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핸드폰과 새 핸드폰
그동안 애지중지
소중히 사용해오던 손폰이
충전용량 부족으로
통화 중에 끊어지기도 하고
시도때도 없이
잠을 자버리기를 다반사..
그러고도,
미안하다는 생각은
눈꼽째기 만큼도 안하는 넘.
하는 행실머리가
밉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10년 동안 같이 지낸
그넘의 정 때문에 어르고 달래며 지내다가
눈물을 머금고..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싼 것으로
하나 바꿨다.
얼굴이 예쁘고
반들반들 곱게도 생겼다.
그 낯선 놈을 안고
집에 왔다.
그런데 토옹..
제대로 운전이 안된다.
설명서를 펼쳐놓고
어두침침한 눈을 크게 뜨고
돋보기까지 걸쳤는대도
글씨는 가물가물
자꾸 멀어지고 나중에는 눈에 쥐가 난다.
뭔 놈의 설명서를 그리도
어렵게 써 놓았는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그 말이 그말이고
설명서가 시키는대로
요리조리
하나하나 눌러가며
한참을 헤메다 보면
아까 그자리로 도로 원위치..
에그, 미쵸..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폰이
너무 구형이라서
입력해 둔 전화번호를
새 폰에다 한꺼번에 옮길 수 없단다.
어둔한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조물락조물락 겨우 전화번호 몇개 옮기고 나니
눈 땡기고
코 땡기고 어지럽다.
아직도 더 해야 된다.
남아있는 번호 저장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문자 쓰는 걸 익혀야 하는데
그게 영.. 안 된다.
에그, 에그..
설명서가 엉터린가?
당장 내일 아침부터
님들에게 메시지 보낼 데가 많은데..
속에 천불이 난다.
손폰 사용설명서 하나 제대로 못 알아들으니..
무슨 말인지 토옹..모르니
벌써 내 머리가 녹이 쓸었나?
내가 바보가 됐나?
돌머리인가?
머리에 돋아나는
하얀 새치처럼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것일까?
지금 창밖에는
봄밤이 깊어가고 있다.
푸른 밤하늘에
별빛이 초롱초롱 쏟아지고 있다.
오늘밤에는 겨우내 긴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땅을 적셔줄 봄비가 온단다.
산에 강에 들에
넉넉하게 쫘악 쫘악 왔으면 좋겠다.
지금 내 손에는
지지리도 예쁜 손폰이
반짝반짝..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에그,
말 안듣는 미운 넘,
그냥 창 밖에다 휘익..
던졌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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