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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이야기

나 늙으면

惟石정순삼 2009. 2.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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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늙으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두울 " ~ 체조 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 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 일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 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을 준비 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듯 할거야. 이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나는 신문을 볼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 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히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 오래 낮잠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어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 하지 못했노라. 사랑 하기 너무 벅찬 그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꺼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트를 뜰 거야. 백화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미스 데이지"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 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그렇게 아름답게 늙어 가고 싶어.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Amore Mio (죽도록 사랑해서) / Alida Ch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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