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가다듬는 겨울, 화창한 봄을 기약한다
美 타이틀리스트社의 TPI가 귀띔하는 퍼팅
어깨선·발 평행 안되면 프로도 퍼팅 잘하기 어려워
라인 읽는 능력 기르고 때리는 대신 팔로 스루를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바로 골퍼의 몸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골프용품 회사 타이틀리스트의 TPI(Titleist Performance Institute)가 지니고 있는 철학이다. 〈12월 31일자 A24면 참조〉 의학박사 그렉 로즈와 미 프로골프 PGA 강사인 데이비드 필립스가 2003년 공동 설립한 TPI의 단골손님 명단에는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톰 왓슨을 비롯해 파드리그 해링턴·아담 스콧·데이비스 러브 3세 등 PGA 정상급 골퍼들로 가득 차 있다.
지난달 강욱순·김대현·노승열 등 한국의 정상급 남녀 골퍼 8명도 동계 훈련을 앞두고 이곳을 찾아 몸과 스윙, 장비에 대한 총체적인 조언을 들었다. 방문 첫날부터 "몸 관리가 선수답지 못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이들에겐 또 한 번 예상 밖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 ▲ 국가대표 김민휘(오른쪽)는 자신의 퍼팅 스트로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렉 로즈 박사(왼쪽)는“스트로크는 뛰어나지만, 진짜 문제는 퍼팅 라인을 제대로 못 읽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이틀리스트 제공
■"기본이 안 돼 있다"
프로 선수나 아마추어 상급자들이 가장 자주 바꾸는 클럽은 퍼터일 것이다. 공이 반 바퀴만 덜 굴러도 한 타 차이가 날 만큼 예민한 장비가 바로 퍼터이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데뷔 2년 만에 첫 승리를 거둔 김대현(22)은 '새가슴' 소리만 들으면 얼굴을 찡그린다. 300야드를 넘는 드라이버 샷으로 장타자 소리를 듣는 그는 1m 안팎의 마무리 퍼팅을 놓쳐 준우승한 것만 4차례다. TPI의 '퍼터 피팅실'에는 형태가 다른 수백개의 퍼터가 놓여 있었고, 5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김대현은 "제가 10m 안팎 퍼팅은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요. 아무래도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짧은 퍼팅을 자주 놓치는 것 같아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김대현의 퍼팅 스트로크를 지켜본 필립스는 "기본자세부터 잘못돼 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매년 세계 100대 교습가로 선정되는 필립스에 따르면 김대현은, 어깨를 목표선에 평행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부터 잘못돼 있다며 퍼팅 레슨을 시작했다.
■'퍼팅 못하는 골퍼의 습관'
필립스는 퍼팅을 잘못하는 이의 스트로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가장 흔한 것이 어깨선과 발을 평행하게 정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골퍼는 '거의 반드시' 긴장하는 순간 잘못된 정렬을 보완하기 위해 어느 한쪽으로 당기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필립스의 이야기였다.
주말 골퍼들에서 흔히 보는 '때리는 퍼팅'도 나쁜 습관이라고 필립스는 지적했다. 그는 "퍼팅을 굴리지 않고 때리게 되면 거리 조절과 방향성이 모두 나빠지게 된다"며 "퍼팅에도 팔로 스루(follow through)가 있다는 생각만 해도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필립스는 또 "퍼팅은 사람마다 공을 놓는 위치가 조금씩 달라야 한다"며 "왼쪽 눈이 주시(主視)인 사람은 왼편에, 오른쪽인 사람은 약간 오른쪽에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퍼팅 잘하는 골퍼의 습관'
국가대표 김민휘(19)가 그린에서 퍼팅하는 모습을 지켜본 로즈 박사는 "스트로크가 아무리 좋아도 퍼팅 라인을 읽는 능력이 없으면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PGA투어에서 퍼팅을 잘하는 선수들에게는 '퍼팅 라인을 읽는 4단계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①그린의 가장 낮은 곳을 찾아내, 그곳에서 전체 경사를 읽는다. ②홀 뒤에서 홀 주변의 경사를 먼저 읽는다. ③공의 위치로 돌아와 다시 그린을 읽는다. ④마지막으로 홀 주변의 미세한 변화를 읽은 뒤 퍼팅한다.
로즈 박사는 "골프의 핵심은 쇼트게임이고, 그중에서도 퍼팅"이라며 "겨울철에 실내에서 퍼팅에 대한 개념과 자세를 만들어 놓으면 봄에 한층 즐거운 라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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