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불황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한국에 절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2008년 31개 대회를 개최했던 LPGA 투어는 2009년에는 27개, 올해는 25개 대회 일정을 잡는데 그쳤다.
특히 올해는 미국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25개 정규대회 중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는 절반을 간신히 넘긴 13개에 불과하다.
골프여제 오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앞세운 멕시코가 3개 대회를 유치하고 한국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KIA클래식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LPGA 투어의 주도권은 멕시코와 한국이 양분하는 양상이다.
더욱이 한국의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2010년부터 5년간 LPGA 투어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LPGA 투어는 한국의 도움 없이는 대회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까지 몰렸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LPGA 투어지만 빼어난 실력을 갖춘 한국 선수들이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시장을 키울 수 없었다.
1998년 박세리(33)가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한국은 김미현(33.KT), 박지은(31.나이키골프)에 이어 지난해 상금왕과 신인왕을 차지한 신지애(22.미래에셋)까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경기력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고히 했다.
특히 한국 무대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지고 미국 무대로 진출한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에는 재미교포 위성미(21.나이키골프)까지 포함해 무려 12승을 올리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남겼다.
1988년 구옥희가 일본에서 열린 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거둔 승수는 88승이나 된다.
이런 태극낭자들의 독주가 LPGA 투어의 흥행을 떨어뜨린다는 질시도 있었다.
2008년 LPGA 투어가 영어로 인터뷰 못하는 선수들에게 출전 정지 징계를 주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다 무산된 것도 한국선수들의 독주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이 줄줄이 재계약을 포기하는 등 경제 불황의 여파가 현실로 다가온 2010년에 LPGA 투어를 구원한 것은 한국이었다.
한국의 골프전문채널 J골프는 2010년부터 5년간 LPGA 투어와 계약을 맺고 25개 대회 중 최소 20개 대회를 중계하기로 했다.
관례대로 메이저대회 중계권은 애초 계약에 빠졌지만 J골프가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전 대회 중계가 가능하다.
여기다 한국의 자동차제조업체 기아자동차가 오는 3월25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 리조트에서 열리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하나은행이 10월29일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LPGA 투어는 매년 대회수가 줄어들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에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택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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