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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몰락-7회]"6년 걸려 수의사됐는데…" 월급이 120만원?

惟石정순삼 2013. 6. 14. 08:14

"6년 걸려 수의사됐는데…" 월급이 120만원?

['사'자의 몰락-7회] 영리법인 동물병원에 소셜커머스 '반값 진료권'까지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입력 : 2013.09.17 07:02

편집자주|직업명 끝에 '사'가 들어간 전문직을 성공의 징표로 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전문직의 입에서도 하소연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아진 문턱과 경쟁 심화로 예전의 힘과 인기를 잃어버린 전문직의 위상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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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제분이 출자해 만든 동물병원 브랜드 '이리온'은 2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 5개 분점을 냈다. /사진=머니위크

송호성 수의사(31·가명)는 최근 군복무를 대신한 공중방역수의사 3년 근무를 끝낸 뒤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소형 동물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려 했지만 몸값이 10년 전과 똑같았다. 월급이 120만원 뿐인 곳도 있었다. 송씨는 "공중방역수의사로 일할 때는 수당까지 합쳐 한달에 200만원까지 받다가 월급 120만원 받고 일하려니 도저히 엄두가 안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수의사 평균 연봉은 약 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원해서 자리잡은 수의사까지 포함한 것이고, 대개 수의사 월 초봉은 150만원 수준이다.

송씨는 "영리법인 진출과 애완견 진료 부가가치세 부과 등으로 수의사들이 다른 자영업자들과 별 차이가 없게 됐다"며 "정말 동물을 사랑해서 수의사가 됐지만 가끔 '개장수' 소리까지 듣다보면 내가 왜 6년간 열심히 공부해 수의사가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영리법인 동물병원의 위협
병원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 차릴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수의사 면허가 없어도 영리법인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런 영리법인들이 개원 수의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영리법인의 신규 동물병원 개설을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기존 39개 영리법인에 대해 재단 전환을 유도하면서 10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정도였다.

'곰표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동물병원 브랜드 '이리온'이 대표적인 영리법인 동물병원이다. 2011년 만들어진 이리온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에 다수 분점을 내며 확장했다.

이에 대응해 기존 동물병원들도 프랜차이즈를 통한 대형화에 나서면서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수의사들도 늘고 있다. 송씨는 "영리법인과 프랜차이즈 동물병원들은 수의사마다 매출 그래프를 그려놓고 압박한다는 소문까지 있다"며 "수의사가 올바른 진료에만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매출 압박을 받고 과잉진료를 하게 되면 결국 보호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했다.

◇'슈퍼甲' 애견카페
수의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인터넷에 퍼져있는 수많은 반려동물 커뮤니티와 잘못된 정보들. 수의사에게 오기 전 인터넷으로 이미 반려동물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을 내려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수의사는 "강아지가 다리만 절어도 뼈, 신경, 근육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병원에 강아지를 데려와서 '엑스레이나 찍어달라'고 한 뒤 뼈에 이상 없으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자기 다리 아프면 별 검사 다 할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유독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섣불리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고 비판했다.

보호자의 잘못된 정보를 시정해주려던 또 다른 수의사는 애견카페 회원들의 집단공격과 괴소문에 시달렸다. '사기꾼'소리까지 들으며 고민하던 이 수의사는 결국 애견카페 회원들에게 강아지 발톱 무료관리, 간식 제공 등을 약속하고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제살 깎아먹는 '반값 진료권'까지
수의사들은 "수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이들 때문에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에만 매달리는 일부 수의사들이 소셜커머스에 '반값 진료권'을 올리고 찾아오는 보호자들에게 과잉진료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들은 의사, 약사와 달리 정치권에 진출한 수의사가 없다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이우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77)가 유일했다. 2004년 이후 정치권에 아무런 '연줄'이 없으니 대한수의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수의사는 1만2000여명. 동물병원은 대·소형 병원과 동물원 부속 병원, 물고기병원 등까지 합쳐 3600여개에 달한다.

한 수의사는 "의사나 약사는 업계의 요구를 정치권에서 관철시키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며 "애완견 진료 부가가치세 부과 철폐, 동물약품 처방제 의무화 등의 업계 요구와 관련해 수의사회가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