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운동이야기

쇼트트랙, 노심초사 '조직력 깨질라'

惟石정순삼 2010. 2. 14. 22:47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선의의 경쟁에서 일어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딴 의도나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 만큼 조직력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4일(한국시간)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이호석(고양시청)과 성시백(용인시청)이 레이스 도중 충돌하면서 다잡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쳤다.

문제의 발단은 마지막 코너에서 3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성시백을 추월하는 과정이었다.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을 제치고 한국 선수 3명이 나란히 1~3위에 오르면서 메달 독식이 확실하던 상황이었다.

이때 3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이정수(단국대)와 성시백의 사이로 끼어들면서 추월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호석의 왼쪽 스케이트 날이 성시백의 왼발 무릎을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이호석과 성시백은 뒤엉켜 넘어졌고, 펜스에 부딪힌 성시백은 안타까움에 얼음을 주먹으로 치고 말았다.

그나마 이정수는 금메달을 지켰지만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첫 한 종목 메달 싹쓸이의 기회는 날아가 버렸다.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이호석과 성시백의 안타까운 충돌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심정도 복잡해졌다. 예전처럼 특정 선수에게 '금메달 몰아주기 작전'을 일부러 쓸 수도 없는 만큼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끼리 경쟁을 막을 수는 없어서다.

더구나 4년 동안 준비해온 올림픽인 만큼 선수들도 메달 획득에 대한 열망이 강해 쉽게 양보하기도 힘들다. 결국 같은 동료끼리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반응이다.

박성인 선수단장 역시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쇼트트랙에서 벌어진 상황의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박필순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이제 대회가 막 시작됐고 아직 1,000m와 500m, 계주 종목이 남아 있는 만큼 선수단의 조직력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어 "선의의 경쟁을 펼치다 일어난 상황이다. 선수가 어떤 의도나 악의를 가진 게 아니다"라며 "편견을 갖지 말고 경기 그 자체만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도 "쇼트트랙 지도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팀의 조직력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당면 과제"라며 "선수들이 편한 마음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질책할 일이 있어도 나중에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오노 “막판에 실격나오길 바랐다”

 

한국 국민에게 '비겁한 스포츠맨'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는 미국 쇼트트랙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28)가 또 한국 국민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오노는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벌어진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골인 직전 앞서가던 성시백(용인시청)과 이호석(고양시청)이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은메달을 딴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던 오노는 인터뷰에서 "레이스 막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처럼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고 조직위원회 정보시스템인 `INFO 2010'이 보도했다.

자신보다 앞서 간 이정수(22.단국대)와 성시백(24.용인시청), 이호석(25.고양시청)이 서로 충돌해 넘어지기를 속으로 바랐다는 것이다.

오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도 1,500m 결승 때도 과장된 몸짓을 보여 자신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김동성의 실격을 이끌낸 뒤 금메달을 차지해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노는 장소를 옮겨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서 가는 선수들과 신체 접촉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쇼트트랙은 신체 접촉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조금만 허용되는 데 오늘 레이스는 너무 공격적이었다. 또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니 접촉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수 “오노, 메달 자격 없다”

 

 



14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 결승에서 이정수가 1등으로 골인하며 금메달을 확정 후 기뻐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오노의 몸싸움이 심했다.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이정수(21.단국대)가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정수는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2분17초611의 기록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를 끝낸 이정수는 기자회견에서 "원래 경기 스타일이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시작부터 선두를 잡고 경기를 이끌어 갔다"라며 "전력을 기울여 힘을 쓰면 최소 동메달은 딸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나섰는데 우승까지 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성시백(용인시청)과 이호석(고양시청)이 넘어진 것을 알았다"라며 "한국이 금, 은, 동을 모두 차지할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수는 특히 성시백과 이호석의 충돌로 은메달을 딴 오노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질주하는 이정수
 14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이정수가 예선경기에서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고 있다.

이정수는 "오노의 몸싸움이 오늘 심했다. 기분이 불쾌해서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도 표정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라며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다. 심판이 못 보면 반칙이 아니라지만 팔을 너무 심하게 썼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시백과 이호석의 충돌 사고에 대해 이정수는 "두 명의 선수 모두 금메달 후보였다. 쇼트트랙은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1등을 못할 수 있는 종목"이라며 "경기 끝나고 나서 형들이 메달을 놓쳤는데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밴쿠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