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등이지만… 여자 프로골퍼 유소연
'느낌' 올 때까지 훈련 8시간 퍼터만 치기도
유소연(19·하이마트)은 2009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2위 3관왕'이다. 가장 치열했던 상금왕 경쟁을 포함해 다승, 대상 포인트에서 모두 서희경에게 1등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그는 올해 서희경과 뜨거운 라이벌전을 펼치면서, 신지애가 떠난 국내 여자골프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준 '1등 못지않은 2등'이다. 올해 4승을 거두며 상금 5억9785만원을 벌어들인 이 '무서운 10대'가 일으킨 돌풍은 내년 그 위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를 5승으로 잡았는데 1승이 모자랐잖아요. 내년엔 그걸 보태서 승수를 올리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2일 오전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4~5일) 참가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에서 유소연을 한 번 자극해 보았다. '서희경 프로보다 어떤 점이 모자라서 모조리 2등만 했느냐'고 물었다. 아직 어린 유소연이 발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나이답지 않게 약간씩 질문의 초점을 비켜가는 노련한 대답으로 응수했다. "지난여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왼쪽 손가락 골절상을 입어 훈련을 많이 못한 게 가장 아쉬웠어요." 유소연은 오키나와로 가는 기내에선 물론 일본에 도착해서도 '이런 점에서 서희경 프로보다 부족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싶은 욕심인 듯했다.
- ▲ 올해 국내 여자 프로골프에 10대 돌풍을 일으킨 유소연이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을 앞두고 2일 밝은 표정으로 연습라운드를 돌고 있다./KLPGA 제공
이날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의 류큐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1번 홀(파5·491야드) 티잉 그라운드에서 힘찬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250야드 이상 날아갔다. 페어웨이 우드샷과 아이언 샷까지 그의 공은 탄도가 약간 낮은 편이다. "제가 공을 좀 눌러서 치는 편이에요. 탄도는 낮지만 그래야 느낌이 좋거든요."
유소연과 서희경이 가장 닮은 것은 둘 다 지독하게 연습을 한다는 점이다. 유소연은 시간을 정해 놓지 않고 '느낌'이 올 때까지 훈련한다고 했다. "퍼터도 제대로 맞을 때는 손과 귀에 짜릿한 느낌이 오거든요. 어떤 때는 그 느낌이 올 때까지 8시간을 계속 해본 적도 있어요." 웨지 샷 훈련도 마찬가지다. 90야드 거리의 홀에서 한 뼘 이상 벗어나지 않는 샷이 연속으로 10개가 나와야 훈련을 마친다고 했다. 그는 50도 웨지(풀 샷의 경우 95야드)와 57도 웨지(풀 샷 75야드)를 이용한다. 클럽별 거리가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소연은 모처럼 국가대표로 출전한 게 즐거운지 연습 라운드 도중 자주 웃었다. 함께 라운드를 한 이보미가 "너, 오늘 거리 좀 난다"고 하자, 유소연은 "사실 언니 얼굴을 떠올리면서 쳤는데. 히히~"하고 웃었다.
유소연은 대원외고 1학년 때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선수들을 누르고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대표팀의 추억을 지니고 있다. '이번 한·일전도 잘할 것 같으냐'고 묻자, 유소연은 "대회니까 잘해야겠지만 일본 선수들과도 우정도 나누고,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배님들한테 한 수 배울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09년의 2인자 유소연이 2010년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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