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면 안되는 5가지 이유? | |||||||||
세간에 유행하는 논쟁 방식을 한번 빌려 보자. "공무원들이 골프를 쳐서는 안 되는 이유 다섯 가지만 대 보라." 첫째, '경제가 어려워서?' 위축되는 경기를 그나마 받쳐줄 수 있는 건 여유 있는 사람들 지갑을 여는 길뿐이다. 냉랭한 경기 탓에 일자리를 잃는 골프장 캐디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고 한다. 부자 마케팅은 고사하고 자기 돈 내고 골프 치는 것마저 눈총을 주는 분위기라면 경기 회복을 더욱 더디게 할 뿐이다. 둘째, '대통령이 골프를 싫어하니까.' 맞는 말이다. 지난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골프는 재미도 없고…"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골프 대신 테니스와 수영을 좋아한다. 대통령이 좋아하는 테니스와 수영은 되고, 대통령이 싫어하는 골프는 안 된다는 건 근거가 빈약하다. 셋째, '아직 골프 쳐도 좋다는 사인이 없어서.' 사실이긴 하다. 휴가를 맞아 가족 친지들과 골프를 쳤던 한 청와대 직원이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사실 확인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외부 인사를 끼지 않고 동료들끼리 자기 돈 내고 골프 친 정부 공무원도 공직기강팀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드러내놓고 골프 칠 '간 큰' 공무원이 없을 법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미 은근한 사인을 보냈다. 지난달 11일 청와대를 찾은 아소 다로 일본 총리에게 이 대통령은 "나도 대통령이 돼서 골프를 못 쳤고, 아소 총리도 각료가 되고 나서 못 쳤다고 하니 재계 인사들과 같이 치면 좋겠다"고 먼저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 넷째,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 대통령의 고향을 찾아가 골프를 치고 국회 회기 중에 민주당 의원들이 해외로 골프여행을 나간 것은 분명 국민 정서를 거스른 일이다. 그러나 그건 골프 때문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고향을 찾은 것과 해외로 나갔다는 게 문제가 된 것이지 골프가 화근이 아니었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골프금지령이 있었다. 하지만 골프채 구경 한번 못해 본 사람들이 국민의 대다수이던 그 시절과 동네 골목마다 골프연습장이 하나씩 들어선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다섯째, '날씨가 추워서.' 가장 그럴듯한 이유다. 야외 골프장이 텅텅 비었지만 동네 연습장과 요즘 유행하는 스크린 골프장은 순번을 기다려야 할 만큼 북적인다. 그것이 경기와 날씨 때문이라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변명이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골프도 해금됐으면 하는 게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시장의 바람이다. 취임 초기 공무원들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때다. 지금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골프금지령을 풀어야 할 것 같다. [이진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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