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간부 김모(42·서울 서초구)씨는 퇴근 후 부인을 지켜보다 문득, '도대체 최근에 부부관계를 한 게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몇 달만에 부인과 잠자리를 하려고 했지만, 심리적인 욕구는 충분했으나 성기의 강직도가 떨어지고 발기 지속 시간도 몇 분에 그쳐 제대로 잠자리를 하지 못했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부부관계가 뜸해지면 어쩌다가 시도해도 제대로 잠자리를 리드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은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감소해 성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자동차를 오랜 시간 타지 않고 가만히 세워놔도 성능이 떨어지고 망가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오래 세워두는 승용차는 몰고 나가지 않더라도 가끔씩 시동을 걸어 주라는 요령이 부부관계에도 적용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종 고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부부관계에 대한 몸과 마음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오랫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자극에 둔감하게 돼 성기의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관계를 오래 하지 않으면 성기의 감각이 약간 둔감해진다는 설명이다. 성관계에 진화론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이 해당되는 셈이다.
권 원장은 "부부관계를 어느정도는 해 주어야 남성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성관계든 자위든 성적인 행위는 뇌하수체에서 발생하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갱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40대 중반 이후의 남성이라면 섹스는 자신의 남성호르몬을 지키고 성기의 감각을 유지시키기 위한 운동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기능 저하 이외에 질병에 의한 기능 저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제종 교수는 "음경으로 가는 동맥은 머리카락보다 약간 굵기 때문에 40대 중반을 넘은 남성이 갑자기 발기와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면 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은 성관계를 오래 하지 않아도 성적인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동혁 헬스조선 기자 d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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