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 점 순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밥 한 상 제대로 차려주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훌쩍 커 버린 내 아들아!
오늘은 널, 아들이라 부르기 마져 미안하구나!
못 먹이고, 못 해 입혔어도
자랑스런 해병이 된 네게
에미는 아무말도 할 말이 없구나!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물배 채우며 살았던 걸 잊지말고
아랫사람의 배고픔부터 먼저 챙기고
네가 못난 부모를 하늘같이 모시는 것처럼
윗사람을 하늘처럼 섬기고
뜻하는 일마다 번번히 좌절되게 만든 세상을
그래도 끝까지 사랑했던 것처럼
너 스스로 택한 군인의 길에 목숨을 다 바쳐라!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부잣집 막내 아들로 태어나 끝까지 귀공자처럼
키우고 싶었으나
하루하루의 삶에 쫓긴 에미는 너를 잡초처럼 키웠구나!
강하게 크라는 하늘의 뜻이 에미의 소망과 달랐나 보다
머슴같이 살았지만 고운말만 쓰고 배려를 아는 네가
내 새끼라는 것이 에미는 눈물나게 고맙다
네 아랫사람들도 다 나같은 에미가 있다는 걸
잠결에도 잊지말고 사랑해라
너를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오늘 네가 있게한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말고
미움과 질투마져도 사랑하며 살도록 해라
그 사람들에게도 나같은 에미가 있다는 걸
꿈에서도 잊지말고 사랑해라!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키울 때 못 다 해준만큼 에미는
널 위해 기도할테니
너도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위아래 가리지 말고 한결같이 사랑하며 살아다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출처 : [해병대]誌 2008.12. 제 32호