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돋보기를 써야 가까운 곳의 글씨를 읽을 수 있던 윤모(61·서울 강남구)씨는 지난해 돋보기를 벗었다. 백내장 진단 후 노안까지 한 번에 교정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덕분이다.
1990년대 후반에 도입된 라식·라섹 등 젊은 층의 근시 교정 수술에 이어, 노안 교정 수술이 국내에 보급되고 있다. 노안은 40대 중반부터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노화 과정으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라식 수술을 하듯 각막을 깎아 초점을 맞춰 주는 방법과, 노화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바꿔 주는 방법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쓰는 환경 때문에 최근에는 노안이 일찍 온다”며 “이 때문에 사회 활동에 불편을 느낀 40~50대가 노안을 조기에 교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안과 국제노안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인공수정체 교체 수술을 받은 환자 중 40~50대의 비율이 계속 늘어, 2010년 42%에서 지난해에는 46%를 기록했다.
주천기 교수는 “노안 수술법은 더 발전할 여지가 있으므로, 안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의 연령이나 눈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노안 수술은 아직 보편화하지 않아 궁금증이 많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의상 교수, 이안안과 임찬영 원장의 도움말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받는 게 좋은지, 효과는 어떤지, 후유증은 없는지 등을 알아봤다.
◇수술 전
▷노안 수술은 안전한가
레이저를 이용한 노안 수술 기법은 라식·라섹 등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 라식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장기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했다. 인공수정체 교체술도 안전하다. 백내장과 동일하게 수술하면서 인공수정체만 시력 교정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바꿔 끼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돋보기를 쓰거나 콘택트렌즈를 끼는 등 비수술적인 방법과 비교하면, 적응 기간 중 어지러움·안구건조증·빛번짐 등 일부 후유증이 따르는 한계가 있다.
▷노안 시작되면 바로 수술 받나
노안이 생활에 큰 지장을 안 주면 참아 본다. 노안이 오자마자 수술로 교정한 사람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수술받은 사람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40대 후반 이전인 경우는 안구건조증·빛번짐 등 후유증(각막을 깎는 수술을 받은 경우)이나 노안이 다시 진행돼서 나중에 재수술을 받을 가능성 등을 감수할 정도로 노안을 교정하고 싶을 때 수술받아야 만족도가 높다.
▷백내장 오기 전에 인공수정체 교체해도 되나
노안은 왔지만 백내장이 없으면 라식처럼 각막을 깎아내는 레이저 수술을 권한다. '어차피 백내장이 올 텐데 미리 인공수정체로 바꿔 놓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인공수정체로 미리 교체해도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수정체를 제거하면서 남겨 놓는 후낭이라는 부분이 수술 후 혼탁해지면서 후발성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세포 증식이 잘 되는 젊은 나이일수록 잘 생긴다.
▷나이가 아주 많아도 수술받을 수 있나
무슨 수술이든 그 자체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초고령이 아니면, 노안 수술은 가능하다. 70대 이후에는 대부분 백내장이 있기 때문에 백내장과 노안을 함께 잡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교체술을 받는다. 그런데,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황반변성·녹내장 등 노년층에 흔한 다른 안과 질환이 있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최근에는 이런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조절형 인공수정체가 개발됐다. 인공수정체가 앞 뒤로 움직이면서 초점을 맞추는 원리를 사용했다. 다만, 수술받기 전에 안압이나 각막지형도 검사 등을 해서 수술 후에 만족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면 수술받지 않는 편이 낫다.
▷노안 수술 대신 라식을 하면 안되나
40대 중반 이전에 노안이 온 사람은 노안 수술 대신 라식을 선택하는 게 낫다. 노안 수술은 양쪽 눈의 초점을 다르게 해서 먼 곳과 가까운 곳 모두를 볼 수 있게 하므로, 수술 후 3개월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노안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40대 중반 이전이라면 적응 기간이 필요 없는 라식 수술로 노안까지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다.
◇수술 후
▷노안이 어느 정도 개선되나
레이저를 이용한 노안 수술을 받으면 일상 생활 중 70~80% 정도는 안경이 필요없다. 가까운 곳을 장시간 볼 때는 안경을 쓰는 것이 편하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교체술은 100% 가깝게 안경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먼 곳을 볼 때의 시력은 1.0 정도로 나온다.
▷수술 효과 얼마나 유지되나
인공수정체 교체술은 40~50년이 지나도 시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영구적이다. 레이저 수술은 수술받는 시기에 따라 다르다. 노안은 50대 후반까지 진행되는데, 그 전에 수술받으면 다시 노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50대 후반 이후에 수술을 한 번 더 받으면 교정 시력이 계속 유지된다.
▷재수술 할 수 있나
레이저 노안 수술은 5번까지 할 수 있다. 레이저 수술장비가 발달하면서 각막을 최소한만 깎아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전에 라식수술을 받았던 사람은 각막이 남아있는 두께에 따라 재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인공수정체 교체술은 기본적으로 재수술이 필요없지만, 렌즈의 도수가 맞지 않으면 인공수정체를 바꿔 끼울 수 있다. 인공수정체 교체술 후 각막 이상으로 난시가 오면 각막을 깎아내면 된다.
▷적응하지 못할 경우 해결책 있나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뒤 어지럼증에 적응하지 못 하면, 단초점 인공수정체로 바꿔 넣으면 된다. 레이저 수술을 받고 나서 양쪽 눈의 시력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각막을 다시 깎아서 시력차를 없애면 된다. 이 때는 먼 곳과 가까운 곳 중 잘 보이게 할 부분을 선택해야 한다.
▷일상 생활 복귀 바로 가능한가
각막을 깎든 수정체를 교체하든, 수술 후 다음날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각막을 깎는 노안 수술의 경우 라식수술 후의 상황과 같다고 보면 된다. 시력은 바로 좋아진다.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생겨 진통제를 먹지만, 통증은 다음날부터 없어진다. 양쪽 눈의 시력차에 적응하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 인공수정체 교체술은 백내장 수술처럼 각막을 3㎜ 이내로 절개하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H story] 수술 어디서 할까_장비보다 의사 경험
노안 수술은 수술 장비보다 의사의 경험이 결과를 좌우한다.
각막을 깎아내는 수술의 경우, 라식수술을 기반으로 시술하기 때문에 대부분 라식수술용 장비를 사용한다. 을지병원 안과 박성은 교수는 "노안 수술용 장비가 따로 나와 있지만, 기존의 라식 장비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며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받는 사람의 눈 상태에 따라 각막을 얼만큼 깎아낼 지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공수정체 교체술은 노안 수술을 많이 해본 곳이 특히 유리하다. 수술법이 백내장 수술과 똑같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한 의사라면 수술 테크닉은 누구나 비슷하다. 그러나 눈 상태에 따라 어느 인공수정체를 사용할 지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는 크게 인공수정체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초점을 맞추는 '조절형 인공수정체'와 부위별로 굴절도가 다른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나눈다. 박 교수는 "수정체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둔한 사람은 조절형 인공수정체로 노안 교정 효과를 못 보기도 한다"며 "노안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수술 전에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알맞은 인공수정체를 고른다"고 말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