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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사이야기

"한국골프 독주, 더는 용납못해"

惟石정순삼 2011. 3. 4. 21:24

독기 품은 요코미네 사쿠라 "일본인이 상금왕 해야"
'한류 골프' 올해도 계속될까… 개막전 출전 108명 중 22명, 신지애·안선주 등 총출동

 
▲ 일본 여자골프 스타 요코미네 사쿠라

"올해 목표는 상금왕이다. 일본 투어이니까 일본인이 상금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직설 화법이다.

지난해 안선주에게 상금왕 타이틀을 내주고 2위로 밀려난 일본의 골프 스타 요코미네 사쿠라(26)가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독하게 각오를 밝히고 나섰다. 그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골프 한류(韓流)'에 대해 일본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생각보다 크다.

지난해 한국 여자 선수들은 일본 투어 34개 대회에서 무려 15승을 거뒀다. 안선주는 4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다승왕, 신인왕, 최저 타수상을 휩쓸었다. 남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김경태에게 상금왕을 내준 일본의 언론과 팬들이 '일본 선수들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였다. "이렇게 한국 선수들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면 일본 스폰서들이 여자 골프를 외면할까봐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골프장에서 막을 올리는 2011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는 출전 선수 108명 가운데 22명이 한국 선수다.

 

게다가 세계 랭킹 2위 신지애, 작년 이 대회 우승자 안선주,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 이보미, 일본 투어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전미정·이지희, 미 LPGA에서 활약하던 이미나·강수연·박희영·김영 등 모두 우승 후보로 꼽을 만한 실력파들이다.

최근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장에는 1990년대 미 LPGA투어에서 5승을 올렸던 고바야시 히로미(44)씨가 취임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한국 선수들의 강점'에 대해 "일본을 홈 투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승부처에서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올해 일본 투어에서 사상 최고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자 골프의 중심이었던 미 LPGA 투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간 대회 수가 24개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연간 34개 대회가 열리는 일본투어에 갈수록 우수 선수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투어 자격시험(Q스쿨)을 1위로 통과한 박희영은 "미 LPGA투어에 대회가 열리지 않는 휴식기가 자주 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일본 투어를 겸하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투어 개막전에는 미 LP GA투어에서 활약하는 미야자토 아이를 비롯해 최근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2위에 오른 아리무라 지에 등 일본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나선다. 일본 골프 다이제스트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더 이상 한국 선수들에게 밀릴 수 없다는 경쟁의식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JLPGA 홈페이지가 실시하는 '우승자 예상 퀴즈'에서는 요코미네와 미야자토가 1, 2위를 다투고 있고, 한국 선수는 신지애와 안선주가 8~10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력이나 데이터보다도 일본 선수의 우승을 바라는 일본 팬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