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기업 부사장직 사표… 명함에 '~의 외조자' 박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권장되고, 경제력을 가진 여성 리더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계(界)에선 '내조의 여왕' 대신 '외조(外助)의 왕'들이 등장하게 됐다. 칼리 피오리나가 휴렛 패커드(HP)에서 최초 여성 경영자가 됐을 때 남편(프랑크 피오리나)이 직장(AT&T 법인담당 부사장)을 떠나 가사를 도맡은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그의 명함에는 '칼리 피오리나의 외조자'라고 쓰여 있었다.
필름 제조사인 브래디사의 최고 경영자 캐서린 허드슨의 남편 밥 허드슨은 '우리 집의 CEO'라고 쓰인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포드자동차의 북미 지역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앤 스티븐의 남편 빌 스티븐은 아내의 기상 시간에 맞춰 아침을 준비하고, 녹초가 돼 돌아온 아내에게 근사한 저녁을 내놓는다. 빌은 아내의 '가사 행정 전담 보좌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멕 휘트먼 이베이 CEO는 이베이 사장이 되기 위해 보스턴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옮길 때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이 사표를 냈다. 휘트먼 CEO는 강연 때마다 "내가 직장을 옮길 때마다 함께 이동해준 남편처럼 훌륭한 파트너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남성들을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라고 부른다. 포천지(誌)가 만든 말로, 성공한 아내를 대신해 '안사람' 역할을 하는 남편을 일컫는다. 사실 트로피 남편에 앞서 '트로피 아내'라는 말이 먼저 등장했었다. 1980년대 말 성공한 중장년 남성이 조강지처와 이혼한 뒤 집안의 장식용 트로피 같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재혼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트로피 남편에 담긴 뜻은 다르다. 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저녁을 차린다. 바쁜 아내를 대신해 가사일도 마다 않고 하는 남성들로, '트로피를 받을 만한 남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2002년 포천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 최고경영자(CEO) 50명 중 30%가 '트로피 남편'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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