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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씨앗' 치주질환

惟石정순삼 2016. 4. 5. 07:39

입력 : 2017.04.05 04:00

독성 강한 잇몸 세균, 혈관 타고 온몸 돌며 癌·성기능장애 유발

                     

[H story] '만병의 씨앗' 치주질환

칫솔질 중 출혈… 혈관 통로 열려 세균, DNA·장기 공격해 병 유발
심혈관질환·당뇨병·폐질환까지… WHO, 치주질환 위험성 밝혀

치주질환이 '만병의 씨앗'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치주질환이 심장병·당뇨병 등 전신(全身)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200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2011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감염성 질환(병원균 감염 없이 발생하는 질환)이 치주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박준범 교수는 "WHO 발표 이후 치과뿐만 아니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타 진료과 의료진이 치주질환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은 연구 초기만 해도 심장병·당뇨병·조산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지만, 최근에는 류마티스관절염·성기능장애·폐질환·암까지 연관질환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한치주과학회가 국민 37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치주질환자의 경우 암 발생 위험이 남성은 16%, 여성 9%가 더 높았다. 학회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587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COPD 환자의 경우 심한 치주염이 정상인보다 1.6배 더 많았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충민 기자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충민 기자

어떻게 입속의 작은 염증이 온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먼저 잇몸과 구강 점막에 증식하는 세균이 혈관으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치주질환을 앓게 되면 잇몸 염증으로 인해 가벼운 칫솔질만 해도 피가 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이 열리게 된다. 고대안암병원 치과 송인석 교수는 "세균이 혈관 속으로 들어가 전신을 돌며 세균 감염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특히 치태에 있는 '진지발리스균' '고도니균', 구강 점막에 있는 '뮤탄스균'은 산소가 없어도 증식이 가능하고, 독성이 강하다.

입속 점막 퍼져 있는 림프관 속으로 세균이 들어간다는 주장도 있다. 세균은 림프관의 림프액에 섞여 흐르다가 정맥 속으로 들어가 혈액의 일부가 된다. 아주대병원 치주과 지숙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혈액 속 세균을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할 수 있지만,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혈액 속 세균이 장기 등에 침투해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잇몸 염증에서 만들어지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도 문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와 DNA 등이 손상된다. 작은 염증도 배로 염증이 커진다. 또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간에 도착하면 간세포에서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는 C-반응성 단백질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단백질이 체내에 쌓이면 새로운 염증을 유발해 악순환이 된다. 박준범 교수는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게 전신질환을 막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치주질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잇몸의 염증성 질환. 입 속에는 700종에 이르는 세균이 증식하는데, 이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치주포켓(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긴 틈)에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치은염), 결국 치조골까지 파괴시킨다(치주염).



관절액서 구강세균 발견… 류마티스관절염 1.17배 증가


입력 : 2017.04.05 05:00

치주질환이 일으키는 각종 질환
임신부 배 속 태아에까지 악영향, 조산·미숙아 낳을 위험 7배 높아

우리나라에서 치주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수는 1300만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2014년 통계청). 감기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앓는 질환이 바로 치주질환이다.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입속 세균과 치주질환에 의해 생긴 염증은 온몸에 영향을 미쳐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치주질환과 관계가 깊다고 알려진 전신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심혈관질환=2011년 미국 로체스터대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입속 뮤탄스균은 혈액을 타고 심장에 옮겨가 심내막염을 일으킨다. 진지발리스균은 혈관을 딱딱하게 해 동맥경화증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영국 버밍엄대 치대 연구팀은 퇴역 군인 1137명에 대해 24년간 잇몸 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잇몸뼈(치조골)에 염증이 있을 경우 뇌졸중이나 일과성허혈발작 발생이 2~3배로 높았다. 아주대병원 치주과 지숙 교수는 "치주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제일 처음 밝혀진 질환이 심뇌혈관질환"이라며 "입속 세균이 혈관으로 침투하면서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당뇨병=치주질환은 당뇨병의 '6번째 합병증'이라 불릴 만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의 방어체계가떨어져, 세균의 침입을 방어하기 어렵다. 정상인보다 잇몸과 치조골이 쉽게 파괴돼 중증치주염으로 진행도 빠르다. 잇몸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 세포를 파괴할 수도 있고, 혈관 기능을 떨어뜨려 포도당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 콜롬비아대 의대 연구팀이 당뇨병이 없던 일반인 9296명을 17년 동안 추적 조사했더니 치주질환이 생긴 사람들에게서 당뇨병이 2배로 많았다.

▷류마티스관절염=류마티스관절염은 치주질환과 연관성이 깊다. 잇몸과 치아의 경우, 뼈와 뼈가 만나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관절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보니, 잇몸에 존재하는 진지발리스균 같은 세균이 혈관을 타고 관절에 쉽게 안착한다고 한다. 잇몸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은 관절에도 염증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진지발리스균은 몸속에 들어가서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특징이 있는데, 변형된 단백질이 항원이 돼 관절염을 유발한다. 지난해 일산병원 치주과 김영택 교수가 102만5340명의 치주염 환자 데이터를 종합해 '치주염과 생활습관병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결과, 치주염 환자에서 류마티스관절염 발생 가능성이 1.17배로 높았다. 2005년에 노르웨이 베르겐대학의 키딜 모엔(Ketil Moen) 박사는 '관절액 내에서 구강세균의 DNA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기능장애=만성치주염을 앓는 남성은 발기부전 유병률이 높다. 입속 세균이 손상된 잇몸 혈관을 통해 혈액에 흘러 들어가 음경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남성의 음경 혈관은 굵기가 아주 얇아서 염증이 생기면 혈관이 손상되기 쉽다. 2012년 타이페이대학 연구팀은 3만2856명의 발기부전 환자와 16만2480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발기부전과 만성 치주염과의 상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발기부전 환자는 정상인보다 과거 만성 치주염의 병력을 갖고 있는 확률이 3.35배로 높았다.

▷암=치주질환은 암 발병과도 연관돼 있다.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이재홍 교수는 "입속에 만성 염증 상태가 지속되면 여러 염증 산물이 발생한다"며 "염증 산물로 자극된 세포가 이상 증식하면서 암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속 세균에 의해 췌장암에 걸릴 위험도 높다. 미국 브라운대 연구팀이 성인 8000여 명을 분석했더니 잇몸 염증을 일으키는 진지발리스균이 입속에 많은 치주질환자의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배로 높았다.

▷폐질환=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침에 섞여 기관지와 폐로 들어가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와 폐렴 위험도 높아진다. 한 연구에서는 치주질환자를 치료했더니 폐렴 유병률이 60%가량 감소했다.미국노인치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폐 안에 고름이 주머니 형태로 차 있는 폐농양 세균이 잇몸병의 원인균과 같다.

▷조산·미숙아=임신 중 치주질환은 태아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치과 송인석 교수는 "잇몸 염증이 있을 경우, 자궁 내의 면역 항체가 증가되면서 염증매개 물질 중 하나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해 강력한 자궁 수축을 유도해 조산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에 발표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치주염이 있는 임신부는 조산아나 미숙아를 낳을 확률이 7배 더 높았다.



칫솔모는 부드러운 게 좋고, 치실은 하루 한 번으로 충분

입력 : 2017.04.05 07:00

치주질환 예방 Q&A

구강청결제, 잇몸에 큰 효과 없어… 잇몸 마사지는 상처 안 날 정도로
주기적으로 스케일링하고 금연을… 섬유질·비타민 식품 먹으면 도움

치주질환은 잇몸 관리만 잘 해도 막을 수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신승윤 교수는 "전체 인구의 80%가 꾸준히 관리만 하면 치주염 예방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주염이 워낙 흔하다 보니, 잘못 알려진 잇몸 관리법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치주염 예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답변을 들어봤다.

Q. 뻣뻣한 칫솔을 써야 세균이 잘 닦이나?
부드러운 칫솔을 쓰는 게 좋다. 아너스치과 손명호 원장은 "칫솔이 부드러워야 잇몸에 자극이 덜 가서 치주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끝은 뾰족한 미세모가 좋은데, 그래야 치아와 잇몸 사이인 치주포켓을 꼼꼼하게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칫솔 머리 크기는 치아 두 개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작아야 어금니 주변까지 잘 닦인다.

Q. 치실·치간칫솔은 칫솔질할 때마다 써야 하나?
하루에 한 번만 해도 된다. 입속 세균이 증식해서 독성을 유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정도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나, 저녁식사를 한 뒤 등 일정한 시각을 정해놓고 입속을 청소하면 된다. 치아 사이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치실이, 치아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다면 치간칫솔이 적합하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이때는 치약을 쓰면 안 된다"며 "치아 옆면은 치아를 보호하는 법랑질 두께가 얇아서 치약에 자주 닿으면 마모될 수 있다"고 말했다.

Q. 구강청결제로 가글하면 잇몸에 좋은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손명호 원장은 "구강청결제가 세균을 죽이는 것은 맞지만, 치아 사이에 있으면서 치태에 둘러싸인 세균을 없애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세균은 칫솔질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금니처럼 칫솔이 잘 닿지 않는 부위의 세균을 없애는 데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므로, 칫솔질과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칫솔질을 꼼꼼히 하고, 3~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칫솔질을 꼼꼼히 하고, 3~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잇몸 마사지가 잇몸 건강에 도움되나?
잇몸 마사지를 하면 잇몸의 방어 능력이 길러져, 치주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잇몸을 건드리면 오히려 잇몸에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기거나, 손의 세균이 입속으로 옮겨 갈 수 있다. 거즈나 워터픽을 이용해 마사지하면 이런 위험은 줄이면서 잇몸을 강화할 수 있다.

Q. 잇몸이 선천적으로 안 좋기도 하나?
전체 인구의 10%가 잇몸 관리를 열심히 해도 치주염이 생기거나 악화된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신승윤 교수는 "잇몸 건강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향이 있다"며 "잇몸이 안 좋은 사람은 스케일링을 3개월에 한 번씩 받고, 금연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구강 건강 관리에 소홀해도 치주염이 잘 안 생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칫솔질을 제대로 안 하거나 스케일링을 안 받다가 나이가 들면 치태가 과다하게 쌓여 치주염을 피하기가 어려워진다.

Q. 술 마신 다음날 잇몸에서 피가 나는데?
술은 치주염을 유발한다. 신 교수는 "과음하는 사람들에게서 치주염이 많이 발생했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술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잇몸이 세균의 공격에 무력해지도록 만들고, 뼈의 대사를 저하시켜 잇몸뼈가 약해져서 치주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과음 탓에 이를 안 닦고 자는 습관도 문제다.

Q. 잇몸에 좋은 음식이 있나?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먹으면 입속 환경이 깨끗해진다. 입속 환경이 깨끗하면 치주염 발생 위험도 낮아진다. 신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입속을 보면, 음식을 주로 씹는 쪽의 치아와 잇몸 상태가 좋은 편"이라며 "섬유질 등이 플라크를 닦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잇몸에 좋다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기보다, 섬유질·비타민이 많은 식품을 먹는 게 잇몸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잇몸 안쪽 염증까지 긁어내야


잇몸이 아파서 치과에 가면, 염증의 정도에 따라 치료를 달리 시행한다.

잇몸에만 염증이 생긴 것을 치은염이라 한다. 염증이 비교적 바깥에만 국소적으로 생긴 것이라서, 치아 표면을 깨끗하게 해주는 스케일링을 한 번만 받아도 증상이 호전된다. 6개월~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으면 치은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주염은 잇몸과 잇몸뼈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염증을 유발하는 혐기성 세균은 산소를 싫어해서 산소 분포가 적은 치아와 잇몸 사이 틈으로 파고드는데, 이 때문에 치료가 잘 안 되고 재발이 잦다. 스케일링만으로는 치주염을 치료하기에 한계가 있다. 스케일링보다 더 깊숙한 곳까지 치료 도구를 넣어 치석 등 염증 유발 물질 긁어내는 '딥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이는 치근활택술이나 치주소파술로 불리는데, 스케일링을 할 때보다 통증이 심한 편이다. 치주염은 한 번 치료하더라도 원인균이 9~11주면 다시 치료 전 수준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씩 딥스케일링을 받을 것을 권한다. 만약 치주염이 심해서 딥스케일링으로도 낫지 않는다면 잇몸을 젖힌 뒤 염증 등을 긁어내거나 잇몸뼈를 다듬는 '치은박리소파술'을 받아야 한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4/20170404018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