자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응용프로그램 숫자를 늘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갤럭시S는 이달 20일쯤, 아이폰은 7월 말 국내 시판
애플은 6월 24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5개국에서 아이폰4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오는 7월에는 한국·캐나다·뉴질랜드 등 18개국에서 제품을 출시한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KT가 아이폰4를 들여올 계획이다. KT측은 제품 가격이나 요금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폰4 미국 판매가(199달러, 299달러)가 기존 아이폰3GS와 같아 한국 판매가도 기존 아이폰과 비슷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이달 20일쯤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종균 사장은 "SK텔레콤과 아직 판매가격을 협의 중"이라며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우세한가, 전문가 평가는 엇갈려
아이폰과 갤럭시S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이관민 교수는 "국내 시장의 경우 갤럭시S와 아이폰4가 대등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에선 아이폰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아직은 검증이 안 된 상태라는 지적. 우리투자증권 김혜용 책임연구원은 "아이폰4와 갤럭시S의 하드웨어적 성능은 우월을 가리기 힘들지만 콘텐츠에 있어서는 아이폰이 우세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퍼스트 멤파이어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오부초우스키 디렉터는 "아이폰4의 하드웨어는 좋아졌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폰4는 최고 사양의 고가 부품을 사용해 애플의 수익성은 이전만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