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 동해시 묵호항 뒤편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 사이에 가파르고 좁은 벽화골목인 묵호 등대마을 '논골담길'을 찾는 외지인의 발길이 증가하면서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다.
묵호 등대마을 정상에 최근 3곳의 커피숍이 문을 열고 등대 오름길 입구에도 10여 곳의 커피숍과 10여 곳의 펜션, 24시간 편의점 등이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인근의 횟집 등 상가도 활기를 띠고 있다.
묵호 논골담길은 묵호항과 그 주변에 일자리가 넘쳐나던 시절, 묵호등대 주변 언덕에 많은 사람이 집을 짓고 살던 생활의 역사와 문화적 감성요소를 2010년부터 벽화로 그려내면서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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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 등대마을 논골담길 <<한국문화원연합회>>
이곳에는 네 개의 대표적인 골목길이 있는데 골목길마다 다른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논골 3길 벽화는 '묵호의 과거', 논골 1길은 '묵호의 현재', 등대 오름길은 '희망과 미래', 논골 2길은 '모두의 묵호, 시간의 혼재'가 각각의 주제다.
특히 논골 2길에는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마다하지 않던 지게꾼 아버지의 모습, 어딘가 숨어 있는 골목길 놀이터, 극장, 문방구와 숨바꼭질 등 유년시절의 추억, 비눗방울에 비친 묵호의 현재와 미래, 어족자원의 감소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낚시꾼의 과거와 현재 등이 관광객의 눈길과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논골담길이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 마음이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아 돌아가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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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 등대마을 논골담길 <<한국문화원연합회>>
학생과 가족 나들이객에다 인기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커피숍과 펜션이 들어서는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주변의 횟집 관계자는 "논골담길이 알려지면서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거나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동해시는 복잡한 골목길에서 관광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갈림길 등 주요지점 30곳에 골목길 안내벽화와 그네, 의자 등 편의시설 12개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그림 지도를 설치해 주민과 관광객 불편을 없앨 예정이다.
동해시의 한 관계자는 "등대마을은 그 옛날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명태나 오징어를 지고 오르던 골목길이었만 이제는 홀몸으로도 오르기 힘겨운 65세 어르신이 전체 주민 수의 33% 자치하는 초고령 마을"이라며 "이렇게 쇠락하던 마을이 새롭게 태어나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